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의 형질변경을 초래하는 3ha 이상의 벌목 사업은 반드시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해야한다고 법제처가 산림청에 답을 했다.
법제처
법제처는 "이 사안의 경우에는 '산지관리법' 제15조2제4항제7호에 따른 작업로·임산물 운반로의 개설을 수반하는 입목의 벌채는 산지의 형질 변경을 유발하게 되므로,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제9조제1항에 따른 영향진단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며, 국가유산의 가치보호라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산림청의 벌목 사업 등도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그 이유를 부연 설명했다.
대법원은 '산림의 형질 변경'을 '절토, 성토, 정지 등으로 산림의 형상을 변경함으로써 산림의 형질을 외형적으로 사실상 변경시키고 또 그 변경으로 말미암아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림청은 그동안 벌목과 조림 등이 산림 훼손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며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제4조제2항의 예외 규정(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을 적용해 역사유적 지표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06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벌목과 조림사업 등이 산림 훼손 영향이 미비함에도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으로 인해 벌목과 조림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위 산림청의 말을 근거로 국가유산청(전, 문화재청)에 산림청의 산림사업을 '예외적으로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제4조제2항에 포함시켰다.
산림청이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받아낸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제4조제2항에 포함된 것은 산지의 형질 변경이 없는 벌목과 조림 사업에 한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 역사유적 지표조사 없이 산림의 심각한 훼손을 일으키는 사업을 오랜 시간 지속해왔다. 핀란드처럼 평지인 외국의 산림과 달리, 대한민국은 급경사 산림에서 벌목 작업이 진행된다. 벌목한 나무를 끌어내기 위해 중장비가 오가는 작업로가 만들어지며, 이 때 산지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6년 벌목사업의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제외토록 하게했다. 그러나 예외조항에 포함되는 벌목사업은 작업로 등의 형질변경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국민권익위원회
대한민국 산림에 가득한 국가유산
많은 사람들이 깊은 산에 무슨 국가유산이 있는지 의아해 한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우리 산림에 어떤 역사 유적들이 있는지, 또 산림청의 벌목과 임도에 의한 역사 유적 훼손이 왜 문제인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의 산림은 단순한 자연 환경만이 아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산림은 삶의 터전, 군사적 요충지, 그리고 피난처로서 기능해 왔다. 우리 산림에는 1300여 개의 산성이 분포해있다는 조사 기록이 있으며, 독특하고 광범위한 역사 유적들이 산림에 밀집되어 있다.
산성은 산악 지형을 이용한 국경 방어선일 뿐만 아니라 전시 피난처로서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해왔고, 이러한 산성들은 적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능선이나 고지대에 축조되었다. 이뿐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전란을 겪었는데, 깊은 산림은 가장 안전한 은신처이자 거주지로 이용되었고, 근대까지 화전민(火田民) 문화가 있는 등, 산림에 많은 역사 유적들이 남겨져 있는데, 이에 대한 지표조사 없는 벌목과 임도 공사 등에 의한 역사 유적 훼손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5월 29일, 영남고고학회는 성명을 통해 '경북 고령의 대가야 고분군에 폭 2m가 넘는 임도가 약 1㎞에 걸쳐 조성되며 고분 10기 이상이 파괴되었다"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
또, <계족산 임도 신설 공사 구간 내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2008)에 따르면, 개발 행위 이전에 시행했어야 할 역사유적 지표조사 없이 임도 공사하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어 지표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산림사업들이 지표조사 없이 시행되며 역사 유적 훼손을 해왔을까?

▲역사 유적 지표조사 없이 임도 공사를 진행하다 뒤늦게 지표조사를 하게 되었다는 보고서.
계족산 임도공사
이게 산불 피해지 '복구'가 맞나?
거미줄처럼 작업로와 임도가 온 산을 헤집어 놓았다. 2019년 산불이 발생한 강릉 옥계 산불 피해지 복원 현장의 2024년 모습이다. 항공사진을 통해 산림 면적을 계산해보니 무려 1200ha에 이른다. 지표조사 기준 면적의 400배가 넘는다.

▲강릉 옥계산불(2019)의 2024년 복원 현장 모습. 임도와 작업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최병성
산불 피해지를 복원한다며 온 산을 헤집어 놓은 울산 울주군이다. 2020년 산불이 발생 한 후 2025년 3월 현장 모습이다. 현장에 세워진 팻말엔 조림 면적이 18ha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게 정말 산림 복원일까? 아니면 산림사업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산림파괴일까?

▲울주산불(2020년)의 복원 현장의 2025년 3월 모습. 이곳 역시 임도와 작업로가 온 산을 헤집어 놓았다.
최병성
이곳은 지난 3월 역대 최악의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안동. 산불 피해지 복원 사업이 한창인 현장이다. 지난 10월 말 산불 피해지 복구사업 현장을 돌아보았다. 벌목을 위한 작업로 때문에 곳곳에 파헤쳐진 산림이 눈에 들어왔다. 살아있는 참나무들까지 불법 벌목된 모습도 보였다.

▲벌목을 위한 작업로들이 산을 헤집고 있다.
최병성
지금 한창 진행 중인 2025년 산불 피해 복구 현장들에선 과연 역사유적 지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을까?
지난 7일 안동시청 산림과에 문의했다. 안동시가 산림청으로부터 할당받은 산불 피해지 벌목 면적은 813ha라고 했다. 역사유적 지표조사 면적 기준 3ha의 271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산불 피해목 벌목 사업 중 역사유적 지표조사가 이뤄진 게 있는지 물었다. 그 부분은 문화유적과 담당이라고 했다. 문화유적 담당부서에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였다.
경북 의성군청에도 문의했다. 의성군이 산림청으로부터 할당받은 산불 피해지 벌목 면적은 334ha(지표조사 기준 3ha의 약 111배 면적)라고 했다. 의성군 역시 역사유적 지표조사 서류가 접수된 것이 한 건도 없었다.
산사태 유발, 문화재 파괴... 산불특별법 우려된다
지자체 산림 담당자들과 통화하며 산림 형질 변경이 발생하는 3ha 이상의 벌목 사업에 대한 역사 유적 지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산림청이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아 아직 모르고 있었다며, 이런 사실을 왜 이렇게 다른 경로로 알아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지난 3월 의성산불 피해지에 벌목이 시작된 지 오래다. 법제처의 역사유적 지표 조사에 관한 유권해석(9월 10일)이 나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었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같이 중요한 사실을 지자체 산림 담당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채, 살아 있는 나무들의 불법 벌목은 물론 산불 피해지의 역사 유적 훼손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안동산불 복원 현장이다. 살아있는 참나무들이 참혹하게 잘려나가는 불법 벌목 모습이다.
최병성
산불 피해지 벌목과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지 벌목 이외에도 산림청은 해마다 평균 2만~2만5000ha를 벌목 조림해 왔다. 이는 역사 유적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기준 3ha의 6666배~8333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에게 지금까지 산림청이 역사유적 지표조사를 신청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그는 법제처와 해당 법률의 유권해석을 하며 산림청의 지표조사 신청 목록을 뽑아보니 약 150건 정도였으며, 이 중에 벌목과 산림사업 등과 관계된 것은 약 100건 미만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진행 중인 산림청의 산불피해지 벌목과 소나무재선충 피해지 벌목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 정부는 벌목과 임도 등 산림청의 산림사업을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위법행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산불특별법에 의한 산사태와 문화재 훼손 우려돼
▲불탄 나무가 위험한 게 아니다. 불탄 나무를 위험목이라며 잘라내는 산림청의 산불 복원사업이 더 위험하다.
최병성
지난 7월 산청 산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와 큰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했던 산청 부리마을의 산사태는 지난 2009년 발생한 산불 피해지 복구 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산청 산사태만 아니다. 2010년 남원 목동마을 산사태, 2002년 강릉 사천면 산사태, 2009년 7월 제천 봉양 팔송리 산사태 등은 산불 발생 후 산림청의 복구 사업이 진행됐던 곳이다. 이처럼 산림청의 산불 피해지의 복구 사업이 내일의 산사태를 유발함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대형 산불 발생 원인과 산불 재발 방지책은 단 하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난 9월 18일 산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많은 시민단체들은 산불특별법이 산불 피해주민 지원을 핑계로 '산주 동의 없는 위험목 제거'와 '골프장과 콘도 등의 난개발을 초래 할 수 있는 각종 특혜 조항'들을 담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산불과 산사태를 초래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하였음에도, 지난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 법을 재가했다.
▲지난 7월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한 산청 모고리마을의 모습. 2009년 산불 후 복원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한 곳이다. 산불특별법이 불러 올 미래가 두렵다.
최병성
괴물산불이라 불리는 지난 3월 의성산불은 서울시 두 배가 넘는 면적이 불타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 산불 피해를 기록했다. 여러 독소 조항까지 넣은 산불 특별법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악의 산사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처럼 역사유적 조사 없는 산불 피해지 복구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역사 유적 파괴'라는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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