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태에서 김건희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건희가 계엄의 기획과 공모 단계에서부터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나온다. 사진은 2024년 10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던 모습.
연합뉴스
특검이 김건희 '사법리스크'를 계엄 선포의 동기로 지목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가운데, 내란 사태에서 김건희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김건희가 계엄의 기획과 공모 단계에서부터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끊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김건희가 계엄령 발동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도 잇따릅니다. 비상계엄과 김건희의 관계 규명이 이달 중순 마무리되는 내란 특검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가장 큰 의문은 중요 국정 사안에서 윤석열보다 더 큰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가 비상계엄 발동 사실을 몰랐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계엄 선포로 자신의 위상과 역할에 큰 변화가 생길 게 뻔한데 'V0'인 김건희가 나중에야 알았다는 건 상식에 반합니다. 윤석열은 계엄이 무산되자마자 "아내는 계엄 사실을 몰랐다"고 둘러댔는데, 김건희와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사법리스크' 궁지 몰린 김건희, 윤석열 추동해 계엄 실행했을 가능성 제기
김건희가 어떤 식으로든 계엄에 관여했을 거라는 정황은 여럿입니다. 최근 특검 조사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창원지검으로부터 명태균 게이트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고, 이를 김건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앞서 김건희는 박 전 장관에게 자신의 수사 상황을 묻고, 자신을 수사하려는 검찰 지휘부 교체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명태균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불법적 거래가 담긴 '황금폰'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로서는 도저히 검찰을 누르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듯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윤석열이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박 전 장관에게 수사 관련 지라시를 김건희가 보내고 난 뒤 윤석열이 관련 메시지를 나중에 보낸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궁지에 몰린 김건희가 비상대권을 꿈꾸던 윤석열을 실행에 옮기도록 추동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계엄 선포 전날인 12월 2일 김건희가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조 원장은 계엄 당일 답신한 사실도 의심을 키웁니다. 김건희가 국가의 기밀을 다루는 최고책임자인 국정원장과 긴밀하게 소통했다면 계엄이 아니었겠냐는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일 사전 호출을 받고 대통령실에 일찍 도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특검 주변에선 계엄 실행 계획을 논의한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화폰으로 김건희와 직접 통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동석자가 진술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김건희 특검 수사를 통해 분명해진 사실은 사안에 따라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사실상 지시를 내리는 관계였다는 점입니다. 일부 장관에 대해 김건희가 면접을 보는 등 주요 공직자 인선을 장악했다거나, 윤석열이 참모들과 내린 결정이 한남동에서 갑자기 바뀌었다거나, 외교안보 보고는 윤석열뿐 아니라 김건희에게 별도로 전달됐다는 게 소문에서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김건희가 단순한 계엄의 동기 제공자가 아니라 계엄 음모의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까지 내렸을 수 있는 핵심 주체였음을 시사합니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두 사람은 계엄의 사전 공모와 공동실행자가 되는 셈입니다.
특검은 내란범 단죄뿐 아니라 계엄의 동기와 배경 등 심연을 파헤치는 사명도 안고 있습니다. 김건희가 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알고 있었다면 언제부터였는지, 계엄의 기획과 모의 단계에까지 관여했는지를 밝혀내야 합니다. 조은석 특검은 수사를 시작하며 "사초를 쓰는 자세로 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자세는 내란 특검뿐 아니라 김건희 특검에게도 해당합니다. 두 특검은 수사 공조를 통해 김건희의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남은 소임을 다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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