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11월 13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튜브 갈무리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모욕주기.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두 차례나 겪은 '윤석열식 공격'이다. 20일 세 번째 공격에도 그는 꼿꼿했다.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쩔쩔매던 변호인단은 '증인의 태도'를 운운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는 윤씨 쪽의 홍장원 전 차장 반대신문이 열렸다. 핵심 쟁점은 역시 '홍장원 메모'였다. 위현석 변호사는 그가 지난 13일 특검 주신문에서 '12월 4일 보좌관이 작성한 3차 메모(헌재에 제출한 메모-기자 주)는 보좌관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증언한 점을 언급했다. 홍 전 차장이 12월 3일 밤 최초로 체포대상자 명단을 적은 '1차 메모'와 다르다는 취지였다.
홍 전 차장은 "변호사께서 어떤 의미로 말씀하는지 알지만, 이 3차 메모는 1차 메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위 변호사는 "그렇게 뜬구름 잡는 얘기하지 마시고요"라고 반응했다. `
적극 대응 나선 홍장원, '호출' 당한 김계리
홍 전 차장은 "그냥 보좌관이 썼다고 한 부분이 잘못 이해됐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위 변호사가 자꾸 '12월 3일 작성과 12월 4일 작성은 다르다'고 추궁하자 "지난 공판 때 변호사 한 분이 이 메모 신뢰성의 핵심 포인트는 그 보좌관이 있느냐, 차장의 지시를 받고 실제로 썼느냐라고 했다"며 "
그 보좌관을 불러서 직접 물어보시라"고 했다. '검찰에서 보좌관을 조사하지도, 진술조서를 만들지도 않았다'는 말에 "아니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도 반박했다.
"2월 4일 (헌재에) 1차 증인 출석했을 때 김계리 변호사가 제 보좌관 진술서라는 걸 보여주면서 '보좌관이 메모를 적었다는 내용은 진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적 있다. 당시 김계리 변호사는 제 보좌관 진술서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제가 보좌관 글씨를 보니까 그 사람(메모 작성자)이 아니라서 제가 보좌관이 한 사람이 아니라고, 세 사람 있다고 해서 김계리 변호사는 다 알고 있다. 김계리 변호사님, 기억 못 하세요?"
홍 전 차장의 호출에 김계리 변호사가 "맞다. 증인이 보좌관이 두명이냐, 세명이냐 되묻지 않았나"라며 등판했다. 이어 "여기는 증인이 답변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전 차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국정원 진술을 어떻게 확보했는가"라며 "국정원의 모든 문건이 반출되지 않도록 돼있는데 혹시라도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건을 헌재에 제출하면서 증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유도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 변호사는 "증거기록에 있다"고 대꾸했다.
불리한 증인이 나오면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던 윤석열씨 변호인단은, 정반대 상황에 처하자 당혹스러워했다. 위현석 변호사는 "재판장님 증인 태도에 좀... 변호사가 위법을 저지르진 않지 않나. 주의를 달라"고 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김계리 변호사가 위 변호사 진행 도중 개입한 점을 지적한다음 "증인께서도 이따 말씀하실 기회를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 변호인이 물어보는 부분을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말해달라"며 중재에 나섰다.
홍 전 차장은 "알겠다"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긴장해서가 아니라 변호사께서 묻는 의도가 보이니까 제가 그 부분을 설명드리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변호인단은 또 발끈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증인의 태도가, 변호인 묻는 의도에 따라 변명한다는데 의도를 떠나서 객관적 사실을 물으면 인정하는지 안 하는지 (답)하고 추가신문을 해야하는데 다른 얘기를 자꾸해서 이렇게 하면 (신문에) 10시간이 넘을 것 같다"며 재판부의 소송지휘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귀연 부장판사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 게, 증인이 말씀하는 태도나 여러 가지 반응은 다 신빙성의 판단 기준이 된다. 그렇게 말씀할 건 아닌 것 같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렁이 글씨'의 진실... "그래서 오해하셨군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2월 20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재판부에 제출했던 '홍장원 메모' 설명자료. 홍 전 차장은 11월 20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 '지렁이 글씨'로 공격받았던 1차 메모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를 예시로 든 것에 불과하다고 증언했다.
헌법재판소 유튜브 갈무리
홍 전 차장은 윤씨 쪽에서 자신이 헌재에 제출한 1차 메모 예시를 두고
'지렁이 글씨'라며 의혹을 제기해온 대목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그는 헌재 2차 증언 당시 메모에 관한 설명자료를 만들면서 "
이미 폐기한 1차 메모가 없어서, 인터넷에 떠있는 그래픽 중 하나를 다운로드 받아서 예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연히 노란색 종이에 막 흘려썼다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에, 흘려쓴 메모를 인터넷에서 찾다보니까 저게 나온 것이지 그 외에 아무 의미도 없다"고 덧붙였다.
- 위현석 변호사 "증인이 직접 쓴 게 아니고, 유사한…"
- 홍장원 전 차장 "유사한.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얀 종이로 안 하고 노란 색깔이 들어간 게 잘못이라면 잘못 같다."
'지렁이 글씨'가 노란 포스트잇 모양에 흘림체가 쓰여있는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위 변호사는 "굳이 1차 메모를 포스트잇 형태로 출력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게 포스트잇 아닌가"라며 '포스트잇'에 계속 집착했다. 홍 전 차장은 "저게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그래픽"이라며 "
노란 포스트잇을 (헌재에) 제출한 적 없다. 저건 파워포인트에 다운로드한 이미지고, 헌재에 제출한 것은 파워포인트 설명자료"라고 다시 얘기했다.
"아 그래서 오해가 있으셨군요."
윤씨 변호인단은 1차 메모의 실제 모양, 작성 당시 상황 등을 캐물으며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딱히 소득은 없었다. 급기야 이들은 홍 전 차장에게 '2차, 3차 메모를 작성한 보좌관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 이름 등은 기본적으로 비밀이다. 홍 전 차장은 "변호사가 국정원법을 위반하는 진술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건가"라며 "국정원에서 허가받고 나왔다고 해서, 국정원과 관련된 부분을 다 얘기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 위현석 변호사 "보좌관의 신원을 밝힐 수 있냐고 물어봤을 뿐, 강압한 적 없다. 그러면 이름을 적어서 재판부에 제출할 생각은 없나."
- 홍장원 전 차장 "아니, 검찰이 다 알고 계시지 않은가."
- 위현석 변호사 "검찰이 안 알려줘서 그렇다."
홍 전 차장은 한번 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혹시 (제가 변호사님에게) 아들이나 딸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제게) '공개적인 법정에서 왜 묻냐'고 대답할 텐데, 저도 그 보좌관이 국정원 직원으로서의 보안만이 아니라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 물어보는 것은 상당히 과한 질문과 요청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위 변호사는 "이 사건에 중요한 메모를 작성한 사람이다. 단순한 프라이버시가 아니다"라며 포기하지 않았다. 홍 전 차장은 "제 의무는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변호인단은 일단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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