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형사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내란 사건 재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후 대통령경호처 간부들과 식사하며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경호처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자 휴대폰에 메모를 남겨뒀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씨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는 이아무개 전 경호처 경호5부장이 출석했다. 그는 지난 1월 3일 1차 체포 시도 무산 후 1월 11일 대통령 관저에서 다른 부장급 간부들과 함께 윤씨와 식사를 했다. "제 기억으로는 (경호처 근무를) 25년 하면서 본부장급은 가끔 위(대통령 관저)에서 한 적 있지만, 부장급을 단독으로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모임이었다. 대화 내용 또한 이례적이었다.
25년 만에 대통령과 오찬... "공직생활에 전환점될 것 같았다"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이 전 부장이 스스로한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그 내역을 법정 화상기에 띄웠다. 이 전 부장이 1월 11일 오찬 직후인 오후 2시 45분, 같은 날 4시 12분, 그리고 다음날 오전 6시 8분과 14분에 걸쳐 작성한 메시지들이었다.
-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경고용이었다. 국회의원 체포하면 어디에 가두냐? 관련 뉴스는 다 거짓말이다. 내가 검사로서 수사 및 체포로 밥 먹고 살았는데 하려면 그렇게 하겠는가?
- 경찰이 경호관 상대하려면 100명 필요(총도 못 쏜다 개인 지정화기 필요)
-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도('밀고'의 오타 – 기자 주)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고 언론에 잡혀도 문제없음
- 55경비단은 이 군사보호지역을 지키는 부대이다. 안보실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 설 연휴 지나면 괜찮아진다.
-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위협사격하고 ?를 부셔버려라.
이 전 부장은 "오찬이 제 공직생활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오찬 끝나자마자 카톡 '나에게 보내기'로 해서 기억나는 대로 기록을 해놨다"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제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오염될 수 있어서 그때까지만 기록해놨다"고 했다. 그는 '위협사격하고 ?를 부셔버려라'는 "사격인지, 위협순찰인지 헷갈리는데 대통령께서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약간 멈칫하더니 말을 순화해서 '부셔버려라'(라고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송진호 변호사 "'부셔버려라'의 대상이 무엇인가?"
- 이아무개 전 부장 "그 문장에서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주어가 생략됐다. 전체적으로 공수처랑 경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중에, 마지막에 그런 표현을 썼다."
그후 이 전 부장은 공수처와 경찰이 1월 15일 2차 영장 집행을 시도하러 올 때 휘하 경호관들에게 '영장 집행을 저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공수처와 경찰에게 건네줄 생각으로 '출입 및 보안 통제에 따라달라. 영장 집행은 안 막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도 작성했다. 그는 당시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배포했던 <부당 지시 거부 소명서>를 참고해 경호처 감사관실에도 미리 제출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경호처에 부당지시거부 소명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3
연합뉴스
송진호 변호사는 "당시 체포·수색영장 청구라든지, 서부지법에서 발부라든지, 발부된 내용이라든지, 집행과정이라든지 모든 게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전 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법원의 영장 집행은 존중받아야 된다는 (법조인 지인의) 의견을 들었다"며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에서 법학을 수료했다. 그때 배운 헌법 지식을 따져봤을 때 이건, 제 개인적으로는 집행에 대해 저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가치관이 성립됐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송 변호사는 "솔직히 얘기한다면 집행을 저지하다가 형사 입건되면 수사 받아야 하고, 혹시나 유죄면 연금 박탈 등 모든 문제를 고려했을 때 그런 게 겁이 나서 임무수행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 전 부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안 된다. (중략) 제가 훈련부장할 때 경호원들 훈련시키는 게, 죽는 훈련 시킨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몸으로 막는 훈련을 시킨다. 만약에 우리 재판이 잘못돼서 대통령이 옳았다고, 내란이 아니라고 판정되면 저는 이런 진술을, 의견을 가진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또 받겠죠. 제 양심이랑 그런 것에 따라서 한 행동이다."
'비화폰 건드리면 위험' 보고서에... "김성훈, 화내며 집어던져"
한편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경호처 지원본부 IT개발과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김대경 경비안전본부장으로부터 '차장(김성훈)이 수사 대상인 방첩·특전·수방사령관들의 보안폰 데이터를 지우라고 했는데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 내용을 열어볼 수 없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요구를 계속 했고, '못 열어보게 하는 건 법적 문제가 있다' 옥신각신하다가 '보고서를 써서 차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해서 썼다"고 했다.
그런데 12월 12일 김대경 본부장, 김민수 IT경호부장과 박씨의 보고를 받은 김성훈 차장은 몹시 화를 냈다.
"화를 내면서 (보고서를) 집어던지면서 증거 남기려고 이런 거 만들었냐, 흔적 남기려고 했냐, 이런 거 만들면 어떡하냐고, 당장 갈아버리고 문서 지우라고 했다."
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보고 이후 김성훈에게서 '추가적인 보안조치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박씨는 "그 부분은 기억 안 난다"며 "보고서를 쓰다가 위험하다고 해서 조치를 안 하는 것으로 보고서를 완료하고 아침에 (박종준) 처장에게 보고했다. 처장은 '법에 접촉되지 않을 만큼 조치하라'고 했다"고 대답했다. 지난 7일 증인으로 나왔던 박종준 전 처장은 당시 '세 사령관들 비화폰에 손대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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