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0 14:34최종 업데이트 25.11.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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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18일 오후 '국방부 괴문서' 작성에 관여했다고 알려진 당시 국방부 군법무관 2명을 정치관여죄 위반 혐의로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에 고발했다. 전선정

지난 18일, 순직 해병 특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갔다. 군법무관 권OO, 이OO을 군형법 상 정치관여죄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2023년 9월,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여론을 반전할 목적으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란 국방부 정책실 명의의 괴문서를 작성하는데 관여했다.

[관련기사]
군인권센터, '대통령 격노 허위' 국방부 괴문서 작성자들 고발(https://omn.kr/2g3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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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예비역 단체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에 배포되었는데 '윤석열 격노설'을 부정하고 박 대령을 음해하는 거짓말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데 문건에는 '야당', 즉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던 정당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민간인에게 배포하는 문건에 거짓말로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을 썼으니 명백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고 정치 관여다.

그런데 고발장을 제출하자 특검 담당자로부터 돌아왔던 첫 마디는 "수사기간 끝나가는 건 아시죠?"였다. 그러더니 고발장을 들고 차례로 수사지원단장과 특검 사무실을 찾아가 접수 처리를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고 다녔다. 수사기간은 11월 28일까지다. 수사 종료까지 10일이나 남았고, 괴문서와 피고발인들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수사기관이 당연히 접수해야 할 고발장을 이리저리 돌리며 접수 여부를 고민하는 모습에 확연히 이상해진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특검 내 이상 기류

그보다 하루 앞선 17일, 특검이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죄 사건을 덮어씌웠던 국방부검찰단 소속 군검사들을 불기소 할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있었다. 항명 사건 기획에 관여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사건을 지휘했던 김동혁 국방부검찰단장과 사건 수사, 공판을 맡았던 김모 국방부 보통검찰부장, 염모 군검사가 있다. 덧붙여 박 대령에게 최초로 집단항명수괴죄를 적용한 범죄인지보고서를 작성했고 현재는 대통령경호처에서 근무 중인 최모 군검사도 있다.

영장실질심사 받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정민

2023년 8월 당시 김동혁, 김모, 염모 등 세 사람은 박 대령을 상대로 두 번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 당했고, 이어서 제출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 당했다. 기각된 영장들에는 박 대령을 맹비난하는 내용과 '윤석열 격노설은 모두 박정훈의 망상'이란 취지의 내용이 써있다. 대통령 격노 사실을 알고 있는 박 대령을 감금해서 입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군검사들은 기각된 체포영장을 사건 기록에 편철해두지도 않고 사무실 한편에 숨겨두었다. 체포영장을 청구했었다는 사실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그간의 특검 수사와 관련한 보도를 종합하면 군검사들은 사건 초기부터 박 대령에게 항명죄를 적용하게 된 이유가 '대통령 격노'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군검사들은 적극적으로 대통령 격노 사실을 은폐하고자 허위사실을 영장과 공소장에 기재해 박 대령을 범죄자로 만들고자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사건을 '기획'했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고의로 범죄를 꾸며내 죄 없는 사람을 기소하는 것, 이것이 바로'공소권 남용'이다.

실제 박 대령 항명죄 사건 1심 판결문에는 '현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권 남용을 입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는 내용이 함께 적혀있다. 나아가 이명현 특검은 항명 사건을 군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뒤 박 대령에 대한 공소 제기를 '공소권 남용'으로 규정하고 항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수사 종료를 앞둔 시점에 난데없이 해병 특검 내부에서 공소권 남용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사실로 점철된 구속영장을 '허위공문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향후 특검이 '공소권 남용'을 근거로 박 대령 항명 사건의 항소를 취하한 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채해병특검 사무실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과 윤석열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 마련된 채해병특검 사무실. 정식 명칭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정민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

특검에는 검찰과 군검찰에서 파견한 검사, 군검사 및 수사관들이 상당수 포진해있다. 특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이 앞장서 항명 사건 관여 군검사들에 대한 기소를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검사 입장에서는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고 허위사실이 적힌 영장이나 공소장을 허위공문서로 보는 순간 그간 검찰에 제기된 공소권 남용 문제가 모두 형사사건화 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된다. 군검찰은 워낙 조직이 작고, 원대복귀하면 다시 만나야 하는 사이니 향후 진급 문제 등을 고려하면 동료 군검사들을 기소하는 일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과 군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한 데 어우러져 수사 종료를 앞두고 '군검사 봐주기' 작전이 펼쳐지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박 대령이 누명을 벗었다. 정의는 여기에서 멈춰선 안된다. 멀쩡한 사람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운 자들이 처벌 받는 것이 당연한 다음 수순이다.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지키기 위해 양심과 직분에 충실했던 명예로운 군인과, 진실을 알면서도 양심을 팔아 권력자의 하수인이 되길 자처해 범죄에 가담한 군인이 한솥밥을 먹으며 군복무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렇게 해서는 불법명령에는 따라선 안된다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12.3. 내란의 교훈이 군에서 작동할 수가 없다.

특검이 왜 출발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 순직 해병 특검법은 대통령이 3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사상 초유의 법률이다. 특검 구성원들의 경력이나 한 줄 만들어주자고 대통령 거부권에 맞서 온 나라, 온 국민이 2년간 홍역을 앓으며 거리에서 눈물을 흘린 줄 아는가. 특검의 시작점에는 한 병사의 죽음의 진실을 감추려 한 권력의 무도함과, 그 하수인들의 집요한 괴롭힘에 맞서 목숨 걸고 싸워 온 한 군인이 있다. 무도한 권력, 윤석열을 수사외압으로 기소하면서 권력의 손발은 슬그머니 봐주려 하는 건 순직 해병 특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배반하는 일이란 점을 똑똑히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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