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보강 : 26일 오후 5시 40분]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내란 우두머리 방조·내란중요임무종사·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초록색 넥타이를 맨 채 피고인석 가장 앞쪽에 앉은 한덕수 전 총리는 특검의 구형이 낭독되는 동안에도 별다른 표정 없이 애써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자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면서 "피고인은 행정부 2인자이자 국무총리로서 이 사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에도 12.3 비상계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했고, 본인 죄책을 숨기려고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어 "본 사건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의 내란 범행에 있어 올바른 정책 결정이 내려지도록 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국무총리가 오히려 이에 가담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범행에 가담한 사안"이라며 "국무총리인 피고인이 헌정질서, 법치주의를 파괴해 죄책이 매우 중하며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결실, 한순간에 무너졌다"
특검은 45년 전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가 일으킨 비상계엄을 언급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은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을 손상시켰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하기도 어렵다. 과거 내란 범죄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기회를 박탈한 거였다면 본 건 내란 범행은 수십년간 한국이 쌓은 민주화의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국제 신인도 및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켰다."
"과거 5·17 내란 가담자인 주영복 전 국방장관 판결이 설시하는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당시 법원이 주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면서 밝힌 양형사유를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下僚, 아랫사람)의 일이다. 피고인(주영복)처럼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하면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
지난 24일 피고인 신문에서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관련 전체 계획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라는 표현은 명확히 쓰지 않았지만,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여러차례 전했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에 대해 "당시 하도 경황이 없고 황망해서 멘붕 상태가 계속된 것 같다"라고 전제한 뒤 "어떤 경위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부족하다. 보고 들은 것이 제대로 인지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①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②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을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③윤씨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한 혐의(
위증)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후 재판부의 소송 지휘에 따라 ④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변호인단 "CCTV, 음성 안 나오는 추측 증거자료" 반박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2차 공판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CCTV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검찰의 15년 구형 이후 한 전 총리 변호인단의 최종변론이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특검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CCTV 영상에 대해 "음성이 안 나오고 추측하는 증거자료"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언론사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수용한 적 없다"며 "11분 정도 이상민(전 행안부장관)과 대화 나눴는데 문건이 무엇인지 어떤 대화 나눴는지 특검은 자의적으로 추측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이상민과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단전단수를 논의한 적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변호인단은 유죄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한 듯 읍소 전략을 펼쳤다.
"피고인은 올해 77세이며, 78세의 처가 있다. 관절질환으로 거동이 어렵다. (피고인은) 공직생활을 통해 훈장을 수훈한 인물이다. 계엄에 찬성한 적도, 내란을 인식한 적도 없다. 재판부가 이 같은 사정을 참작해 법이 허용하는 관대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또한 선고 직후 구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피고인은 공인으로 도주 우려가 없다"며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상급심에서도 자유롭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덕수, 50년 '공직' 강조... "대통령 뜻 돌리려 했다"
변호인의 최종변론이 끝난 뒤, 한 전 총리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고 최후진술에 나섰다.
한 전 총리는 "저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직자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짚기 시작했다.
"저는 1970년 경제관료로 입직해 한평생 공직의 길을 걸어왔다. 해외원조를 받아서 예산을 짜가면서 우리나라가 첨단산업 발전과 문화융성을 이루는데 역할했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와 FTA를 맺었고, 수출을 써내려가는 과정 지켜봤다. 경제정책 최일선에서 일하며 수많은 신화를 써가는 것을 봤다. 제 인생 긍지와 보람이다.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다. 전력을 다하는 게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어 한 전 총리는 "그 길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면서 소위 '멘붕'에 빠져 "기억이 없다"라는 말을 지난 공판에 이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는 순간 저는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 순간 기억이 맥락도 없고 분명치 않다. 다만 절대로 동의할 수 없고 대통령의 뜻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도저히 막을 도리 없다고 생각해 국무위원 모셔서 다함께 대통령 결정을 돌리려 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는 "저는 그동안 그날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며 "여기 계신 어떤 분 보다 제가 스스로를 더 혹독히 추궁했다.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선고 기일 좀 늦어서 재판부도 아쉬운 상황"이라면서 "중요 사건의 경우 두 달 (여유를 두고) 잡는 경우 종종 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쉽지만 방법이 없고 최선의 날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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