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미국 뉴욕시에서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무료 고속 버스 도입 제안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M57번 버스를 타고 이동 중 승객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적 도시인 뉴욕시의 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의 핵심 캠페인 전략을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감당이 되는"(affordable)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감당되지 못했기에 뉴욕시민들은 맘다니를 선택했는가?
우리들은 일상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주거비가 감당이 안 된다."
"아이들 교육비가 감당이 안 된다."
"요즘 물가가 감당이 안 된다."
맘디니는 약 100만 가구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생후 6주부터 5세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무상 보육을 제공하고, 시내버스를 무료로 하고,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식료품점을 설립해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사회주의인가? 맘다니를 공격하는 한국 언론의 주장대로 그의 정체성을 "무슬림 사회주의자"라고 정의한다면 미국적 자본주의를 만끽해 온 뉴욕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맘다니의 마술에 걸려 사회주의자들이 되어버린 것인가? 갑자기 이교도적 이데올로기에 매혹되어 맘다니를 시장으로 뽑아버린 것인가?
그럴리가.
미국의 뉴욕시민들은 여전히 미국 자본주의의 신봉자들이다. 부자를 동경하고, 투자를 좋아하고, 돈을 사랑한다. 다만 그들의 형편이 어려웠을 뿐이다. 주거비가 감당이 안 되고, 교육비가 감당이 안 되고, 물가가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1년여 전 뉴욕에서 우버 택시를 탔을때 그의 월 소득을 물어보니 우리 돈으로 600~700만원 정도였다. 그가 사는 원룸의 월세가 400만 원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이민 온 2명의 친구와 함께 3분의 1씩 부담한다고 했다. 월 소득 600만 원으로 혼자 월세 400만 원짜리 원룸에 산다는 건 감당이 안 된다.
그런데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이를 낳는다면? 가정을 꾸린다면? 지금의 소득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근로소득 상승은 쥐꼬리,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미래가 불투명하면 좌절하기 쉽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의식주는 삶의 기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뉴욕은 당장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기본도 안 된 도시다. 뉴욕 시민들이 조란 맘다니를 선택한 이유다.
물론 그가 임기 내 약속을 다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이 문제다. 슈퍼리치나 법인에 대한 증세도 이미 저항을 맞고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보조금 중단을 공언해왔다. 그의 실험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한 것은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었다. 힐난이 아니라 힐링이었다. 부정이 아니라 긍정이었다. 갈등이나 대립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조정을 통해 화해와 통합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징하는 핵심 단어는 뉴욕시민들의 삶의 형편,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였다. "당신 소득으로 뉴욕에서 살 형편이 되나요?"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4. 한국인으로 어포더블하게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 삶의 기본은 의식주다. 먹을 것, 입을 것, 나와 내 가족이 저녁에 들어와 살 곳.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언론은 빵값과 라면값은 몇백 원만 올라도 비싸다고 난리 치지만 신기하게도 집값은 1~2억 원이 일주일 새 올라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수도권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외치는 정치인, 전문가 등을 '좌파' 또는 '폭락론자'로 낙인찍는다.
한국의 보수언론들처럼 자기들의 주요 소비자인 독자, 시청자, 대중의 절반 이상(중장년층과 가난한 노인들)을 힐난하며 공격하는 언론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스스로를 이른바 '정론지'로 자처한다. 일베같은 극우 커뮤니티처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부정확한 정보로 왜곡된 분노를 돋우는 '정론지'는 없다. 형용모순이다.
이들이 왜 이러는지, 그 정치경제적 이유는 앞의 설명으로, 지난 한국사의 경험으로 충분히 짐작 가능할 것이다. 다만 독자나 시청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정론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 경제가, 우리가 실질적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소비도, 투자도, 경제도 심리가 절반이다. 경제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대중의 심리가 부정적이면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제 현실이 진짜 그런지, 객관적으로 폭락한 것인지, 붕괴한 것인지, 아니면 먹고 살만한 것인지, 서울 집값은 미친 집값이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따져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많은 언론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일부러 감정적이고 선정적이라면, 독자나 시청자들이라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경제 현상들을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한국인으로 '어포더블'하게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