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다음달 초부터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가운데, 베일에 가려진 윤석열 정부의 용산 이전 결정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잘못된 용산 이전으로 수천억원의 불필요한 예산이 소요된 데다 안보와 국정 운영상의 혼란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시민사회에선 이런 정책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용산 이전의 전 과정을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용산과 청와대를 오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드는 비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공식적으로 추산된 예산만도 1300억원에 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데 사용된 비용(832억원)에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 예산(259억원)과 국방부의 용산 재입주 비용(238억원)을 합한 액수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발생하는 경호부대 이전이나 시설 정비, 청사·공관 연쇄 이동과 관련한 부대 비용이 제외돼 있어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에 이를 거라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윤석열이 무리하게 용산 이전을 강행하지 않았으면 지출되지 않아도 됐을 예산입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의 후유증은 예산 낭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안보상 허점으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북악산이 뒤에 버티고 있는 청와대와 달리 용산은 사방이 뚫려있어 방공망 등 안보에 취약할 거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상공에 진입한 사실이 군 당국에 의해 뒤늦게 확인됐고, 미국 정보기관이 용산 대통령실을 상대로 불법적인 도·감청을 한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부합동 감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황당한 집무실 이전에 무속 개입 의혹 끊이지 않아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데 있습니다. 윤석열은 애초 대선 때는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공약했다가 당선 후 돌연 용산 이전을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도 국방부와 합참 등 군사시설 연쇄 이전으로 인한 안보 문제와 보안의 취약성 등 숱한 논란이 제기됐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습니다. 집무실 이전이 날림이다보니 관저 이전도 오락가락해 취임 후 상당기간을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졸속이 졸속을 낳는 기이한 상황이 거듭됐습니다.
용산 이전 과정이 황당했던 터라 '무속' 관련 의혹이 집권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 개입설과 '비선 실세'인 건진법사 관련설이 나왔고, 실제 풍수지리 전문가가 한남동 관저 이전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대선 직후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청와대에 가면 죽는다'는 조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대다수 국민은 이들 법사, 역술가, 풍수전문가, 정치브로커가 용산 이전을 결정했다고 믿는 상황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일으켰는데도 진상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감사원은 윤석열 집권 첫해 시민단체가 용산 이전 추진 과정의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지만 이전 결정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각하고 한남동 관저 공사 의혹만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마저 감사원이 김건희 개입 의혹은 배제해 현재 김건희 특검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여기에도 용산 이전 졸속 결정은 빠져 있습니다. 최근 출범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조사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검경이나 공수처 수사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윤석열 내란 재판과 특검 수사를 통해 불법 비상계엄 선포와 집무실 용산 이전이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그의 지휘를 받는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같은 공간에 위치하는 구조적인 상황이 계엄 발동을 용이하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이 군 수뇌부와 자주 어울리면서 군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키웠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를 내란 사태 발발 동기와 배경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연계해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용산 이전 추진 과정부터 대통령실·관저 불법 공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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