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8 14:08최종 업데이트 25.11.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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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금주, 김현정, 백승아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유성호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로 인해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와중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없이도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고 검사징계법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사 파면법'이 지난 14일 발의됐다.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79조는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한다"라고 규정했다. 파면은 공무원 지위를 상실시킨다는 점에서는 해임과 같지만, 재임용 제한 기간이 5년이라 해임보다 2년 더 길고 연금도 더 많이 깎인다는 점에서 최고의 징계다.

그 최고의 징계가 현행 검찰청법에는 없다. 이 법 제37조는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했다. 징계로써 가능한 것은 해임·면직·감봉·견책에 국한시키고, 파면은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법원 판결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검찰청법이 그렇게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검사징계법에는 파면이 나오지 않는다. 이 법 제3조 제1항은 "징계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및 견책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한다.

징계처분을 누가 집행할 것인가에 관해 국가공무원법 제8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징계처분은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위원회가 설치된 소속 기관의 장이 하되,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징계위원회에서 한 징계의결 등에 대하여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한다"라면서 "다만, 파면과 해임은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각 임용권자 또는 임용권을 위임한 상급 감독기관의 장이 한다"고 규정했다.

검사에 대한 징계의 집행은 이와 다르다. 법무부장관이 위원장인 검사징계위원회가 징계를 심의·의결하면, 검사징계법 제23조에 따라 해임·면직·정직·감봉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하고, 견책은 피징계자가 속한 검찰청의 장이 집행한다. 해임·면직·정직은 물론이고 감봉 처분도 대통령이 집행하게 돼 있다.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므로 검사의 봉급을 깎는 일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검찰청법, 과거에는 징계처분 통해 파면 가능했지만...

그런데 검사 파면을 탄핵이나 유죄 선고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징계에 의해서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꽤 오랫동안 검찰청법은 징계 처분으로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1949년 8월 12일 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39조는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본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정직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그 시절의 면직은 오늘날의 파면에 상응하는 최고의 징계였다. 이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제8조에 따라 2년간 공무원에 재임용될 수 없었다.

그해 12월 20일 제정된 검찰청법 제22조는 "검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면 파면, 정직 또는 감봉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사법기관의 탄핵이나 유죄 선고가 아닌 행정부 차원의 징계에 의해서도 검사를 파면할 수 있게 해놓았던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이 면직이란 표현을 쓴 것과 달리, 검찰청법은 파면이란 표현을 썼다. 당시의 검찰청법 제21조 제3호는 "파면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는 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국가공무원법상의 면직자에게는 2년간 공직 취임이 금지됐으니, 일반 공무원보다 검사에 대한 징계가 더 무거웠다고 할 수 있다.

1957년 2월 15일에 검사징계법이 제정되면서 검사에 대한 면직 처분도 등장했다. 이 법 제3조 제1항은 "징계처분은 견책, 감봉, 정직과 면직의 4종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당시의 검찰청법이 파면을 징계의 일종으로 규정했는데도, 하위법인 검사징계법에는 파면이 규정되지 않았다. 그 뒤에도 검찰청법은 파면을 최고의 징계로 규정했지만, 검사징계법은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입법상의 미비로 볼 수 있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인 1963년에 이승만 시절의 국가공무원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돼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새로운 법 제79조는 "징계는 파면·정직·감봉·근신·견책으로 구분한다"고 함으로써 면직을 파면으로 대체했다. 제33조 제1항 제6호는 파면된 사람의 공직 재취임을 2년간 금지했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도 검찰청법처럼 파면이란 용어를 쓰게 됐다.

징계처분으로 검사를 파면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조항은 21세기까지도 있었다. 2004년 1월 20일 개정된 검찰청법 제37조는 "검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징계처분 또는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면 파면·퇴직·정직 또는 감봉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징계처분으로도 파면을 시킬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이 규정이 효력을 잃은 것은 2007년 12월 21일의 검찰청법 개정 및 시행에 의해서다. 이 법 제37조는 "검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 또는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내부에 '검'을 휘둘러야 하는 시기

대검찰청이정민

위 법조문들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반 공무원 징계보다 까다롭기는 했지만 징계를 통한 검사 파면이 정부수립 이후의 오랫동안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도 이게 생소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검찰이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해서는 '검'을 마구 휘두르면서도 자기 식구들을 향해서는 '검'을 웬만해서는 빼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검사들이 저지른 범죄와 비행은 숱하게 많다. 죄가 없는데도 기소하거나 죄가 명백한데도 불기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경찰이나 국가정보원의 불법 수사를 묵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업체의 스폰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과 유착해 법리보다는 정치 상황에 따라 행동한 일도 많았다.

그렇지만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로 인해 검사에 대한 파면처분은 극히 드문 일이 됐다. 정윤모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무고한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 고문을 했다는 이유로 1956년 3월 31일에 검사징계위원회의 파면결정을 받은 것과 같은 일은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해임 처분을 받은 검사들은 어느 정도 있지만, 최고의 징계인 파면을 받은 검사는 드물다. 이 때문에 징계파면 제도가 있었는지조차도 우리 머릿속에서 가물가물하게 됐다.

검사들의 소망대로 검찰을 수호하려면, 먼저 흠결 없는 구성원들로 검찰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검찰의 도덕성부터 스스로 높여야 한다. 불법과 비행을 범한 구성원들을 외부에서 뭐라고 하기 전에 검찰 내부에서 먼저 도려내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징계절차로도 검사를 파면할 수 있게 했던 검찰청법상의 과거 제도를 복구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제도를 복구하되 과거처럼 하지 말고, 내부 구성원들을 향해서도 과감히 '검'을 휘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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