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막아서는 경호처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측과 경호처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기갑수색차량 뒤로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서 있다.
이정민
"경호과장님! 저희도 위법적인 명령을 수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명령을 거두어 주십시오!"
1월 3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관저 1정문 안쪽 차벽 뒤에 배치된 국군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부대원들 중 어느 군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그러니까 물리적 접촉하지마"라고 답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 공조수사본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항의했다. 이후 55경비단이 조금씩 물러나자 공수처와 경찰은 '1차 저지선' 돌파에 성공한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씨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서는 지난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현장 채증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공조본은 오전 8시 4분경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관저 1정문을 통과한 다음 바로 앞 차벽 등 '1차 저지선'을 넘어 중간 지점인 '2차 저지선', 그리고 관저 앞 '3차 저지선'까지 이르렀으나 경호처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5시간 30분 만에 집행을 중단했다.
혼돈의 5시간 30분... '인간방패'된 경호처와 55경비단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공개한 채증 영상에 따르면, 당시 공조본이 1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공조본는 1정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고 이동 중 1차 저지선에서 처음으로 경호처 관계자들을 맞닥뜨렸다. 이대환 공수처 부장검사는 이들에게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저는 봐도 몰라요"라며 영장 열람을 거부했다.
몇 분 간 실랑이를 벌이던 공수처와 경찰은 결국 차벽으로 세워져있던 승용차를 넘어간다. 이때 뒤쪽에서 대기하던 55경비단이 우르르 몰려와 다시 공수처와 경찰을 막았다. 법정에 공개된 55경비단 관계자들의 수사기관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경호처로부터 병력 지원을 요청받았다. 이들은 국군 소속이지만 경호처로 파견돼 지휘를 받기 때문이었다. 약 1시간 대치 끝에, 국방부로부터 '공조본과 물리적으로 충돌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55경비단이 물러섰다.
하지만 공조본은 또 다시 경호처에 막혔다. 박상현 검사는 양팔을 붙잡혔고, 수사관들은 경호관과 몸싸움을 벌였다. 어렵게 어렵게 관저 바로 앞, 3차 저지선에 도착한 이들 앞에도 경호처의 '인간방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그 틈에서 "카메라 다 끄세요! 경호구역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공조본 관계자는 "다 켜놓으세요! 영장 집행 중입니다! 저희가 적법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여러분도 공무원이니까 다 아실 겁니까"라고 반박했다.
10시 27분, 이대환 부장검사는 경호처 공무원들에게 "
저희 집행을 막는 순간, 여러분들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게 되는 거다.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을 여러분들이 막을 권한은, 의무는 없다"라고 소리치며 이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집행을 하는 우리 국수본, 공수처, 경찰 수사권의 직무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역사에, 경호처의 위대한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의 상급자가 영장집행을 막으라고 여러분들을 이렇게 스크럼 짜게 하는 행위 자체가 경호법 18조 직권남용에 해당합니다. 제발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 공수처 검사, 수사관, 경찰 수사관님들, 지금부터 체포영장, 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하겠습니다. 집행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자 그럼 지금 집행을 시작합니다."
10시 28분, 이대환 부장검사가 '집행 착수'를 말했지만, 경호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성훈 차장은 경호관들에게 '너희는 영장을 저지하는 게 아니라 경호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뒤늦게 현장에 나온 박종준 경호처장도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협의 과정에서 김 차장은 '피의자 소재 파악을 위한 수색에는 책임자 승인 없는 압수를 금지한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 부장검사에게 "위법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가 "저희는 피의자 수색을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김 차장은 "경호임무 수행하는 것은 이해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그는 3차 저지선 쪽으로 이동하면서 재차 "막아. 여기 막아"라고 말했다.
경호처 간부 "1월 11일 오찬서 '위협사격, 막아라' 얘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1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수행원 및 경호원들과 함께 관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오마이TV'에 포착됐다.
오마이TV 방태윤
당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다가 박종준 처장의 '총동원령'에 한남동 관저로 달려왔던 김아무개 경호정보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나와 "김성훈 차장께서 '적법하지 않은 수색영장에 대해서 (막으려고) 서 있는 것이고, 정당한 경호구역 안으로 (공조본이) 위법하게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너희들은 막아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렇게 저는 이해했다"고 했다. 그는 1차 집행 실패 후 이광우 본부장의 지휘를 받아 스크럼 훈련을 하는 등 2차 집행에 대비했던 정황도 증언했다.
김 부장은 1월 11일 경호처 부장급 간부들과 함께 관저 오찬에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기일에 출석한 이아무개 부장과 비슷한 취지로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했다.
"'파출소 직원들을 방문해 보니까 업무가 수동적이고 총기 사용 연습도 많이 못 하고 그러기 때문에 경호관들이 총기를 휴대하고 근무하면 부담스럽고 함부로 못 들어올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해주시고... 지금 공수처나 경찰들이 하는 이런 것은, 과정은 다 불법이고, 수색이 금지된 지역에 오는 것은 다 위법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하는 것은 정당한, 옳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중략) 그때 대통령께서 '내가 산책을 나가니 그것도 화면이 잡히더라. 그렇기 때문에 경호실에서 혹시 중화기(표현 자체는 김 부장이 이해한 내용 – 기자 말) 같은 게 있느냐. 있으면 그것을 순찰 나갈 때 같이 장비로 하면, 그것도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텐데, 이렇게 하면 공수처나 경찰에서 압박감이 있지 않겠나. 이런 순찰도 필요하지 않겠나.' 그런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김 부장은 '위협사격'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특공대에서 헬기를 이용해서 공중으로 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있었고, 김성훈 차장이 거기에 대해서 '대공화기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얘기는 있었다"고 했다. 다만 "위협사격도 하겠다는 얘기를, 김성훈 차장이 '(경찰특공대가) 오게 되면 위협사격도 하겠다'고 했을 때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끄덕였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먼저 '위협사격하라'고 해서 김성훈 차장이 긍정적으로 답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윤씨 변호인단은 '그런 취지로 기억한다, 이해했다'는 식의 증언이 반복되자 "위협사격이란 단어를 정말 들은 게 맞는가"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김 부장은 "정확히 그렇게 (들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말씀드리는데, 그 위협사격을 대통령이 말했는지 김성훈 차장이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얘기는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윤씨가 오찬에서 2차 집행을 앞두고 "'여러분이, 경호처를 믿으니까 막아라'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증언했다.
"가족 눈빛, 직원 눈빛 보면서... '옳지 않은 것 같다' 생각"

▲공수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중단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공수처 수사관 등이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김 부장은 1월 15일 2차 영장 집행을 앞두고 함께 1정문을 지키던 경호관들과 함께 대기실로 갔다. 그는 "1차 수색영장에 대해서는 이쪽 저쪽에서 말이 있었다. 그런데 2차에 대해서 정당하다고 그랬을 때는 사법부가 두 번 연속으로 틀리진 않을 것이고,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특수한 상황이었고 여론이라든가 중압감, 우리 조직이 정확히 옳게 판단하고 있는가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종준 처장께서 사표를 내셨고, 김성훈 차장이 계속 지휘권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점점 직원들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고, 과연 우리 조직이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내가 부서장으로서 하고 있는 모든 것이... 제가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생각해보고. 퇴근 때 집에 가보면 집사람 눈빛이나 애들 눈빛, 직원들 눈빛을 보면서 이게 맞는지... 울타리는 되어주지 못할 망정 직원들한테 해로움을 줘선 안 되겠다.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돌아봤을 때 '이건 아니다. 이건 옳지 않은 것 같다' 생각해서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눈을 감은 채 증언을 듣고 있던 윤석열씨는 1월 11일 오찬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몇 차례 슬쩍 웃었다. 그는 직접 신문에 나서지는 않았다. 오후 2시 27분 증인신문 종료 후 증거 조사를 시작하기 직전 송진호 변호사는 재판부에게 "피고인 몸 상태가 좀 안 좋은데, 중간에 이석할 수 있는지… 몸이 좀 안 좋으셔가지고 앉아 계시기가 힘들 것 같다"고 요청했다. 재판부의 허락을 받은 윤씨는 노란 서류봉투를 챙겨 퇴장하며 교도관에게 "가십시다"하고 등을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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