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위성정당 사태'에 반발하여 후보자 등록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2020총선시민네트워크
2020총선시민네트워크
문제는 이러한 불합리한 선거제도가 가져오는 폐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정치관계법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 국회의원이 법을 바꾸는데, 공직선거법 등은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다. 둘째, 선거제도는 정당 간의 당리당략의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의 의식을 뛰어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이후 진행된 2020년과 2024년에서 '위성정당'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 또는 혐오가 매우 높은 상태다.
따라서 필자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선거제도 개혁으로 접근하는 방향이 현재로서는 실행 가능한 정치개혁의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에 무산된 개헌안으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비례성 원칙의 헌법 명시
현행 헌법 제41조 ③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구속력 없는 조항을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그밖에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되,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로 바꿈으로서 헌법에 '비례성'의 원칙을 못 박아 두는 것이다. 이러면 비례성 원칙에 따른 공직선거법 개정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위헌인 법률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2.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도입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국민은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의 주요 요소인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실시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3. 결선투표제 명시
대통령 선출에 관한 헌법 규정에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를 얻은 사람을 당선자로 한다"고 명시하고 그 절차에 대해서 자세히 규정함으로써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수 있다.
4. 지방분권 지향 선언
헌법 제1조에 ③항을 신설해서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수도와 지방의 분권과 진정한 지방자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5.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권력 분산
그 외에도 대통령의 지위와 임기, 중임 가능 여부, 책임총리제 및 책임장관제에 대한 규정 등으로 권력 분산과 관련된 정치개혁이 가능하며, 양원제와 같은 국회 제도의 변화와 국회의원 임기 규정 등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도 있다.
헌법 개정, 정치개혁의 출발점
▲2022년 6월 1일 서울 중구 중구문화원에 마련된 투표소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2018년에 무산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은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미증유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책무와, 시대 변화에 따른 기본권 강화의 조항 등이 부족하다. 하지만 2018년 개헌안 수준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산된 개헌안을 잘 검토하여 헌법 개정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미 언급했듯이, 헌법 개정으로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1987년 이후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헌법 개정의 물꼬를 틂으로써 정치를 바꿔 나가는 첫발을 내딛자.
[필자 소개] 김찬휘 : 시민개헌넷 운영위원이자 선거제도개혁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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