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분 종부세 세율 개편안2005년 이후 종부세 세율의 변천과 향후 개편 내용
전강수
일정한 조건을 갖춘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해서는 세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행 장기보유자 공제를 1주택 실거주자 공제로 전환해서, 1주택 실거주자로서 5년 이상 거주하고 과표 50억 원 이하인 경우, 매년 10%씩 세액을 공제하되 총 80%까지 공제해 주는 것이다. 이 장치를 두면 현재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염려하는 '한강 벨트' 주민들의 반발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노무현의 정신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다.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부과하여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1/n씩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새로운 세금이다. 국토보유세는 여러 면에서 종부세보다 우수하다. 주택 따로, 종합합산 토지 따로, 별도합산 토지 따로 과세하는 용도별 차등 과세를 폐지하고, 건축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알려진 건물 보유세를 제외하며, 극소수 고액 보유자만이 아니라 모든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종부세보다 토지공개념 정신에 더 부합하는 것은 물론이다. 보유세 강화가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는 이유는 '내기만 하고 받는 것은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모른다. 세수 순증분을 다른 데 쓰지 않고 그대로 국민에게 1/n 씩 나눠주면 조세 저항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나는 "불평등 시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라는 논문(서울사회경제연구소, <불평등 시대의 부동산 정책>에 수록)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전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포함) 실효세율을 0.37~0.76%로 높이고, 세수 순증분을 전액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면, 순수혜 세대가 전체 세대의 83.4~85.9%에 달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비례세를 가정하고 계산한 결과로, 만일 누진세 구조를 도입한다면 순수혜 세대의 비중은 90%를 훌쩍 넘어설 것이다.
종부세는 그 세금으로 혜택을 입는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 기득권층의 조세 저항을 막아설 사회세력이 등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국토보유세는 그렇지 않다. 순수혜자가 될 90% 이상의 국민은 소수의 순부담자들이 벌일 조세 저항을 막아설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상위 2~4% 부동산 부자들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어 종부세를 두고 '세금 폭탄'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전 국민의 약 90%가 혜택을 보는 구조를 만든다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고 기득권층의 저항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개혁'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혁이 핵심이지만, 아울러 주택 공급 방식을 전면 전환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공공임대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유지를 강제수용해서 조성한 공공택지를 그대로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하거나 그곳에 주택을 건설해서 분양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사유지를 강제수용한다는 것은 매우 높은 공공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다. 그와 같이 고도의 공공적 행위를 해놓고는 그 토지를 민간에 매각해 버렸으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칙상 강제수용한 토지는 국공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 또 빈약한 국공유지 비율을 생각할 때 공공기관 이전·유휴 부지와 군 골프장 같은 기존 국공유지도 국공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공택지와 국공유지를 가능한 한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적용되는,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여 임대료를 받는 방식은 서민들에게 저렴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면서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6% 수준(2022년)에 머물고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을 OECD 평균(7.1%) 이상으로 높이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서민층이 주거 문제로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한국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OECD 평균이 아니라 유럽 모범 국가의 수준(약 20%)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 이제는 현실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성호
노무현 대통령은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부동산 불패 신화와 맞서 싸웠다. 비록 당시에는 기득권층의 조세 저항과 수구 언론의 왜곡으로 인해 그 뜻이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그가 제시한 방향은 분명 옳았다.
조국 대표가 꺼내든 토지공개념은 조봉암의 실천을 재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무현의 꿈을 다시 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 이번에는 조금 달라야 한다. '세금을 더 걷겠습니다'가 아니라,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 여러분께 배당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정교하게 설계한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 모델은 노무현 정부가 겪어야 했던 조세 저항의 파고를 거뜬히 넘을 튼튼한 선박이 되리라 기대한다. 조국 대표를 필두로 대한민국 정치권이 이 길을 걸어가,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땀 흘린 사람이 대접받는 정의로운 나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사족 한 마디. 이 기대를 충족하려면 조국혁신당과 조국 대표는 너무 짙은 조국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당명에서부터 '조국'을 빼기 바란다. 지금보다 더 추락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폭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겠지만,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라고 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당명으로 당을 새롭게 하고 내부 조직의 '결함'을 철저히 제거한 다음, 조봉암의 토지개혁을 이어받은 토지공개념 비전을 소리높여 전파하라. 그러면 희망과 변화의 상징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처럼, 조국 대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희망의 정치가로 우뚝 세워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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