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그러나 로켓배송의 연료는 노동입니다. 흔히 쿠팡노동자를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로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 직접고용을 하기도, 특고 노동자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로켓배송의 연료인 노동력을 하나의 모델로만 쓰지 않는 것이야말로 쿠팡의 성공 비결입니다. 각각의 고용형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손님이 주문한 물건은 쿠팡 물류센터에 있습니다. 상품을 배송하려면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포장해줄 노동자가 필요합니다. 쿠팡물류센터는 무기계약직, 기간제, 단기 알바노동자 세 가지 형태를 활용합니다. 최저임금, 야간근무수당, 4대보험, 퇴직금 등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노동자를 창고에 묶어두고 끊임없이 물건을 분류 포장 관리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3개월 계약직들에게 일을 시키고, 2년 이상 성실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골라내 숙련노동자로 활용합니다. 주문량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인력들을 단기 알바로 충당합니다. 퇴직금은 아까웠던지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가 노조의 비판과 고발, 검사의 양심선언 등으로 다시 지급하는걸로 바꿨습니다. (관련 기사 :
퇴직금 지급하겠단 쿠팡,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https://omn.kr/2fovv)
물류센터는 외곽에 있습니다. 물류센터에 있는 물건들을 도심지 근처 쿠팡캠프로 이동시켜야 새벽배송 당일배송이 가능합니다. 쿠팡캠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5톤 이상의 대형 화물차가 필요합니다. 이 일을 하는 건 특고노동자인 화물노동자입니다. 쿠팡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 자회사 이름이 쿠팡풀필먼트입니다. 그리고 물건이 떠나는 순간 쿠팡의 택배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 줄여서 쿠팡CLS라는 자회사가 책임집니다. 그래서 쿠팡물류센터 알바는 쿠팡풀필먼트 소속, 쿠팡캠프에서 분류작업을 하는 알바는 쿠팡 CLS 소속입니다. 쿠팡풀필먼트 소속 노동자에겐 쿠펀치 앱을, 쿠팡 CLS 노동자들에겐 쿠펀치CLS라는 앱을 설치하게 해서 근태관리를 합니다.
소비자의 집으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쿠팡캠프로 차를 몰고 오는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쿠팡친구는 쿠팡CLS가 직접고용한 노동자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회사가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하여 배달해 월급을 받습니다. 3개월의 수습, 2년의 계약직 기간을 거쳐서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두 번째로 쿠팡CLS가 택배배송을 대신해 줄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대리점은 택배기사를 모집해 쿠팡CLS로부터 배정받은 택배 물량을 완수한 대가로 쿠팡CLS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대리점과 택배기사는 위탁계약을 맺는데 CJ대한통운 등 다른 택배계약과 유사한 형태로 '쿠팡퀵플레스'라고 불리는 특고노동자입니다. 쿠팡퀵플레스는 택배차량을 직접 구매해야 하고, 화물운송사업자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월급 대신 건당 수수료를 받고, 정해진 구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쿠팡카플렉스'가 있습니다. 앱을 설치해 가입한 다음 앱에서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지역과 시간 물량을 선택해 신청하고 쿠팡CLS가 승인을 하면 일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평소 몰고 다니던 차량만 있으면 택배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파업도 단결도 통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장
쿠팡 택배가 세 가지 형태의 노동자를 모두 활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쿠팡친구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회사가 자유롭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필요한 구역으로 노동자를 배치할 수 있죠. 쿠팡퀵플레스는 택배노동자의 관리책임을 대리점에 떠넘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량을 구매해줄 필요도, 기름값을 줄 필요도, 사회보험을 책임질 필요도 없습니다. 대리점 역시 특고노동자들을 상대로 노동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쿠팡CLS가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 택배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쉬어버리면 새벽배송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직접 지휘감독을 하면 근로자성 문제가 생기지요. 이 문제를 쿠팡 대신 대리점이 해결해주는 겁니다. 자유로운 개인사업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6일 고정된 시간 동안 일합니다. 배달 단가를 낮추고 마감 시간만 정해주고 자유롭게 배달하라고 하면, 관리자가 옆에서 빨리 배달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보기엔 특고노동자들도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화물운송자격증과 화물차량을 소유해야 하고, 일정 정도 고정된 물량과 구역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쿠팡친구 숫자를 늘리면 고정비용이 늘어나고 물량이 줄어들었을 때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앱을 통해 누구나 택배를 할 수 있는 카플렉스를 모집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겁니다.
다양한 노동력을 확보했을 때 쿠팡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노동자의 협상력을 없애는 겁니다. 쿠팡친구는 직접고용 노동자이지만 쿠팡과의 단체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쿠팡친구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쿠팡퀵플레스와 쿠팡카플렉스가 있으면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카플렉스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플랫폼에는 쿠팡카플렉스 노동을 신청한 노동자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에 쿠팡이 쿠팡카플렉스 배송단가를 두 배로 올려버리면 파업을 기회로 일하려고 하는 노동자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이러니 사실상 노동3권이 박탈당합니다. 쿠팡 노동자들의 배달 단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도, 프레쉬백 회수 등 노동강도가 올라가도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양한 근무조건과 모이기 힘든 구조 때문에 하나의 의견 하나의 대책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사회의 특별한 개입입니다.
사회적 연대와 조직만이 답
▲2024년 6월 10일 서울 중구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 권리 확대적용 언론설명회에서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가 해외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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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을 돌려보아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투쟁과 파업만으로 근무조건을 개선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호주에서는 정부, 화주, 운수업체, 운수노조의 합의를 통해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에 대해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소위 '구멍막기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 것은 조직된 호주의 화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뉴욕시는 플랫폼 배달 라이더에 대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데, 다양한 노동, 시민사회 단체들의 행동과 뉴욕시의 적극적 정치와 행정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플랫폼에 맞서기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들, 노동뿐만 아니라 플랫폼 전체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국가의 적극적 행정이 함께 해야 합니다. 특히 조직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중요합니다. 플랫폼 산업에서 전체 노동자의 의견을 듣는 건 불가능합니다. 소수라도 노동자들끼리 모여서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합의된 내용을 사회에 제시하는 게 문제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배송 논쟁은 그렇게 던져진 소중한 의제입니다. 이 이야기가 쿠팡 전체의 노동 이야기,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 노동의 이야기로 옮겨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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