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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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은 경제활동 인구를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눈다. 취업자가 늘어나고 실업자가 줄어들면 고용률은 올라가고 실업률은 낮아진다. 시민들 중에는 취업자와 실업자만 있는 것 같지만 '비경제활동인구'도 있다. 학업이나 육아를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노동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장기간 구직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만약 실업자 중 구직 자체를 포기해 버린 사람이 많아졌다면? 실업자 중 구직포기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들어가니까 실업률은 낮게 나온다. 낮은 청년 실업률을 달리 해석하면 구직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 인구로 들어간 청년들이 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 노동시장의 현실이 그랬다. 윤석열 정부 3년간(2022~2024) 청년 고용률은 연평균 46.4%로 문재인, 박근혜 정부의 성과를 압도했다. 2023년부터 청년 실업률도 연평균 5.9%로 낮아져 최근 10년간 가장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그냥 쉬었다' 청년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데 역대 최고 청년 고용률이라 자랑하던 윤석열 정부에서 '그냥 쉬었다'는 청년은 40만 명을 돌파해 2025년 2월 50만 4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낮은 청년 실업률과 높은 청년 고용률 이면에는 질이 낮은 비정규직 단기 일자리의 확대, 불안정·단기 일자리에 실망한 청년 구직자의 구직 포기로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이 있었던 것이다.
청년들은 왜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었을까? 괜찮은 일자리의 문은 좁아지고, 그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높은 임금과 복지를 자랑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채를 줄이고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다 보니 청년 구직자의 진입 기회가 줄어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 공고 중 경력 채용은 약 80%가 넘었고 신입을 채용하는 비중은 3%가 채 안 되었다.
거기에 더해 청년들에게 허용되는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불안정 고용의 단기 일자리라는 점도 구직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단시간 노동자는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5% 이상 증가했고, 20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 노동자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간 청년 노동자를 비교하면 생애 주기에서 벌어들이는 보수 격차는 초기에 1.3배 차이 난다. 그러나 경력이 늘어날수록 그 폭은 더욱 늘어나 50대에서는 2~2.5배가 된다. 정부나 기업은 답답하겠지만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를 고려하면 청년 구직자의 처지에서는 몇 년을 투자해 대기업과 공기업에 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임금과 복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반복하다 노동 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상당수다. 2025년 7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을 기준으로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평균 근무 기간은 1년 6.4개월로 전년 대비 0.8개월이 줄었다.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보수나 근로 여건이 만족스럽지 못해서다.
윤석열 정부에서 심화된 청년 구직자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평균 42만 4000명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많은 숫자가 특별한 교육 훈련을 받지도 구직 활동을 하지도 않아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지 1년 이내인 청년 층의 경우 근로 희망 비율이 90% 수준이지만, 1년이 지나면 해당 수치가 50% 내외로 하락한다. 그래서 '그냥 쉬었다(쉬었음)' 상태에서의 취업 성공 확률(2023년 기준 5.6%)이 실업 상태에서의 취업 성공 확률(26.4%)에 비해서 낮다고 분석했다.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늘어나면 노동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활력은 떨어지고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의 부양 부담은 높아진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기피하는 일자리의 질을 끌어 올려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일손이 부족한 일자리로 이들을 밀어 넣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신의 미래를 돌아 볼 여유도 줘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심리 상담을 강화하고 구직 촉진 수당을 인상하여 장기 미취업 청년을 노동 시장으로 나오게 하고, 대기업과 협력하여 일 경험을 확대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구직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하는 청년을 위해 임금·체불과 산재, 직장 내 괴롭힘 없는 일터 조성을 지원하고 스마트 공장을 만들어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노동부가 청년 구직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2823만 원의 연간 임금 총액, 통근 시간은 63분 이내, 야근은 주 3회 이내, 필수 시설로 청결한 화장실 등을 제시하며 청년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자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 기준에 따라, 기업과 정부가 청년 구직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빠졌다. 현실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업종으로 청년 구직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도 여전히 부족하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엘리트에게는 실패해도 괜찮다며 막대한 예산 투자 의지를 내비친 정부가 평범한 청년들에게는 인색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 확대로 공공 부문과 대기업의 책임 다해야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에서 구직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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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청년 구직자의 수요가 집중되고 진입 경쟁이 치열한 일자리의 진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공공 기관과 공기업, 지방 정부의 출자·출연 기관은 청년 미취업자에 대한 고용 의무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높여야 한다. 민간 대기업에도 청년고용할당의무와 정부의 반도체 투자 지원 등을 연계해 청년 신규 채용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기업들은 고용 시장의 왜곡된 구조로 인해 벌어지는 청년 구직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청년들이 망설이는 일자리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가 증가하는 대표적 업종은 보건 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보건 사회 복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약 300만 명으로 매년 전년 대비 10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요양 서비스, 어린이집, 놀이방, 사회복지관 등 돌봄 서비스 노동이 대표적인 보건 사회복지서비스업종의 일자리인데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이들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복지시설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월 125만 원에 그친다. 2025년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약 143만 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산업의 병원(384만 원) 종사자나 공중 보건 의료업(290만 원)종사자에 비해 임금이 낮다.
청년 구직자들과 노동 상담을 하면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 서비스 직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실제 취업을 망설이거나 취업 후에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 서비스나 보건·돌봄 직종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에게 제공해야 할 돌봄과 요양·복지·사회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복지관이나 일자리 상담 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일자리는 무늬만 공공 부문이고 임금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정액 급여 인상률에서 보건·사회복지업의 정액 급여 인상률(2.0%)이 가장 낮았다. 임금 수준이 열악하다는 숙박·음식점(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공서비스 조직의 목표 중의 하나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여 유지하는 것이다. 더 이상 정부가 예산 탓을 하며 시민의 일상을 지원하고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이들의 노동조건 향상에 무관심하면 안 된다.
돌봄과 요양, 그리고 사회 복지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표준 임금 체계를 만들고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밑바닥 복지 현장의 경력을 바탕으로, 공기업이나 중앙 행정기관에서 사회 서비스를 기획하고 펼쳐보고자 하는 청년들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인사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엘리트 아닌 '평범한 청년'들의 실패에도 관심을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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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청년 구직자에 대해 생애 첫 진로 탐색 수당을 지급했으면 좋겠다. 청년들 스스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업 급여'로 불리는 구직 급여의 경우 해고나 권고사직처럼 비 자발적으로 이직할 경우에만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들로서는 기대했던 근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기대한 경력을 쌓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진로 탐색 수당'으로 구직 급여가 지급된다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진로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구직자에게 지원금 몇 푼을 주면서 일손 모자란 중소기업과 매칭하려는 역대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청년들을 '순간접착제'로 소모해 왔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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