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4 11:55최종 업데이트 25.11.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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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5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정훈님, 쿠팡의 새벽배송이 핫이슈입니다. 새벽배송에 대한 찬반부터 직업의 자유, 일자리 문제, 노동자 건강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언론을 통해 확인된 쿠팡 노동자의 죽음만 20명이 넘습니다. 노동자가 죽어도 주목받지 못했던 쿠팡문제가 '새벽배송 금지'로 단번에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쿠팡 노동자의 죽음보다 새벽배송 금지가 핫이슈인 이유

보통 독점기업은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한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플랫폼 산업은 소비자가 독점을 지지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집니다. 메신저앱 10개가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상대방이 설치한 앱에 따라 무려 10개의 앱을 핸드폰에 깔아야 합니다. 카톡이 메신저 앱을 독점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한 일이 되는 거죠.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보통 온라인쇼핑은 쿠팡, 배달앱은 배민, 메신저는 카톡 정도를 이용합니다.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자신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을 지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영역은 공공부문뿐입니다.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버스, 철도, 사회보험, 교육 등의 필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윤을 내야 할 민간기업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플랫폼은 소비자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독점적 기업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쿠팡은 비전펀드를 기반으로 '계산된 적자'를 통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마치 국가가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도로, 철도 등에 재정을 퍼붓는 것처럼 쿠팡은 로켓배송 시스템에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두 번째로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벽한 수요예측과 재고관리를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었습니다. 한정된 창고 안에 팔리는 물건들을 효율적으로 쌓아놓고 고객의 소비 데이터도 관리합니다.

여기에 쿠팡은 고객만족에 집착하는 기업이라는 스토리를 더합니다. 2013년 8월 한 고객이 출장지에서 신고 다닐 신발 한 켤레를 쿠팡에서 구매합니다. 고객의 출국일은 다가오는데 주문한 상품은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답답했던 고객은 고객센터로 전화했고, 자신의 상황을 상담원에게 하소연했습니다. 다음날 제품 수령을 포기한 채 출장을 떠나려던 고객은 공항 출국장에서 어제 자신과 통화한 상담원과 마주칩니다. 고객센터 직원의 손에는 고객이 주문한 신발이 있었습니다. 고객에 대한 쿠팡의 진심이 로켓배송을 탄생시킨 비밀이라는 겁니다.

쿠팡은 새벽배송, 당일배송, 무료반품 서비스를 넘어서 고객의 재미까지 책임지는 미디어그룹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SNL, 직장인들 등 예능 프로그램 제작뿐만 아니라, 손흥민과 김민재를 포함한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을 초청해 축구 경기를 중계합니다.

이제 우리는 침대에 누워 쿠팡플레이를 보다가 쇼핑을 하는 디지털 복합쇼핑몰 공간에 항상적으로 접속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꺼이 입장료를 내고 쿠팡 제국의 와우시민이 되는 걸 선택합니다. 나라에 내는 세금은 아까워도 쿠팡에 내는 세금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혜택이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금지하는 건 쿠팡 시민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들렸을 겁니다. 새벽배송 금지가 전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쿠팡 로켓배송의 연료, 혼합노동

5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연합뉴스

그러나 로켓배송의 연료는 노동입니다. 흔히 쿠팡노동자를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로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 직접고용을 하기도, 특고 노동자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로켓배송의 연료인 노동력을 하나의 모델로만 쓰지 않는 것이야말로 쿠팡의 성공 비결입니다. 각각의 고용형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손님이 주문한 물건은 쿠팡 물류센터에 있습니다. 상품을 배송하려면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포장해줄 노동자가 필요합니다. 쿠팡물류센터는 무기계약직, 기간제, 단기 알바노동자 세 가지 형태를 활용합니다. 최저임금, 야간근무수당, 4대보험, 퇴직금 등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노동자를 창고에 묶어두고 끊임없이 물건을 분류 포장 관리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3개월 계약직들에게 일을 시키고, 2년 이상 성실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골라내 숙련노동자로 활용합니다. 주문량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인력들을 단기 알바로 충당합니다. 퇴직금은 아까웠던지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가 노조의 비판과 고발, 검사의 양심선언 등으로 다시 지급하는걸로 바꿨습니다. (관련 기사 : 퇴직금 지급하겠단 쿠팡,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https://omn.kr/2fovv)

물류센터는 외곽에 있습니다. 물류센터에 있는 물건들을 도심지 근처 쿠팡캠프로 이동시켜야 새벽배송 당일배송이 가능합니다. 쿠팡캠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5톤 이상의 대형 화물차가 필요합니다. 이 일을 하는 건 특고노동자인 화물노동자입니다. 쿠팡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 자회사 이름이 쿠팡풀필먼트입니다. 그리고 물건이 떠나는 순간 쿠팡의 택배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 줄여서 쿠팡CLS라는 자회사가 책임집니다. 그래서 쿠팡물류센터 알바는 쿠팡풀필먼트 소속, 쿠팡캠프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알바는 쿠팡 CLS 소속입니다. 쿠팡풀필먼트 소속 노동자에겐 쿠펀치 앱을, 쿠팡 CLS 노동자들에겐 쿠펀치CLS라는 앱을 설치하게 해서 근태관리를 합니다.

소비자의 집으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쿠팡캠프로 차를 몰고 오는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쿠팡친구는 쿠팡CLS가 직접고용한 노동자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회사가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하여 배달해 월급을 받습니다. 3개월의 수습, 2년의 계약직 기간을 거쳐서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두 번째로 쿠팡CLS가 택배배송을 대신해 줄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대리점은 택배기사를 모집해 쿠팡CLS로부터 배정받은 택배 물량을 완수한 대가로 쿠팡CLS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대리점과 택배기사는 위탁계약을 맺는데 CJ대한통운 등 다른 택배계약과 유사한 형태로 '쿠팡퀵플레스'라고 불리는 특고노동자입니다. 쿠팡퀵플레스는 택배차량을 직접 구매해야 하고, 화물운송사업자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월급 대신 건당 수수료를 받고, 정해진 구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쿠팡카플렉스'가 있습니다. 앱을 설치해 가입한 다음 앱에서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지역과 시간 물량을 선택해 신청하고 쿠팡CLS가 승인을 하면 일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평소 몰고 다니던 차량만 있으면 택배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파업도 단결도 통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장

쿠팡 택배가 세 가지 형태의 노동자를 모두 활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쿠팡친구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회사가 자유롭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필요한 구역으로 노동자를 배치할 수 있죠. 쿠팡퀵플레스는 택배노동자의 관리책임을 대리점에 떠넘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량을 구매해줄 필요도, 기름값을 줄 필요도, 사회보험을 책임질 필요도 없습니다. 대리점 역시 특고노동자들을 상대로 노동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쿠팡CLS가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 택배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쉬어버리면 새벽배송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직접 지휘감독을 하면 근로자성 문제가 생기지요. 이 문제를 쿠팡 대신 대리점이 해결해주는 겁니다. 자유로운 개인사업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6일 고정된 시간 동안 일합니다. 배달 단가를 낮추고 마감 시간만 정해주고 자유롭게 배달하라고 하면, 관리자가 옆에서 빨리 배달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보기엔 특고노동자들도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화물운송자격증과 화물차량을 소유해야 하고, 일정 정도 고정된 물량과 구역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쿠팡친구 숫자를 늘리면 고정비용이 늘어나고 물량이 줄어들었을 때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앱을 통해 누구나 택배를 할 수 있는 카플렉스를 모집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겁니다.

다양한 노동력을 확보했을 때 쿠팡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노동자의 협상력을 없애는 겁니다. 쿠팡친구는 직접고용 노동자이지만 쿠팡과의 단체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쿠팡친구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쿠팡퀵플레스와 쿠팡카플렉스가 있으면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카플렉스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플랫폼에는 쿠팡카플렉스 노동을 신청한 노동자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에 쿠팡이 쿠팡카플렉스 배송단가를 두 배로 올려버리면 파업을 기회로 일하려고 하는 노동자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이러니 사실상 노동3권이 박탈당합니다. 쿠팡 노동자들의 배달 단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도, 프레쉬백 회수 등 노동강도가 올라가도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양한 근무조건과 모이기 힘든 구조 때문에 하나의 의견 하나의 대책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사회의 특별한 개입입니다.

사회적 연대와 조직만이 답

2024년 6월 10일 서울 중구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 권리 확대적용 언론설명회에서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가 해외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로 눈을 돌려보아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투쟁과 파업만으로 근무조건을 개선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호주에서는 정부, 화주, 운수업체, 운수노조의 합의를 통해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에 대해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소위 '구멍막기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 것은 조직된 호주의 화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뉴욕시는 플랫폼 배달 라이더에 대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데, 다양한 노동, 시민사회 단체들의 행동과 뉴욕시의 적극적 정치와 행정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플랫폼에 맞서기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들, 노동뿐만 아니라 플랫폼 전체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국가의 적극적 행정이 함께 해야 합니다. 특히 조직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중요합니다. 플랫폼 산업에서 전체 노동자의 의견을 듣는 건 불가능합니다. 소수라도 노동자들끼리 모여서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합의된 내용을 사회에 제시하는 게 문제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배송 논쟁은 그렇게 던져진 소중한 의제입니다. 이 이야기가 쿠팡 전체의 노동 이야기,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 노동의 이야기로 옮겨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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