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9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개헌 토론회 '헌법과 젠더 - 성평등한 헌법 개정, 여성의 힘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
2017~2018년 개헌 정국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성평등 개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부와 회원단체, 전문가와 함께 헌법 개정안과 의견을 만들고 헌법 아카데미 개설, 외부 강연, 토론회 개최 및 발표 등으로 여성들이 성평등 개헌 논의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성평등 개헌 담론을 만들어갔다.
당시 박근혜 탄핵과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던 수많은 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있었고 시민이 주도하는 개헌에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 또한 당시 미투운동 등으로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근절, 노동권과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근본적인 대책은 성평등한 사회구조와 규범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성평등 개헌'이 필요했다. 이에 2017년 여성연합은 성평등 개헌 실현을 위해 개헌 10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여성연합이 당시 발표한 성평등 개헌 실현을 위한 개헌 10대 과제의 주요 방향과 내용은 ▲헌법 원칙과 국가 방향으로서의 성평등 실현을 전문에 명기 ▲문화 다양성과 자율성 보장 및 헌법정신에 맞는 전통문화 계승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여성 대표성 확대 및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 명기 ▲평등권 조항의 차별사유 확대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는 가족 구성권 명시 등 ▲성적 주체로서 존엄의 원칙과 재생산권 신설 ▲노동에서의 성평등 및 일·생활 균형 보장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권 강화와 돌봄권 도입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무급 재생산노동을 포괄할 수 있도록 경제 개념의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및 성평등을 포함한 인권증진을 위한 국가 책임의 명시이다.
당시 여성연합은 1년 반 동안 성평등 개헌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정치권을 압박하며 이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여성의 권리 증진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내용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헌법 원리로서 국가의 목표로 명시되지 않았고, 변화한 가족 형태와 생활에 부합하도록 혼인과 가족생활 관련 규정도 수정되지 않았다. 또한 여성의 노동을 권리가 아닌 '보호' 대상으로 그대로 유지하였고, 여성대표성 확대에 관한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성연합은 성평등 개헌을 위해 정치권의 변화를 촉진할 더 많은 여성시민사회의 힘과 연대가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2017~2018년 개헌 논의 이후 6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은 위헌·위법한 충격적인 비상계엄과 내란을 겪었다. 주권자인 시민들은 대통령의 헌정파괴 행위를 목격하면서 권력의 민주적 통제와 민주헌정체제의 재건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함을 다시금 절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개헌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하였고, 국회 역시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개헌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는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개헌 절차 및 추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개헌의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가장 중요하다. 이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간 개정되지 못했다. 당시 헌법 개정은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화를 제도화하였다. 그 이후 38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크게 변화했다. 변화된 현실에 부합하도록 헌법 역시 새롭게 개정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윤석열 탄핵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바란 사회는 차별 금지와 인권 보장, 즉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였다. 많은 시민들이 성별, 연령, 장애, 성적 지향, 인종,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 없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를 담아내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전문에 "실질적 성평등 실현"이라는 국가의 목표를 명시하고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헌법이 살아있는 규범력을 발휘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필자 소개] 양이현경은 시민개헌넷 공동대표이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글은 여성연합 이슈리포트 젠더 잇:다 2025년 9월호에 실린 '다시 돌아온 개헌의 시간 – 시민 참여와 성평등으로 여는 새로운 개헌 필요' 글을 요약·발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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