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0 16:31최종 업데이트 25.11.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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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남소연

"장애인 너무 많이 할당을 해서 전 문제라고 봐요."
"(김예지 의원) 본인이 장애인이라 주체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막말로 김예지 같은 사람이 눈 불편한 거 말고는 기득권이에요."
"이거는 쌍욕이 안 나올 수가 없어요. 김예지는. 그니까 정말 사람 같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을 데려와 가지고 지금 공천 준 거고요."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지난 12일 유튜브 '감동란' 채널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비난하며 한 말입니다. 자당 의원에 대해 '사람 같지도 않다'는 막말을 퍼붓고,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비하하고 조롱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실 행정관을 역임한 '친윤계'로 분류됩니다. 이날 방송 제목이 '한동훈 담당일진 박민영 대변인 초대석'이었으므로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예지 의원을 저격한 것입니다. 진행자였던 'BJ 감동란'과 나눈 대화에선 혐오 발언과 욕설이 난무하고, 음모론이 사실인 양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박 대변인은 감동란이 김예지 의원의 인터뷰 내용("여성인 것이 극우의 공격 포인트가 된다")을 언급하며 비난하자 "피해의식"이라고 맞장구를 쳐주는가 하면, 감동란이 욕설을 섞어가며 "장애인인 걸 천운으로 알아야 돼. 장애인이고 계집이니까 우리가 이만큼만 (공격)하는 거지"라고 말했을 때 말리기는커녕 웃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에 관한 허위 사실까지 퍼트렸습니다. 지난 9월 김 의원은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을 동의한 경우, 가족이 반대하더라도 장기기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기증법)' 개정안을 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김 의원이 비슷한 시기에 발의한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 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과 연결시켜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서 장기를 적출하려고 한다"는 극우발 음모론이 퍼졌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가족에 의한 정신병원 입원 제도를 폐지하면서, 병원 입원 시 국가 책임을 높이는 내용이었음에도 말입니다. 결국 극우의 공격에 시달리던 김 의원은 장기기증법 개정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대변인은 이날 극우 음모론의 논리를 반복했습니다. "자동 장기 기증이 돼 버리면, 장기 적출 범죄 일당한테 잡혀가 가지고 적출당해도..."라면서 "지자체에서 정신병원 입원시키고, 가족 동의 없이 장기 적출하고 이거 저는 세트(라고 본다)"라고 주장합니다.

혐오표현 사실상 '괜찮다'고 승인한 국민의힘 지도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유성호

정훈님, 저는 더 큰 문제는 박 대변인 발언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변인은 대변인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반려하며 "엄중 경고"를 주는 데 그쳤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8일 오전 현안기자회견에서 "당내에 있었던 일을 갖고 지나치게 과다하게 언론에서 반응해 주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제를 부탁드린다"라며 "본인이 사과 뜻 밝혔고, 당대표가 엄중 문책했기에 그렇게 정리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굳이 자그마한 일을 가지고 집착해서 기사화하려고 하느냐?"라고 오히려 언론이 일을 키운다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또한 이준우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17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서 "김예지 의원이 당론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런 세력들이 아직까지 당에 남아 있다, 이런 부분을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박민영 대변인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까 말씀드린 그 내용이 포커싱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추가 징계의 필요성에 대해서 물었을 때도 이 대변인은 "(김 의원이) 해당 행위 한 것을 지적하는데 그걸 윤리위에서 해당 행위라고 처벌할 수가 있느냐 이 말이다"라며 오히려 박 대변인을 두둔했습니다.

"자그마한 일", "당내에 있었던 일" "해당행위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는 말. 나아가 징계 대신 "엄중 경고"하고 넘어가는 조치에서 박 대변인의 언행에 대한 국민의힘 주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저 친윤계가 친한계를 비난한 일 정도로 여기면서, 사안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당의 대변인은 당을 대변하는 '입'의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국민의힘의 미디어 대변인은 "방송과 라디오 등 미디어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당의 입장을 신속하게 전달하려는 취지"로 지난 9월 신설됐습니다. 이준우, 박민영 대변인도 그 당시 임명된 인물들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민의힘의 입장을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을 써도 괜찮다'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박 대변인의 발언을 국민의힘이 사실상 '감싸고' 넘어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혐오표현을 공론장에서 용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반중 선동과 부정선거 음모론 등이 극우 세력을 정치적으로 승인하면서, 극우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탄핵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선 극우의 혐오와 음모론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가 하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체포되자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말까지 합니다.

정치적으로 승인받은 극우는 겁날 게 없습니다. 12.3비상계엄 이후 일어나던 혐중 시위, 곳곳에 붙은 혐오 현수막, 온라인에서 넘실대는 수많은 차별 발언들은 윤석열과 윤석열을 지키고자 했던 국민의힘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결국 이렇게 인종, 지역, 성별, 장애 유무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수자·약자들일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혐오표현 형사처벌' 언급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다행히 정부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인종, 출신, 국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정말로 시대착오적인 차별,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라며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 장치를 속히 마련하고, 또 허위 조작 정보 유포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이 18분간 이어졌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혐오표현 처벌을 위한 형법 개정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며 "집시법 개정 문제도 독일이나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서 빨리하면 좋겠다"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혐중 시위' 등에 대해 엄단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곳곳에 달리는 혐오적 내용의 현수막에 대해서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훈님, 그런데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혐오표현에 대해 대응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좋습니다. 다만 '어떻게'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혐오표현인지 판단할 기준도 확립되지 않은 데다가, 혐오표현을 곧바로 형사처벌할 경우에는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혐오표현을 형사처벌하게 된다면 박민영 대변인은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아닌) 장애인 혐오표현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일까요? 누구도 쉽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독일은 형법에 대중 선동죄, 혐오적 모욕죄를 두고 혐오적 표현 등을 처벌하고 있고, 프랑스는 형법 및 언론 자유법에서 또 영국은 우리와 같은 집시법과 비슷한 공공집시법에서 혐오 표현을 처벌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소위 헤이트 스피치를 방지하는 법을 도입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국가들은 대체로 차별과 혐오를 규제하는 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이 마련된 국가입니다. 유럽연합은 가입 조건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걸고 있기도 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하는 법이에요. 앞서 말씀드렸듯 후속 입법이 가능하게 하는 기본법이기도 하고요. 현실적으로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유를 다루는 법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규율하고, 노동과 같은 중요한 영역에서는 그 영역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을 만드는 식으로 전체 체계를 짜는 것이 옳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일부 영역에 대한, 일부 사유에 의한 차별만 금지되어 있는, 아주 애매한 법 체계인 상황이죠." - (<채널 예스>, [인터뷰] 홍성수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것은 평화, 안전, 그리고 공존. 2025.11.13.)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최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에서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차별구제'나 '차별시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대신 강제력 없고 유연한 구제 방식을 우선적으로 채택한다"(연성 규제)라고 설명합니다. 이유는 무엇이 차별에 해당하는지 '차별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요.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국가의 대응 방안을 법제화하고, 차별 시정기구를 일원화해서 차별금지 정책을 다각도로 펴나가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이 '인권'을 위협하며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대될 수 있고, 형사처벌이 필요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데 정작 강제조치 조항이 없고 대상 영역도 ▲공공 서비스 ▲고용 ▲재화와 용역의 이용이나 공급 ▲교육에 국한된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조장" "종교 탄압" 같은 주장을 하는 보수 개신교계 반대 목소리에 논의조차 못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보다 더 강력한 조치인 '혐오표현 형사처벌'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말입니다.

홍성수 교수는 논문 <혐오표현의 해악과 개입의 정당성: 금지와 방치를 넘어서>에서 "(혐오표현 규제의) 형사범죄화는 그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혐오표현을 위축시키는 효과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제한적으로 형사처벌 조항을 마련해서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나은 길로 보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해서 '시민의 안전' 보장해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024년 6월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되어야할 차별금지법에 담겨야할 원칙과 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정민

"혐오와 차별에 관한 각종 국제 규범이나 지침들은 정치와 정치 지도자의 역할을 무척 강조한다. 정치가 차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가 그 사회의 현 상태를 진단하는 시금석인 데다가 정치와 혐오를 극단적인 폭력으로 부추기는 주범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274p)

윤석열 정부 3년은 국가가 차별을 조장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혐오를 통한 갈라치기는 '통치 수단'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윤석열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국가가 혐오 대응에 나서 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홍 교수는 "한국은 세계 주요 국가 중 혐오·차별에 대한 공적 대응 수준이 가장 낙후된 나라가 되었다"라고 진단합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혐오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박민영 대변인의 말과 이를 사실상 감싼 국민의힘의 태도는 징후적입니다. 보수 정치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약한 존재들을 공격하고 희생양 삼으면서 세를 규합하는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경제 장기 불황 위기 속에서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엄청난 특혜를 누리는 양 이야기하는 '혐오의 레토릭'은 반복·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기 힘든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나'의 존재를 받아주지 않고, 괴롭힘을 당해도 보호해 주지 않으며, 동등한 시민 대우를 하지 않는 것 역시 사람들을 큰 절망에 빠트리고 생의 의지를 잃게 만듭니다. 지금 당장 시민들의 삶을 지키고, 극우의 팽창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의 근본적인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차별금지법입니다.

홍 교수는 "차별금지 원칙을 '정치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곳곳의 여러 제도와 관행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한다. 평등과 차별금지는 헌법상 대원칙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원칙을 법률 수준에서 재확인하여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이행 계획을 제시한 적은 없다"라며 차별금지법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훈님, 저는 '차별금지'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는 맞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 역시 일상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삶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선 차별금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용주의 관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차별금지법 논의를 진전시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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