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0 19:13최종 업데이트 25.11.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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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정민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국가기관이 감사원이다. 그동안 감사원은 다른 기관을 감사할 때에 무리한 감사를 하고 '먼지털이식 감사'를 해서 문제가 되어 왔다. 그런데 자신들은 기획재정부 지침은 물론이고 감사원 스스로 만든 지침조차 위반해 가면서 국민세금을 오·남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쓰는 세금 오·남용 1등이 검찰이라면, 2등은 감사원이다.

정보공개소송 끝에 드러난 세금오·남용

검찰과 마찬가지로 감사원이 쓴 세금사용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험난했다. <뉴스타파> 기자가 원고가 되고 필자가 소송대리를 맡아서 대법원까지 가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1심, 2심, 3심을 거치는데 2년 7개월이 걸렸다. 그 결과, 일부 비공개대상 정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지난 8월 확정됐다.

그리고 <뉴스타파>가 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검증한 결과, 감사원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이나 감사원 스스로 만든 '특수활동비에 관한 계산증명지침'을 위반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기관들을 감사할 때는 이런 지침을 근거로 지적을 하더니, 정작 자신들은 지침을 철저하게 무시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 장소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쪼개기 결제

우선 감사원 고위직들 상당수가 특정업무경비를 업무추진비와 섞어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행태는 앞서 검찰에서도 발견됐던 것이다.

우선 특정업무경비란 예산항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특정업무경비란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를 말한다. 감사원도 감사를 하는 곳이니 특정업무경비 예산이 편성된다.

특정업무경비는 월 30만 원 이내에서 정액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업무추진비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예산이다. 특정업무경비는 감사 등에 실제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실비를 지원하는 개념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검증한 바에 따르면, 감사위원 중 일부가 같은 일시 같은 장소에서 결제를 하면서 업무추진비 카드와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나눠서 '쪼개기 결제'를 한 사례들이 드러났다.

유병호 감사위원이 10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대표적으로 유병호 현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인 2022년 7월 6일, 감사원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있는 한우 식당에서 오후 1시 1분 결제를 했다. 그런데 업무추진비 카드로 40만 1700원,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32만 원을 각각 결제했다. 총 72만 1700원을 결제했는데, 이를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쪼개기 결제한 것이다. 그리고 집행명목도 업무추진비는 '의견수렴'으로 특정업무경비는 '현장조사'로 기재했다.

그러나 어떻게 한 자리에서 의견수렴과 현장조사를 같이 할 수 있는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감사원 부근 한우 식당에서 현장조사를 했다는 것도 코미디같은 얘기이다.

유병호 감사위원이 이런 식으로 쪼개기 결제를 한 사례는 더 있다. 2022년 7월 26일에도 서울 광화문 인근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오후 8시 45분에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48만 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는 23만 6000원을 결제했다. 총 71만 6000원을 썼는데, 일부는 특정업무경비로, 일부는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것이다. 그리고 이 때에도 특정업무경비는 유병호 감사위원 포함 10명이 '현장조사 활동'을 한 것으로 해서 결제했고, 업무추진비는 '감사원 직원 4명으로부터 의견수렴을 했다'는 명목으로 결제했다. 예산 집행 목적과 인원 모두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2022년 7월 26일 유병호 감사위원이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카드로 쪼개기 결제한 것이 드러난 증빙서류뉴스타파

유병호 감사위원뿐만 아니라, 다른 감사위원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경비의 성격이 명백하게 다르고, 도저히 한 자리에서 섞어서 쓸 수 없는 경비를 엉터리로 서류를 꾸며가면서 결제한 것은 명백한 지침 위반이다. 감사원이 다른 기관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와 관련 <뉴스타파>는 최근 "감사원 대변인실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매월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집행 제한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는 업무추진비 집행 지침을 준용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소관 부서에 집행 적정성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고, 집행 적정성에서 중대하게 벗어난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감찰담당관실에 송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하면서 고위간부 지침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고 밝혔다.

특수활동비를 수당처럼 나눠줘

게다가 감사원은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직원들에게 수당처럼 나눠준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한 해 특수활동비 규모는 15억여원인데, 그 중 87% 정도를 감사원 직원들 700~800명에게 수당처럼 나눠준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직원들이 '정보보고'를 하면 분기별로 등급을 나눠서 인센티브 형식으로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700~800명이 모두 특수활동비가 필요한 기밀활동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필요한 시기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지급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일종의 변칙적인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말에는 남은 특수활동비를 몰아서 써서 잔액을 0원으로 맞춘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 정도면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지침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만든 '특수활동비에 관한 계산증명지침'도 위반한 것이다. 특수활동비를 지급할 경우에는 지급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집행내용확인서를 증빙자료로 남기도록 되어 있는데, 그런 지침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감사원의 세금오·남용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이런 식으로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쓰면서 다른 공공기관을 감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감사원부터 국민세금을 제대로 쓰도록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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