▲2023년 10월 5일,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인 등이 국회에 모여 윤석열 정부의 알권리 침해 사례들을 증언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보공개센터
이에 더하여 정보공개 개혁을 위해 꼭 시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1. 정부 개악안 폐기
윤석열 정부가 발의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해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고, 청구인의 내면적 의도를 심사하게 하는 것은 2004년 '청구사유' 기재를 삭제한 법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한다. 알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므로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위헌 소지가 크다.
2. 회의 공개 확대
현재 사전공개제도는 형식적 공개에 그친다. 각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위원회의 위원 명단, 회의 결과, 회의록은 사전공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이미 조례로 각종 위원회 회의결과 및 회의록을 사전공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 회의공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최저임금이나 중위소득 결정 회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 관련 회의 등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의는 방청을 보장해야 한다.
3. 비공개 기준 세분화
비공개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의 모호성이 자의적 비공개의 근본 원인이다. "다른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은 "다른 법률이 공공기관의 장에게 위임하지 않고 직접 규정한 정보"로 축소해야 한다.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의 사유는 너무 포괄적이므로 각각 다른 호로 분리하고 비공개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 조항이다. 과정 종료 시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단서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사결정의 과정이 어디까지인지, 무엇까지 내부검토로 볼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비공개할 논리를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특히 시민 참여가 필수적인 정책수립 과정에도 이 사유가 적용되어, 시민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잘못이다. 꼭 삭제되어야 한다.
"경영상·영업상 비밀"도 자주 남용되는 비공개 조항이다. 금융감독원은 업무추진비로 밥 먹은 식당 이름이 공개되면 식당 매출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영업비밀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비공개할 수 있도록 구체화가 필요하다.
4. 실효적 제재 수단 마련
처벌 내지는 징계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기록을 악의적으로 멸실·훼손·폐기했을 때 형사처벌 조항이 있다. 정보가 있는데 없다고 거짓말하거나, 고의로 부존재라고 속이는 경우, 법원 판결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처벌 대상은 최대한 좁혀 형사처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독립적 감독·구제 기구
현재 행정안전부 소속 정보공개위원회는 독자적 예산과 사무기구가 없어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다. 대통령 직속 독립위원회로 격상하고, 정보공개 의무위반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정보공개심의회는 대면심의를 기본으로 하고, 대면이 어려우면 온라인 화상회의라도 활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보공개에 관한 행정심판을 전담하는 독립적 정보공개심판원 신설이 필요하다. 정보공개 행정심판 인용률은 14%에 불과한 반면, 행정소송 인용률은 45%에 달한다. 정보공개심판원을 신설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권리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6. 시스템 개선으로 남용 방지
2022년 전체 청구의 38%인 69만여 건이 단 73명에 의해 청구됐다. 1인 평균 9,526건이다. 이렇게 정보공개 청구가 남용될 수 있는 이유는 '전자 청구'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공개포털은 한 번에 수백 개 기관에 똑같은 내용을 청구할 수 있고, 하루에도 수백 건씩 다른 내용으로 청구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현재 모든 기관에 한 번에 다중청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교육청 등 그룹별로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한 번 청구를 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청구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도배성 청구를 막고 시스템 과부하를 막기 위한 방법이다.
청구 과정에서 욕설을 하거나 도배성 청구를 반복하는 청구인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공개포털 시스템 이용약관 위반으로 제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전자적 방식의 청구만 제한하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투명성이 민주주의다
12.3 불법 계엄 이후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윤석열 탄핵심판과 대통령 선거, 특검 수사와 대미 관세 협상 등 '뜨거운' 뉴스들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이제는 윤석열 3년 동안 후퇴한 알권리를 되돌리고, 12.3 비상계엄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시간이다.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시민이 국정운영에 대해 더 많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여론을 만들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정보공개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를 보장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국민이 주인인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정보은폐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21년간 멈춰 있었던 정보공개법의 전부 개정이야말로 장벽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