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7 11:16최종 업데이트 25.11.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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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개정된 헌법은 현재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개헌넷은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쟁점별로 소개하고 필요성과 절차를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하고 시민 주도의 개헌 공론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기자말]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며 비상계엄 이후 훼손된 헌법정신을 복원하고 지방분권 강화와 다양한 기본권 보장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정과제 첫 번째로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 개정을 과제로 내놓았다. 이를 위한 목표는 '개헌의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고, 개헌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헌정 체계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과정에도 개헌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선거 기간에 분권형 4년 중임제, 결선 투표제 등의 개헌을 이야기했고, 이후 문재인 정부는 국민주권적 개헌 및 국민참여 정치개혁을 제시하였다. 문재인, 이재명 두 정부에서 제시한 개헌의 내용을 살펴보면 개헌의 주요 골자는 다르지 않지만 이재명 정부는 개헌의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였다.

모두가 원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지난 개헌

2017년 9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 헌법을 위한 릴레이 토론회 '헌법 제15조를 신설하라!'한국여성단체연합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개헌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7년 초,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하였으나 36명의 위원 중 여성은 겨우 2명뿐이었고, 53명의 자문위원 중 여성은 8명에 불과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촉직 위원의 경우에는 특정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를 위반한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국순회토론회를 11차례 개최하였으나 토론회는 실질적인 국민참여라기보다는 요식행위에 가까워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전국순회토론회는 그대로 진행되었고 부산에서 치러진 1차 토론회는 참여자를 200여 명으로 제한하였고, 특정 단체가 좌석을 집단적으로 점유해 토론회에 참가하기 위해 나온 많은 시민들은 이를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개헌특위 위원의 발제는 불명확했고, 8명의 토론자 중 7명이 교수로 배치되는 등 패널의 대표성도 확보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수십 차례의 토론을 거쳐 작성한 개헌 쟁점에 대한 보고서가 일반에게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2017년 초에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는 실질적인 국민 공론화와 합의 과정을 마련하지 못한 채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마무리되었다. 2018년 헌법 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었지만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이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018년 2월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한 달 후에는 대통령 단독으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국회에서 개정하지 않아 '6월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무산되었고, 이후 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었다.

당시 개헌이 진행되지 못한 것에는 당리당략을 앞세워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본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아 투표를 불성립시킨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과 개헌안 통과나 국회 합의안 마련을 위해 어떠한 정치력과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직무 유기와 책임이 크다. 촛불혁명을 거치며 개헌에 대한 시민적 요구가 높았고, 여야 모두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았지만 개헌은 결국 좌초되었다.

시민참여와 성평등으로 여는 개헌 필요

2017년 11월 9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개헌 토론회 '헌법과 젠더 - 성평등한 헌법 개정, 여성의 힘으로!'한국여성단체연합

2017~2018년 개헌 정국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성평등 개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부와 회원단체, 전문가와 함께 헌법 개정안과 의견을 만들고 헌법 아카데미 개설, 외부 강연, 토론회 개최 및 발표 등으로 여성들이 성평등 개헌 논의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성평등 개헌 담론을 만들어갔다.

당시 박근혜 탄핵과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던 수많은 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있었고 시민이 주도하는 개헌에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 또한 당시 미투운동 등으로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근절, 노동권과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근본적인 대책은 성평등한 사회구조와 규범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성평등 개헌'이 필요했다. 이에 2017년 여성연합은 성평등 개헌 실현을 위해 개헌 10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여성연합이 당시 발표한 성평등 개헌 실현을 위한 개헌 10대 과제의 주요 방향과 내용은 ▲헌법 원칙과 국가 방향으로서의 성평등 실현을 전문에 명기 ▲문화 다양성과 자율성 보장 및 헌법정신에 맞는 전통문화 계승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여성 대표성 확대 및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 명기 ▲평등권 조항의 차별사유 확대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는 가족 구성권 명시 등 ▲성적 주체로서 존엄의 원칙과 재생산권 신설 ▲노동에서의 성평등 및 일·생활 균형 보장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권 강화와 돌봄권 도입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무급 재생산노동을 포괄할 수 있도록 경제 개념의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및 성평등을 포함한 인권증진을 위한 국가 책임의 명시이다.

당시 여성연합은 1년 반 동안 성평등 개헌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정치권을 압박하며 이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여성의 권리 증진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내용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헌법 원리로서 국가의 목표로 명시되지 않았고, 변화한 가족 형태와 생활에 부합하도록 혼인과 가족생활 관련 규정도 수정되지 않았다. 또한 여성의 노동을 권리가 아닌 '보호' 대상으로 그대로 유지하였고, 여성대표성 확대에 관한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성연합은 성평등 개헌을 위해 정치권의 변화를 촉진할 더 많은 여성시민사회의 힘과 연대가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2017~2018년 개헌 논의 이후 6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은 위헌·위법한 충격적인 비상계엄과 내란을 겪었다. 주권자인 시민들은 대통령의 헌정파괴 행위를 목격하면서 권력의 민주적 통제와 민주헌정체제의 재건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함을 다시금 절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개헌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하였고, 국회 역시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개헌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는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개헌 절차 및 추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개헌의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가장 중요하다. 이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간 개정되지 못했다. 당시 헌법 개정은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화를 제도화하였다. 그 이후 38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크게 변화했다. 변화된 현실에 부합하도록 헌법 역시 새롭게 개정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윤석열 탄핵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바란 사회는 차별 금지와 인권 보장, 즉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였다. 많은 시민들이 성별, 연령, 장애, 성적 지향, 인종,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 없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를 담아내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전문에 "실질적 성평등 실현"이라는 국가의 목표를 명시하고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헌법이 살아있는 규범력을 발휘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필자 소개] 양이현경은 시민개헌넷 공동대표이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글은 여성연합 이슈리포트 젠더 잇:다 2025년 9월호에 실린 '다시 돌아온 개헌의 시간 – 시민 참여와 성평등으로 여는 새로운 개헌 필요' 글을 요약·발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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