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 대통령 윤석열씨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를 앞두고 한 전 총리가 반대 취지로 재고 요청을 했다'고 증언했다.
윤씨의 답변에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피고인(한덕수)이 명확하게 반대했냐"라고 재차 확인했고, 윤씨는 "반대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반대 취지로 말했다. 총리는 저를 설득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전 총리 재판에 나온 대부분의 증인들은 '한 전 총리가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날 윤씨는 한 전 총리의 혐의를 배척하는 증언을 함으로써 한 전 총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앞서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로서 윤씨의 내란 행위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 요구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답변 안 한다"던 윤석열... 재판장 질문에 '장광설' 쏟아내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혐의 공판을 열었다.
증인석에 앉은 윤씨는 특검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윤씨는 "제 진술은 탄핵심판 공판조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제가 받고 있는 사건의 공판조서에 제 진술이 다 담겨 있어 그걸 참고하면 된다"며 "다 나와있는 얘기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가 질문을 하자 특유의 '장광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계엄 관련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씨는 "피고인인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저에게 재고를 요청한 적 있다. 한 전 총리는 저를 설득하려 했고, 저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총리를 설득하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관 : "재고해달라는 말은 기억이 나고 반대했다는 말은 기억이 안 나는 것인가?"
윤석열 : "반대라는 단어는 (사용한 것이) 아니고 반대라는 취지로 말한 거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정민
윤씨는 국무회의 소집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 참석한 것에 대해 윤씨는 "처음부터 필요한 인원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 계엄을 알리는 상황인데, 국무회의 요건은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시 보안을 유지하며 최대한 올 수 있는 사람을 불렀고, 13명 정도는 확실히 올 수 있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가 "국무위원을 소집하라고 누가 건의했나, 아니면 증인이 그렇게 하려 한 것이냐"고 묻자, 윤씨는 "제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누가 하겠냐"라고 답했다. 이 역시도 '내란에 기여했다'는 한 전 총리 혐의에 반대되는 증언이다.
윤석열 "민간 기관 군 투입, 내가 막았다"
다만 윤씨는 민간 기관에 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자신이 막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계엄 선포 후 방에서 국방장관한테 전화 받았다. '여론조사 꽃, 민주당 당사, 언론사에 병력을 보내야 한다'고 하기에, '왜 보내냐' 물었더니 선관위 관련해서 확인할 게 있다더라. '거기는 민간기관이라 안 된다, 군 보내지 마라'고 내가 분명히 잘랐다. 출발했던 병력도 결국 올스톱된 것으로 안다."
이 순간 이진관 부장판사가 끼어들며 "그럼 대통령 지시도 없이 국방장관이 병력을 출동시킨 것이냐"고 물었다. 윤씨는 "아니다. 출동하다가 재가 받으려다 내가 '절대 안 된다'고 하니 중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씨의 답을 들은 이 부장판사는 연이어 질문을 던지며 윤씨 답변의 논리적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진관 : "그렇게 설명하면, 여론조사 꽃 민주당사 언론사 이런 곳에 군인들이 출발했다가 그만둔 건 이상민 (행안부) 장관한테 지시한 것이냐?"
윤석열 : "국방부장관한테 한 것이다."
이진관 : "그럼 대통령 지시도 없이 국방부 장관 혼자서 한 것이냐?"
윤석열 : "아니다. 출동했다가 대통령한테 재가받으려다가 제가 그 절대 안 된다고 하니 올스톱 시킨 거고 나머지 보고 받았다."
한편, 윤씨 측 김홍일 변호사는 증인 보호를 위한 신뢰 관계 동석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김 변호사가 재차 "변호인 조력받을 권리를 위해 방청하면 안되겠냐"라고 정중하게 묻자 "조용히 방청하는 것은 허용된다"며 방청을 허가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