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관계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이재명 정부의 발걸음도 관성과 엇박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해 왔다.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공동설명자료'에도 이 구절이 명확히 담겼다. 하지만 이건 정부도 열심히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는 북미대화 재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조선은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비핵화 요구를 내려놓을 것을 분명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핵화를 가급적 '무음'으로 설정하는 게 여러모로 이롭다고 본다. 그렇다고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거나 묵인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뭐냐'가 묻는다면, '핵 위협과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향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일반론적인 언급으로 갈무리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오해는 없길 바란다. 이러한 제안이 핵 문제 해결을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최근 비핵화 '벨 소리'가 크게 울릴수록 비핵화가 멀어진다는 점을 톡톡히 경험해 왔다. 또 조선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비핵화 요구를 핵 무력 증강의 기회이자 시간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의 결심을 되돌리거나 비핵화를 압박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비핵화는 무음으로 처리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이익과 안전에도 부합한다.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을 통해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해소하고, 군비통제 협상을 통해 조선의 핵 동결과 감축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또 트럼프가 말한 '세계의 핵 군축'에 조선 핵 문제도 담아낼 수 있는 상상력과 외교 비전, 동북아 비핵무기지대(비핵지대) 창설의 현실성과 유용성 등도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의 볼륨을 높이자
끝으로 이재명 정부가 평화협정 체결을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백미로 삼기 바란다. 실용은 국익, 실현 가능성, 미래 지향성을 두루 갖출 때 그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나는 평화협정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평화가 경제"인 시대에 평화협정이야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 조선의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평화협정이다. 평화협정은 "적대 관계와 교전(혹은 휴전)의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평화협정은 '핵 위협과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데 강력한 추동력을 부여할 수 있다.
아울러 평화협정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 조건 충족과 남북 관계의 악화 사이의 '악순환'을 끊고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자 환경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평화협정을 비핵화 완료나 그 이후에 체결할 '상응조치'로 간주해 온 오랜 관성을 깨고 '2027년 이내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27년 이내'를 언급한 이유는 트럼프 임기 내에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하고 또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가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평화협정이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바라건대, 내년 봄에는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전쟁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비핵지대 창설 위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장면이 나오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이 평화협정의 볼륨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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