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은 없으니까> 스틸컷.
TV조선
얼마 전 <다음생은 없으니까>라는 드라마에서 경력 단절이 된 엄마가 재취업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나도 당신이랑 똑같이 공부했고... 다른 사람들 다 뛰어가는데 나만 제자리. 하루하루 밀려나는 비참함을 당신은 알아?"
그랬더니 남편이 한 말은 "너한테 일은 허울 좋은 자아실현이겠지만, 나한테 일은 우리 네 식구 밥그릇이야!"였다. 놀랍게도 기막힌 이 대화를 모두가 내뱉진 않겠지만, 사실 우리 마음속에 뿌리 깊은 생각일 수도 있다. 누가 먼저 아이에게 달려가느냐는 성별과 그 성별에 붙여진 월급명세서에 따라 결정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의 장점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아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남편보다 덜 벌면서 자아실현 때문에 일하는 거냐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때 창출되는 효과는 엄청나다. 우리가 부정적인 단점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평가 절하되고 있을 뿐이다.
#1 선배로서의 엄마 : 사회적 태도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람
일단 일을 하는 엄마들은 결국 아이들의 사회 선배다. '일을 하러 나간다는 것', '내 명함을 갖고 책임을 진다는 것'의 사회적 태도를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무의식중에 배운다. 회사를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엄마가 없듯 아이도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학교까지 매일 꼭 가야 한다는 걸 배운다. 그렇게 시간관념과 책임의 태도를 배운다.
#2 경제활동을 하는 엄마 : 돈과 구조를 가르치는 사람
일하는 엄마는 소득을 얻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단순한 사실이 아이 교육에서는 큰 힘이 된다. "엄마 아빠가 힘들게 번 돈"이라는 말은 상투적이지만 진실이다. 돈의 효용, 노동의 대가, 선택의 우선순위 등은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에게서 가장 현실적으로 배울 수 있다.
엄마가 경제적으로 기여할 때, 가족의 의사결정 구조 또한 바뀐다. 양육과 노동을 한 사람이 독점하지 않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균형이 더 평등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는 아이에게도 가족 안의 역할이 성별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된다.
#3 자아실현을 하는 엄마 : 꿈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자아실현 때문에 일하는 거냐?"는 비아냥을 가끔 듣는다. 하지만 아이에게 매일 "꿈을 가져라"고 말하는 우리가 왜 정작 엄마의 꿈은 가볍게 여기는가? 만약 누군가 내 아이에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어쩔 수 없이 일해라"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엄마든 아빠든 자신의 가치를 되찾고 사회적 보람을 느끼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다. 꿈을 좇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준다.
경제적 소득이 근로 동기의 1순위일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되찾고 사회적 보람을 얻기 위해 재취업하는 엄마들의 동기도 응원받아야 할 가치다.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이지 손가락질받아야 할 모습이 전혀 아니다.
자부심,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게임
워킹맘의 죄책감은 '단점'만 볼 때 생긴다. 워킹맘의 장점도 분명히 많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단점만 들여다본다. 그럴 때 워킹맘은 스스로를 가해자로, 아이는 피해자로 만든다. 혹은 사회와 회사가 가해자가 되고 워킹맘이 피해자가 된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프레임이다.
반대로 장점을 바라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워킹맘은 아이의 사회적 선배가 되고, 회사는 무대가 되며, 사회는 함께 성장하는 장이 된다. 워킹맘이 자부심을 갖는 순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게임이 된다.
워킹맘인 나는 여전히 매일 바쁘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워킹맘의 삶은 고단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다. 엄마가 일할 때 세상에 만들어지는 효과는 놀랄 만큼 크다. 그 사실을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해 줬으면 한다.
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직장 생존비책
안유림 (지은이), 나비소리(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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