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1 06:53최종 업데이트 25.11.11 07:07
  • 본문듣기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문제만큼 진부해져 버린 얘깃거리가 또 있을까? 안티 조선 이래 늘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은 주유소에 던져진 성냥불 마냥 인화성 강한 주제의 이야기였다. 특히 언론이 민주당 등 진보개혁 정당에 보이는 노골적인 편향과 왜곡 보도는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강한 비토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검찰과 언론이 합세한 단독보도는 검찰의 수사권 농단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결정적 힘이었다. 하지만, 이런 검언유착, 개혁진영을 타깃 삼는 언론보도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고, 더구나 이 글을 연재하는 동안에도 간헐적으로 검언유착의 문제를 언급한 바 있어서 이 연재를 통하여 언론의 문제를 독립적인 항으로 하여 쓰는 것이 크게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갈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언론의 문제, 검언유착의 문제였다. 내가 청와대에 재직하는 내내 기억에 남는 보도를 중심으로 검언유착의 문제를 적고자 한다. 이것이 이 연재의 취지인 기록의 차원에서 의미가 있겠다 싶다.

<조선일보>의 패륜적 삽화

2021년 6월 21일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단독]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기사와 일러스트. 당시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의 딸인 조민씨의 이미지를 가져다 써 논란이 됐다. 일러스트는 나중에 논란이 되자 교체됐다.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근무 중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기사는 조선일보 2021년 6월 21일 자 <[단독]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제하의 기사다. 정확하게는 기사에 들어간 일러스트(삽화)이다. 한마디로 패륜적 삽화이다. 이 그림을 보면, 모자 쓴 여성과 그 뒤의 백팩을 맨 남성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의 딸인 조민씨의 이미지를 가져다 쓴 것인데, 아버지와 딸을 성매매에 빗댄 이 기사 속 그림은 조선일보의 패륜성의 끝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준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의 편집"이라는 당시 정청래 의원의 평은 이 삽화의 해악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신문이라고 차마 부르기조차 민망한 매체가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떵떵거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조국 일가가 조국 사태 내내 언론과 검찰의 합작에 의하여 멸문지화 수준의 난도질을 당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지금도 그 진상이 의문인 보도가 2019년 9월 7일 SBS 저녁 8뉴스에서 방송된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제하의 리포트다. 방송이 있던 날은 조국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종료 직후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조사 한번 없이 이뤄진 전격 기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분분하던 때였다.

SBS의 이 날 보도는 윤석열 검찰의 전격 기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한방에 잠재웠다. 이 리포트에서 기자는 검찰발로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 PC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 파일'이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이 보도는 거짓이었다. 특히 검찰이 문제의 PC를 입수한 것은 SBS의 위 보도 3일 이후의 일이었다. 검찰이 이 PC 포렌식을 통해 '총장 직인 파일'을 실제 발견한 날은 9월 17일이었다. 요컨대, SBS는 열흘 후 벌어질 일을 정확하게 예언하는 보도를 한 셈이었다.

SBS는 2009년 5월 13일(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열흘 전 시점이다) 8뉴스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준 명품 시계를 받아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리포트한 전력이 있다. 매우 악질적인 취재원과 합작한 악질적인 보도라는 점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든 PC 입수 보도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SBS의 검찰 유착의 면모

검언유착의 행태를 보이는 매체가 한둘이 아니지만(이는 진보-보수 매체에 질적 차별성이 없다), 유독 SBS의 검찰 유착의 면모는 유별나다. 내가 겪어보니 SBS는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보도하고, 주문하는 대로 보도한다. 내게 3가지 정도 경험이 있다.

첫째, 2020년 1월 23일 자 8뉴스에 방송된 <[단독] '선거 개입 의혹' 이광철, 檢(검) 소환 통보 모두 불응> 제하의 리포트다. 당시 윤석열 검찰이 수사 중인 울산 사건으로 나를 소환했는데, 이에 대하여 나는 검찰에 등기우편을 보내 대통령 보좌업무가 분주하므로 인권보호수사규칙 등 법령에 정해진 바에 따라 서면조사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하자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SBS가 위 보도를 통해 "(이광철이)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채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리포트를 했다. 이 리포트도 거짓이지만, 더 경악스러웠던 것은 기자의 리포트 9개 문장 중 나의 불출석 관련 기자의 리포트가, '확인되었다', '전해졌다', '알려졌다' 등등으로 모두 수동태 문장이었다는 점이었다. 주어가 생략된 채 교묘히 은폐된 악성 리포트였다.

둘째, 2019년 5월 20일 자 8뉴스에서 보도된, 나와 윤아무개 총경 사이의 문자 대화이다. 이 연재 7번째 글에서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어 간략히 옮기면, 당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힘이 세진다는 여론이 있어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경찰 개혁을 검토하는 당·정·청 회의가 열린 날이 2019년 5월 20일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SBS는 검찰발로 나와 경찰청 윤 총경이 마치 경찰청장의 국회 발언을 기획한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보도를 했다. 경찰이 그만큼 청와대에 약하다는, 즉 정치적 중립성에 강력한 의문을 형성하게 하는 취지였다. 당·정·청 회의를 폄하하기 위한 검찰의 주문 보도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셋째, 2021년 4월 3일 자 8뉴스의 <[단독] "이광철 청(靑) 비서관이 김학의 출국 금지 지시"> 제하의 리포트다. 이 보도는 법원 재판을 통해 거짓이라는 점이 완벽하게 밝혀졌다. 적어도 이 보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검언유착에 있어서 김학의 사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SBS의 위 보도가 잘 보여주듯 당시 언론보도의 가장 큰 해악은 김학의 출국금지를 승인한 봉욱 당시 대검 차장,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은폐한 것이었다. 이들 법무부, 대검 고위 검사들이 결정하고 승인했는데도 청와대 2급 공무원인 이광철이 이를 "지시"했다는 검찰의 명백한 거짓 프레임을 언론은 앵무새처럼 충실하게 옮겼다. 그러면 이들이 이런 진실을 몰랐는가? 그렇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2021년 5월 17일 자 한국일보 <[단독] '김학의 출금' 개입 안했다던 대검도 관여 정황... 지휘 책임 판단은?> 제하의 기사가 그것이다. 이 기사 안에는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 시도 당시 대검과 법무부가 출국 사실을 인지하고 긴박하게 움직이면서 내사번호 기재에 의한 출국금지 검토 및 봉욱 대검 차장의 승인 사실이 담겨 있다. 나는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서, 이제 김학의 사건의 진실을 언론이 추적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나의 멍청하고 얼빠진 망상이었다. 한국일보의 이 보도를 어떤 언론도 인용하거나 후속 취재를 하지 않았다. 소위 진보-보수 매체가 다르지 않았다. 검찰 보도에 관한 한 나는 이 때 한국 언론에 대한 모든 기대를 포기했다. 그해 7월 1일 나는 기소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우병우?

2020년 1월 29일 울산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할 때 찍힌 필자의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언론과 관련되어 마지막으로 적고 싶은 것은, 언론에 나오는 내 사진 문제다. 위 사진은 2020년 1월 29일 울산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할 때 찍힌 것인데, 나도 이 장면이 어떻게 찍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표정이 나올 상황 자체가 있지 않았다. 문제는 이 괴팍한 표정의 사진이 나에 대한 기사에 늘 인용된다는 것이다. 이 사진은 파급력이 컸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인상을 쓴 모습이 좋을 리 없었다. 당시 홍보수석실에 근무하는 동료가 언론사에 부탁해서 사진 교체를 얘기해 보자고 고마운 제안을 주었지만 나는 사양했다. 저 사진 속에 언론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언론의 관점에 굳이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부적절한 거래라는 생각도 컸다. 하지만 저 사진 속 언론의 관점이 검언유착에 의하여 형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한겨레의 친검 기자 한 분은 심야에 내게 전화를 걸어 밖에서 나를 '문재인 정부의 우병우'로 부른다고 말했다. 검찰이 퍼트린 마타도어였다. 실제 내가 우병우같은 전횡을 저질렀다면 김학의 사건이 아니라 독직 부패 사건으로 구속되고 기소되었을 것이다.

친검 기자들에게 나는 아무 기대가 없다. 솔직히 이들을 보면, 설치류인 레밍이 생각난다.

2022년 5월 29일 자 SBS 인터넷 취재파일은 한동훈을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에 비유하면서 <윤석열의 '케네디 오마주'는 성공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달았다. 유명한 친검 기자인 이 기사를 쓴 분은 윤석열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 죽이고자 했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증언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SBS 법조전문기자의 2022년 5월 29일자 칼럼SBS보도 화면 캡처

이제 검찰청이 사라지면, 이들 친검 기자들의 레밍같은 행태도 사라질까?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이 관건이다.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이 인정되면 이들 친검 기자들의 추악하고 환멸스러운 행태 역시 계속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