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9 14:00최종 업데이트 25.11.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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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개정된 헌법은 현재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개헌넷은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쟁점별로 소개하고 필요성과 절차를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하고 시민 주도의 개헌 공론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기자말]

18대 총선과 21대 총선 정당투표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에서 드러난 표의 불비례성시민개헌넷

대한민국의 선거제도가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켜 한편에서는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극우와 같은 파괴적 정치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선거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총선과 광역의회 선거는 '최다 득표 1인 당선제' 중심이라 엄청난 '사표'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32% 득표로 당선자가 발생하면, 68%의 표는 전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1인 소선거구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정당투표 득표율)와 그 정당이 얻은 의석수의 비율(의석 점유율)이 불일치한다. 이것을 정치학에서는 '불비례성(disproportionality)'이라 부른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투표자의 37%의 지지를 얻었지만, 한나라당의 의석은 과반을 넘겼다. 반대로 2020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지지율은 33%에 불과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비율은 60%에 달했다. 모두 1인 선거구 승리 때문이다. 1인 선거구의 승리로 이런 불합리한 선거제도의 덕을 본 정당은 그때에는 이 제도에 환호하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된서리를 맞고 눈물을 흘린다.

그뿐 아니다. 정당 득표율이 제법 높았던 제3/4정당은 1인 선거구의 당선이 어렵기 때문에 유권자의 지지에 한참 모자라는 의석을 얻게 되고, 결국 여의도 정치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치는 민심과 동떨어져 왜곡되고, 정치 양극화는 돌에 새긴 글씨처럼 굳어진다.

'비례성'을 파괴하는 불합리한 선거제도는 '민심을 그대로' 의석 비율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정책의 연속성마저 파괴한다.

2018년과 2022년 서울시의회 선거에서도 정당투표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괴리가 발생했다.시민개헌넷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의회 의석의 92.73%를 차지했는데, 2022년에는 거꾸로 국민의힘이 67.86%를 차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겨우 9.94%p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 9.94%p 지지율 하락으로 의석 점유율이 무려 60.59%p 감소한 것이다. 불합리의 극치다. 이렇게 정당 지지율과 의석 비율이 괴리되는, 즉 비례성이 파괴되는 소선거구 중심의 선거제도는 특정 정당의 독주를 가능하게 만들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없애 버린다.

21세기 들어 두 번의 대통령 탄핵과 한 번의 대통령 탄핵 시도를 경험한 대한민국은, 투표자의 과반이 지지한 대통령을 뽑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결선투표가 없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 과반의 지지를 얻은 대통령 당선자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직선제 실시 이후 대통령 당선자 득표율 비교시민개헌넷

지자체장 선거는 더욱 심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24.73%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하동군수에 당선되었다. 결선투표를 얘기하면, '선거를 두 번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정통성이 취약한 대통령/단체장을 뽑는 것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에 비해 그 선거비용이 과연 더 큰 것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후보들에 대한 선호를 1, 2 혹은 1, 2, 3, 4의 형식으로 표기하게 되면 두 번의 선거가 필요 없다. 이렇게 '선호투표' 혹은 '보완투표'를 진행하면 한 번의 선거로 결선투표의 효과가 발생하여 과반의 지지를 얻는 당선자가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하는 나라가 훨씬 더 많다.

선거제도 개혁이 어려운 이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위성정당 사태'에 반발하여 후보자 등록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2020총선시민네트워크2020총선시민네트워크

문제는 이러한 불합리한 선거제도가 가져오는 폐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정치관계법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 국회의원이 법을 바꾸는데, 공직선거법 등은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다. 둘째, 선거제도는 정당 간의 당리당략의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의 의식을 뛰어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이후 진행된 2020년과 2024년에서 '위성정당'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 또는 혐오가 매우 높은 상태다.

따라서 필자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선거제도 개혁으로 접근하는 방향이 현재로서는 실행 가능한 정치개혁의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에 무산된 개헌안으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비례성 원칙의 헌법 명시
현행 헌법 제41조 ③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구속력 없는 조항을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그밖에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로 바꿈으로서 헌법에 '비례성'의 원칙을 못 박아 두는 것이다. 이러면 비례성 원칙에 따른 공직선거법 개정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위헌인 법률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2.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도입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국민은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의 주요 요소인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실시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3. 결선투표제 명시
대통령 선출에 관한 헌법 규정에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얻은 사람을 당선자로 한다"고 명시하고 그 절차에 대해서 자세히 규정함으로써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수 있다.

4. 지방분권 지향 선언
헌법 제1조에 ③항을 신설해서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수도와 지방의 분권과 진정한 지방자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5.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권력 분산
그 외에도 대통령의 지위와 임기, 중임 가능 여부, 책임총리제 및 책임장관제에 대한 규정 등으로 권력 분산과 관련된 정치개혁이 가능하며, 양원제와 같은 국회 제도의 변화와 국회의원 임기 규정 등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도 있다.

헌법 개정, 정치개혁의 출발점

2022년 6월 1일 서울 중구 중구문화원에 마련된 투표소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2018년에 무산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은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미증유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책무와, 시대 변화에 따른 기본권 강화의 조항 등이 부족하다. 하지만 2018년 개헌안 수준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산된 개헌안을 잘 검토하여 헌법 개정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미 언급했듯이, 헌법 개정으로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1987년 이후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헌법 개정의 물꼬를 틂으로써 정치를 바꿔 나가는 첫발을 내딛자.

[필자 소개] 김찬휘 : 시민개헌넷 운영위원이자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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