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5 06:47최종 업데이트 25.11.2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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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행하는 치안 확보를 통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 유지와 재난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그 어떤 개혁보다도 소중한 일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자가 되기 이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주로 국정원, 경찰, 검찰 관련한 수사 입회, 법정 변론과 함께 그 개혁 추진에 관한 일들을 했었다. 그 경험이 민정수석실에서 수행한 권력기관 개혁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변호사 시절 접했던 이들 기관과 민정수석실 공직자가 되어 접한 이들 기관은 내게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서 있는 곳과 내가 할 일이 질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 시절 이들 기관은 내게 감시와 견제, 질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공직자가 되고 보니 이들 기관이 나라의 중추라는 점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위법한 직무수행의 감시와 감독, 나아가 이들 기관이 권한을 남용하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직무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들 기관들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지키도록 필요한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권력기관 개혁의 목표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권력기관 개혁도 그 기관의 역할과 기능 자체를 더욱 더 잘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면서 업무를 진행해 나갔다. 변호사 시절 권력기관의 불법만이 눈에 들어왔고, 그리하여 개혁에만 주안을 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 기관에 대한 인식에 질적인 차이가 생긴 셈이다.

경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공직 이전 나의 경찰에 대한 인식은 부정 일변도였다. 민변을 중심으로 한 나의 변론 활동 중 상당수가 경찰 수사 내지 집회 해산 등의 사안이었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 대신 우리 사회가 누리던 안정적인 치안 수준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공직자가 되고 보니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국민들의 평온한 삶의 유지라는 점을 공직자가 되고 보니 매일 매일 절감하게 되었다. 그 결과 경찰이 수행하는 치안 확보를 통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 유지와 재난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그 어떤 개혁보다도 소중한 일이라는 점을 청와대 근무기간 내내 되뇌었다. 민정수석실은 경찰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경찰이 잘하고 있는 치안과 질서 유지의 업무는 더욱 더 잘하도록 하게 하되, 쌍용차 진압, 용산 남일당 참사, 백남기 농민 사건 등에서 보인 국민들에 대한 폭력적 규제 일변도의 경찰력 행사는 철저하게 제어하였다.

수사권 개혁의 주어, 경찰이어야 한다

한편 제도 개혁 차원에서 경찰개혁 과제는 주로 ①수사권 개혁과 ②자치경찰제 도입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먼저 ①수사권 개혁의 경우 앞선 연재글인 검찰개혁편에서 이미 다룬바 있다. 이전 연재글로 대신하고 반복하지 않겠다.

다만, 이 글을 통해서 수사권 문제를 검찰개혁의 내용으로만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은 꼭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수사-기소 분리를 국가적 과제로 천명한 이상, 수사권 개혁은 이제는 경찰개혁의 세부 내용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수사권 개혁을 검찰개혁의 내용으로 다루게 되니 수사권 문제는 늘 검찰이 주어이고 경찰은 술어나 수식어의 처지에서 주변부를 맴돈다. 그러다보니 경찰수사가 부실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정작 경찰수사역량의 개선을 위하여 우리 사회는 어떤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경찰수사의 부실함이 의미있게 운위되는 것은 오직 '그래서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 '전건송치주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때 뿐이다.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논자들을 보면, 경찰 수사역량이 부실한 원인을 진지하게 살피고, 이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경찰의 수사역량의 부실함은 '답정너'다. "너희는 수사를 못해. 그러니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해!" 경찰이 수사역량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경찰 수사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어떤 대안이 있는지, 어떤 유의미한 관심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사-기소 분리를 번복 또는 수정하지 않는 이상, 이제 더는 수사권 개혁을 검찰개혁의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수사권 개혁의 주어는 경찰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문제되는 부실한 경찰수사역량의 문제도 비로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과 '경찰위원회 실질화' 문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민갑룡 경찰청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2019년 5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협의'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남소연

②자치경찰제 과제의 경우 수사권 개혁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회한이 남는 문제다.

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자치경찰제가 논의된 지난 30년간 자치경찰하면, 국가경찰과는 별도의 조직과 별도의 기관을 응당 생각했을 것이다(이른바 이원화 모형). 문재인 정부 역시 이원화 모형에 따라 2018년 11월 13일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19년 3월 11일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이 방안을 입법발의하였다. 그러나 2020년 12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의 자치경찰제는 이원화 모형이 아닌, 다소 변형된 일원화 모형이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당시 몰아닥친 미증유의 코로나라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광역 단위와 기초 단위까지 별개의 기관과 조직으로 국가경찰을 분리하는 것의 재정소요 문제였다. 단순히 자치경찰청사의 확보로 인한 재정소요 말고도, 각 자치경찰기구의 상위직급 신설에 따른 인사 수요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이 법안 마련 당시 나로서는 완전한 이원화 모형이 어렵다면, 광역단위라도 이원화 모형을 도입해야만 자치경찰제가 온전하게 시행될 초석이 되고, 지방분권의 취지와 비대한 경찰권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고 관련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국 현재의 변형된 일원화 모형으로 설계되었다. 그리하여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구분하고, 국가경찰사무 가운데 수사사무의 총괄적 지휘감독기관으로서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는 것으로 하고,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권을 갖는 것으로 입법되었다(경찰사무 3분론). 법 이름에 '자치경찰'이라는 용어가 '국가경찰'과 병렬적인 개념으로 사용됨으로써 적어도 자치경찰 제도가 역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법 이름을 작명한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경찰개혁의 점을 돌아보면서 '경찰위원회 실질화' 문제도 성찰적 관점에서 기록해 두고자 한다. 경찰위원회 실질화 문제는 2017년 대선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이었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이뤄내지 못하였다. 이 점에 대하여 2022년 행안부 경찰국 사태 당시 비판과 질타가 있었다. 역시 변명같은 이야기이지만,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국가가 보유한 합법적 폭력인 경찰의 지휘 감독권을 위원회 조직에 맡기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 고려되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제고와 경찰권의 분산, 지근거리에서 시민의 삶을 보살피는 경찰력 행사의 취지에서 장차 자치경찰제의 확대 문제와 함께 경찰위원회 실질화 논의가 진전되기를 바란다.

경찰파쇼론, 과연 타당한가

마지막으로 경찰개혁 관련한 글을 쓰는 기회에 경찰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적어두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한다. 수사에서부터 여성, 청소년, 학교폭력, 경비, 정보에 이르는 방대한 업무 범위에 10만이 넘는 경찰관의 숫자를 운운하면서 경찰이 파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청와대 재직시에 무수히 들었다. 특히 검찰 출신들이 경찰에 대한 우려를 많이 말했다. 나는 이들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부조화스럽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는 경찰에 대하여 "X새"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풍조가 남아 있다. 또한 공직에서 경험해 보니 경찰의 경우 평소의 역할과 기여에 비하여 그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다른 공직에 비하여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 꽤 있었다. 다른 국가기관과 비교해 볼 때, 경찰의 전체 인력의 숫자에 비추어 상위직급이 현저하게 적은 것이 한 예이다. 그러면서 경찰파쇼론을 얘기한다. 경찰이 파쇼가 될까봐 일부러 멸칭으로 부르고, 그 역할과 기여에 비하여 평가와 보상을 인색하게 하나 하는 의문을 가진 적도 있다. 경찰을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역할과 소임에 맞게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해 주고, 그에 비례한 책임을 묻고, 그에 맞는 견제와 통제를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어디 경찰 뿐이랴? 모든 공직에 해당하는 말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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