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디딤돌·버팀목 전세금 대출 등의 예산 삭감' 등을 지적할 목적으로 김 실장의 딸 전세 거주 사실과 김 실장의 갭투자 의혹을 엮어서 문제를 제기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하자 우상호 정무수석이 김 실장을 말리고 있다.
남소연
나는 김은혜 의원이 야당 의원으로서 얼마든지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가 청년들의 전세 자금을 더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는 건,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열악한 거주 환경에 몰리거나 살 집을 찾지 못하는 '주거 불안정 현상'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안의 차원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면 된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굳이 김용범 정책실장의 딸을 거론하며 '임대주택에 살게 하고 싶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 나는 임대주택이건 무엇이건 간에 가릴 처지가 아닐 정도로 청년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의 주거 현실이 절박함을 김 의원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부동산을 자산 형성 수단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이 나를 임대주택에서 살게 해준다고? 아마 나는 쾌재를 부르며 이사짐 센터 예약일을 알아볼 것이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고위공직자의 가족이 성역은 아니다. 공적으로 제기할 만한 문제가 있다면 그들도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가령 고위공직자인 부모의 힘으로 채용이나 자산 형성에 있어 자식이 부당한 이득을 누린 경우가 사례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공적인 문제제기를 할 때 가족을 언급하는 건 지양했으면 한다. 서로 감정만 상하고 문제의 본질은 가려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 만일 누군가 "김은혜 의원은 200억 자산가에 아들도 미국의 비싼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는 특권층이라, 임대주택도 절실한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모르는 거 아니냐"고 말을 한다면 김 의원 본인도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김용범 정책실장의 격노도 매우 부적절 했지만 김 의원도 자신이 그런 반응을 부추길 만한 발언을 한 건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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