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8 06:21최종 업데이트 25.11.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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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항의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개최한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예상대로 국민의힘이 27일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특검 수사가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당당히 표결에 참석해 부결표를 던지는 게 맞았다. 자신은 떳떳하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하던 추 의원도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 다수당의 횡표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포장하기엔 낯뜨겁다.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 해제 국회 표결에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게 윤석열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추 의원 구속 여부 결정이 하필이면 '비상계엄 1년'을 눈앞에 둔 시점이다. 계엄 이슈를 피해가려 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부터 일주일 간 국민의힘은 매일 계엄과 내란, 윤석열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온갖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수사를 동원해 위기를 넘기려 하겠지만 그럴수록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다.

장동혁 대표부터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메시지를 발표하겠다고 예고는 해놨는데, 도무지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추 의원 영장이 기각되면 더 강력한 대여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발부되면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터다.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자칫 두 개의 성명서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장 대표는 속을 끓이겠지만 정작 국민 절대 다수는 무관심하다. 어차피 국민의힘이 돌변해서 "윤석열과 절연하겠다"고 나설 일은 없겠어서다. 이미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이 지향할 방향은 분명해졌다. 강성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 세를 공고화한 뒤 중도층 공략에 나선다는 거다. 야심차게 기획한 장외 집회 장소가 TK·PK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집회 도중 즉석 연설의 표현도 한층 거칠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의 재앙"이라며 '히틀러' '독재자' 같은 원색적인 말을 쏟아낸다. 한 장외 집회에서는 "이재명 사주받은 쥐새끼들"이란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을 때리면 극렬 지지층이 환호할 거라는 자기 나름의 믿음에 기초한 전략일 것이다.

현 시기에 집토끼 먼저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건 정치 문외한이라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장 대표가 잘못된 판단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른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장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장 대표가 차기 대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건 여의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기 정치'에 골몰하는 건 장 대표뿐이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당의 현 상황에 심드렁하다. 자신들의 명줄이 달린 총선은 아직 한참 남았고, 지방선거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사과와 반성을 얘기하는 이들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극소수와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는 일부 광역단체장들뿐이다.

당의 존립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윤석열은 한낱 도구에 불과하다. 정권을 뺏기고, 당을 망친 윤석열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윤석열을 부여잡는 건 '윤어게인' 세력에 붙어 정치 생명 연장을 꾀하려는 안간힘이다. 그런 국민의힘에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장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부끄러운 것'이란 연설로 일약 대표에 당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패대기 쳐지는데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 "대통령을 지키자고 했던 장동혁을 향해 배신자라고 부르는데 그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장 대표는 최근 장외 집회에서 그때를 떠올리듯 "저들이 우릴 공격할 때 우리는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비판했는데 그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진짜 부끄러워할 것은 따로 있다. 내란 사태에 반성도 사과도 않고, 윤석열과 단절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그래서 국민에게 분노와 실망을 안겨주는 자신과 국민의힘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하긴 그걸 알면 국민의힘이 이렇게까지 바닥을 드러내게 됐을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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