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0 18:58최종 업데이트 25.11.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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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서 소관 기관에 대한 예산안 심의를 상정하고 있다. 2025.11.7연합뉴스

또 기본소득을 둘러싼 치열한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CEO부터 유럽의 진보정당까지 광범위하게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기본소득 정책은 한국에만 오면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좌파포퓰리즘이라는 비난까지 한국 사회와 정치의 분열을 반영하는 논쟁에 놓이게 된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현재까지 상황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번 논쟁은 이 시범사업을 더 잘 실행하는 방향에 대한 주장들이 부딪히는 것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으로 지역소멸이 염려되는 농어촌지역을 대상으로 6개 군을 선정해 2년 동안 주민 1인당 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의 선정 결과 1개 군이 더 추가되어 7개 군으로 늘어났고, 현재 국회 농수산위에서는 지역소멸 대응에 대한 시급성을 감안하여 후보군이었던 12개 군 모두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예산안을 변경하여 예결특위에 제출한 상태다.

몇 가지 개선을 위한 주장

더 빠르게 기본소득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몇 가지로 나뉜다.

첫째, 기본소득의 취지에 맞게 장기적으로 전체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기 위해서는 농식품부보다 행안부가 주무부처가 되는 것이 더 적합하다.

둘째, 기본소득은 화폐로 주고, 추가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므로 현재의 시범사업은 '기본소득'이라고 하기보다는 '농어촌 주민수당'이라고 해야 한다.

셋째, 농어촌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중앙정부의 부담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넷째, 도농통합시나 약체 시도 지역소멸의 위험에 처해 있으니 대상을 군으로 한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주장들은 기본소득 정책의 확산을 지향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나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혁신적인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도입되고, 안정화된 후, 국민적 동의 속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주장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5천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중규모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성장과 통합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혁신적인 정책은 국민적인 동의 수준이 취약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심하게 설계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쉬운 대로 첫걸음을 떼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보는 관점

기본소득은 "국가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개인적 보편성), 재산이나 소득, 노동 등 기여 여부에 상관없이(무조건성) 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소득을 정기적(지속성)으로 지급하는 제도"라고 일반적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비춰볼 때 농어촌 기본소득은 미흡한 점이 있다. 농어촌 주민에게만 한정되어 있으니 '개인적 보편성'이 부족하고, 2년간의 시범사업이니 '지속성'이 걱정되고, 지역사랑상품권을 생활권 내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하니 '무조건'적인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농어촌기본소득은 새 정부가 되어서 겨우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농어촌기본소득 정책은 이제 겨우 시범사업에 도달하게 된 연약한 정책의 새싹에 불과하다.

기본소득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미 진행된 지자체별 농민수당이나 청년기본소득, 코로나19 지원금 등을 예로 들며 충분한 정책적 실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국적인 본사업을 염두에 둔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청년기본소득은 기초지자체 특정 계층에게만 한정되었고, 코로나19 지원금은 지속성을 따지기도 민망한 긴급한 상황에서 지불하는 1회성 사업이었다. 그래도 이들 정책의 성공을 바랐던 것은 기본소득의 단초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기존의 기본소득 관련 정책에 비해 상당히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희망의 정책 평가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농어촌기본소득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지역소멸을 방지한다는 정책 목표의 특성상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시작되는 사업이다. 혁신적 신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적 신규 정책은 언제나 정치권이나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도한 관심은 일반적으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시범사업의 성과가 높을 경우 빠르게 국민적 동의를 확보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의 3가지 특성을 조금씩 양보하여 설계된 농어촌 시범사업이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성과를 내게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의 제도적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작은 차이점이나 본사업이 다 확정된 것처럼 행정의 속도와 역량을 넘어서는 주장을 통해 불필요하게 갈등이 부각된다면 원래 주장의 취지에 역행할 수도 있다.

민주개혁정부 4기의 성공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

국민주권정부는 민주개혁 4기 정부이다. 지난 3번의 민주개혁 정부는 다양한 혁신적 시도와 포용적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 보았다.

국민주권 정부는 이전 3기 정부의 정책의 수립과 실행, 이후의 안정화까지의 다양한 사례들에서 교훈을 얻어 더 성공적인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민주개혁의 민관 거버넌스는 공동토론-공동결정-공동실행-공동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민간이 먼저 어젠다를 제시한 후, 행정이 초기에 국민적 수용이 가능한 정책을 만들고,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점을 함께 찾아서 보완하며 성과를 만들어 내고, 다시 사업을 확대하여 국민적인 동의 수준을 높여 안정화시켜 나가는 것이 민주개혁의 혁신 정책의 성공적 프로세스이다.

이때 민관협력에 의해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책의 실행과정에서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 기존의 각종 정책개선 플랫폼이나 서울시의 따릉이 등은 다수 국민들이 참여 속에서 안정화된 정책에 해당한다.

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추진연대, 지난 9월 29일 오전 남해유배문학관 앞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를 위한 남해군 군민대회'남해군청

지역소멸 방지는 지역순환경제로

그동안 민간은 지역소멸에 따른 문제점을 먼저 제기해 왔고, 지역순환경제라는 큰 틀의 해법을 제시해 왔다.

기본소득은 농어촌 주민들에게 소비역량을 높여주어 지역 내 자원순환을 꾀한다는 의미에서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지역순환경제, 먹거리, 사회연대경제 등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군에서 생활권 단위로 다양한 기본사회서비스의 공급이 확대되고, 지역 내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해당 군의 자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인적, 지적, 물적 자원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폭넓은 공동실행을 추진하는 민관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할 때에만 농어촌기본소득은 성공할 수 있고, 민주개혁정부 4기의 성공적인 정책으로서 본사업에 진입하고, 안정화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년은 짧다, 빠른 실행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2년 시범사업 후 본사업 여부를 평가하겠다고 하지만 정부 예산편성의 일정에 따르면 2027년 3월까지 1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가지고 예산안이 편성되고, 이후 6개월간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실시간으로 따져 가면서 본사업 여부가 판단될 것이다.

사실상 2년의 시범기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따라서 초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민관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본사업으로 진입하게 되면 농어촌 69개 군이 지속적으로 기본소득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민관이 빠르게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태이사장포럼사의재
* 필자 소개 : 김기태는 현재 한국협동조합연구소의 이사장으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성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역임하였다. 이전에는 가톨릭농민회 등의 농민단체와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에서 농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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