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4 11:57최종 업데이트 25.11.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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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전 검찰총장(왼쪽)과 임은정 동부지검장연합뉴스/남소연

국민 세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검사장이 있다. 그런데 그 검사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한 후임 검사장이 있다.

후임 검사장이 공개한 자료 덕분에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은 전임 검사장의 횡령 의혹에 관해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국회의원이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장이 아니라 자료를 공개한 검사장이 문제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법무부 차관이 그에 맞장구치는 행태를 보였다.

이건 최근 있었던 실화다.

송석준 의 트집에 동조한 법무부 차관

2025년 11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가 열렸다. 그런데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상한 발언을 했다.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비 집행자료를 충실하게 공개한 것이 문제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송석준 의원 : "이번에 동부지검장이 공개한 내용들은... 좀 오버한 지나친 내용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고 돌출성 또 무책임한 일선 공직자들의, 기밀을 지키지 않고 공직자의 기본도 어기면서 이렇게 하는 행태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사와 그에 따른 엄정한 책임을 묻는 그런 행위가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것에 대해서 차관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이런 송석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맞장구를 치는 듯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통일된 공개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위반될 경우에 적정한 조치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등 법안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에 출석해 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록국회

심우정의 횡령의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어

그러나 그날 송석준 의원과 이진수 차관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비 자료를 충실하게 공개한 덕분에 드러난 심우정 전 지검장의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심우정 전 지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근무하던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으로 사용했다. 2021년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116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부하검사들에게 '명절 떡값'으로 돌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1·2·3·4·5·6부장과 여성아동범죄부장, 사이버범죄형사부장,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했고, 차장검사와 인권보호관 등에게도 특수활동비를 나눠줬다.

2022년 설 명절을 앞두고도 135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간부급 검사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뿐만 아니다. 심우정 전 지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재직한 13개월 동안 총 2136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셀프 수령'했다. 이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된 특수활동비 총액인 1억 4천여만원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셀프 수령'에 대해서는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이나 정보수집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경비이다. 그런데 그 돈을 검사장이 셀프수령해서 가져갔으니, 그 자체로 특수활동비의 용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 사례하승수

과거 국정원장 특수활동비 횡령 사건에서 법원은 특수활동비를 용도와 사용목적을 위반하여 사용한 것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했다. 그 결과 국정원장 3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심우정 전 지검장에게도 충분히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런데 송석준 의원은 이런 위법행위가 드러날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한 임은정 지검장은 문제 삼으면서 심우정의 횡령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법무부 차관도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이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임은정이 아니라 심우정을 비롯해서 특수활동비를 오·남용한 고위검사들이다.

검찰개혁 의지가 있다면, 검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해야

여당인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 31.5억 원을 살려놓았다. 작년에는 전액 삭감했지만, 올해는 31.5억 원을 인정한 것이다.당초에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있던 72억 원에서는 절반 이상 삭감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보면 전액 삭감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이나 정보수집활동'에 쓰도록 되어 있지만, 그렇게 사용했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우정처럼 횡령 의혹이 있는 경우 이외에도 특수활동비를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자의적인 격려금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사례들, 밥값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연말에 남은 특수활동비를 10원짜리까지 털어 쓰고 잔액을 0원으로 만드는 행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은정 지검장이 공개한 자료만 보더라도 이런데, 검찰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그야말로 복마전같은 세금 오·남용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고, 그동안의 오·남용 실태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검찰의 가장 치명적인 치부를 덮어주면서 어떻게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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