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4 20:55최종 업데이트 25.11.2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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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계엄 모의에 깊숙하게 관여한 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은 계엄에 반대했고, 제대로 계획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 방첩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 12.3 비상계엄 '넘버3'는 '넘버1'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이 말만 반복했다.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출석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내란특검 주신문 내내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는 2024년 3월말부터 윤석열씨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러 차례 식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이 자리에서 '피고인이 시국을 걱정하거나 비상대권을 언급했는가'란 질문에는 "제 형사재판과 관련있기 때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선택적 침묵

여 전 사령관은 '피고인의 질문에 증인이 무릎을 꿇고 계엄을 반대한 사실이 있는가' 같은 질문에는 상세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모의' 정황도 부인했다. 자신을 가리켜 '수사의 ABC도 모른다'던 피고인 윤석열씨를 두고 "(모임 당시) 국군통수권자이신데, 군이 계엄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떤 훈련이 준비됐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평가했다(관련 기사 : 또 여인형 밟은 윤석열… "피고인!" 꾸짖은 홍장원 https://omn.kr/2g4ei).

"판사님, 육군이 몇 명인 줄 아시나? 30만이다. 경찰은 몇 명인가? 10만이 넘는다. 개전 초기 계엄령이 발령되는데, 육군 30만 명 중에 계엄에 동원될 사람은 하나도 없다. 다 전방에 가서 전투하기 바쁘다. 사회질서(유지)를 군이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실태를 말씀드린 거다. (중략) 제가 왜 눈물을 보였을까. 대통령 앞에서 일개 사령관밖에 안 되는데 뭐가 되겠나. 무례한 발언을 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있고, 술이 한두 잔 들어가서 감정이 격해졌다. 그러나 군은 전시든, 평시든 계엄령을 해본 적 없다고 말씀드렸다. 제가 요 얘기를 자세하게 한 이유는,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고, 이 문제는 저도 여러 번 곱씹어서 생각했다. 저한테도 굉장히 충격적인 얘기였기 때문이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전부터 휴대전화에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등 메모해둔 내용을 내란특검이 제시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고 준비한 것 아니냐'고 묻자 화를 내기도 했다. "열심히 군대생활한 사람이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쓴 것을 포렌식으로 조각조각 끄집어내서, 그 조각들을 취사선택해서 왜 멋대로 스토리라인을 만드는가"라며 "정말 답답하고, 정말로 억울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정작 메모를 쓴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

여 전 사령관은 오히려 계엄 반대를 위해 작성한 메모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5일 'ㅈㅌㅂㅅ(지작사, 특전사, 방첩사, 수방사-기자 주) 공통된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이나 다음날 '최초부터 군경합동이 필수, 경찰 상황은?'이라고 적은 것 등은 "혹시라도 계엄을 생각하면 '택도 없는 소리다. 평시에 계엄을 한다면 경찰이 관여할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즈음 김 전 장관에게 "계엄은, 군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고도 했다.

하지만 계엄 선포 직전인 12월 1일부터 여 전 사령관의 메모는 점점 더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확인된 메모검찰 특수본

여 전 사령관은 이런 메모들에 관한 질문 대부분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또 "제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위증 이런 거 겁나서 말 못하겠다"며 자신의 헌법재판소와 군사법원 증언을 위증죄로 추가 기소한 특검을 에둘러 비난했다. 오히려 "실제 계엄 때 사이버사(육군 사이버사령부-기자 주)에 연락된 것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12월 3일 당일 메모도 "실제 저렇게 편성된 적이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실패한 계엄'이라는 변명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2024년12월 9일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 소재 국군방첩사령부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국군방첩사령부.연합뉴스

내란특검은 휴대폰 메모에 이어 대통령경호처 비화폰 통화내역을 제시하며 '물증'으로 여 전 사령관을 압박했다. 그러자 여 전 사령관은 "경호처 비화폰 기록 자체를 이 자리에서 처음 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기억을 환기할 수 없다"고 나왔다. 진종규 검사가 "통화했던 기억이 있는가"라고 다르게 물었을 때는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상황을 설명할 때 '실패한 계엄'이라는 점만 거듭 강조했다.

"검사님이 계속해서 몇 시 몇 분 통화하면서 무슨 얘기했냐는데, 설사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전화로 그런 얘기를 했다고 친다. 그런데 6, 7개 사령부가 움직이는 군사작전이 하루 이틀 몇 개 전화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불가능하다 불가능. 그래서 제가 대통령께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 거다."

여 전 사령관은 또 '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떼어오라고 지시했다'는 정성우 전 1처장 증언을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수사단장(김대우) 군사법원 재판에 나와서 '그날 밤 선관위 정도 규모가 되는 서버 카피는 말할 것도 없고, 떼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 사령관도 그 정도는 안다' 그렇게 증언했다"며 "남들 다 아는 걸 왜 저만 모르나. 제가 바보입니까"라고 했다. 정 전 처장을 가리켜 "가장 아끼는 부하지만 불행히도 기억이 다른 게 있다"고도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전혀 계엄이 일어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사가 있었고, 부대원들이 자연스레 회식하며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비록 제가 큰 잘못을 하고, 뭔가 잘못 판단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되겠지만, 우리 방첩사 부하들, 우리 사랑하는 부하들, 억울한 사람 많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부하들에게 전달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 진종규 검사 "증인은 김용현이나 다른 사람의 지시 없이 비상계엄 선포 뒤에 부대원을 출동시켰는가?"
- 여인형 전 사령관 "제가요?"
- 진종규 검사 "누군가로부터 지시는 받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부하들에게 지시한 것이란 증언이 맞는가."
- 여인형 전 사령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 재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제 재판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그래서 이 자리에선 증언을 거부하는 거다. 어떻게 저 혼자 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된다."

"사랑하는 부하들, 억울한 사람 많다" 눈물 흘렸지만...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체포명단을 받은 사실도 증언거부했다. '체포사유를 반문하진 않았는가'란 질문에도 증언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계엄 당일 연락을 주고받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관련해선 "그분이랑 저랑 서로 기억도 다르고, 워낙 복잡한 상황에서, 또 제가 위증으로 기소도 된 마당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몸도 아프시고 투병 중에 계시다는 그런 분을 상대로 물고 뜯고 다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증언거부였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제대로 된 명령도, 체계도, 작전도 없었다는 점을 끝까지 강조했다. 방첩사의 당시 상황도 증언만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님, 제 심정을, 생각을 말씀드린다. 군은 정상적인 작전을 하면 계획이 있고, 명령이 하달되고, 실제로 한 행위들이 상황일지에 기재되고, 그렇게 해서 철저하게 남겨놓는다. 그런데 이번 계엄 보시면 계획? 글쎄요. 본 적 없다. 명령지? 상황일지? 본 적 없다. 다 전화 통화한 거다.(중략) 성경 말씀에 나오는대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얘기했다고, (다들) 자기 생각대로 쭉 얘기하는 거다. 무슨 증거가 있나. 세상에 그런 군사작전은 없다고 계속 말씀드렸다."

하지만 방첩사는 계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인사의 신병 확보에 나섰고, 국회 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 직전에는 '세 사람만 우선 잡으라'는 지시 변경도 있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방첩사 단체대화방 내용이고, 관련자들의 증언이다. 이 큰 사실은 지금껏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 전 사령관은 '증언거부권'으로 자신의 행적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는 "홍장원씨랑도 다투고 싶지 않다"며 당시 통화관련 증언도 거부했다.

진종규 검사는 체포 지시도, 선관위 출동지시도 전부 증언을 거부하면서 '체포도, 선관위 서버 확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 물었다.

"수사관들이 (선관위에) 출동한 것 자체가 부하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생각은 안 하는가?"

여 전 사령관의 대답은 "증언을 거부하겠다"였다. 그는 "저도 지시하는 입장이고, 동시에 지시받는 입장이라 제 심경도 복잡하다"며 "다만 변명하는 것 같아서 이 자리에선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씨 쪽 반대신문이 다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오는 27일에도 여 전 사령관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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