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공문 발송 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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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여겨 볼 것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의뢰 공문을 보낸 지자체의 통계입니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지자체별 통계와 비교했을 때,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지자체별 통계는 다소 극단적입니다. 물론 표본이 적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고려해도 특정 지자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지요. 아예 공문을 발송하지 않은 지자체도 열 곳이나 되고요. 이주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또한 많았습니다. 장례에 참석한 사별자의 증언을 들었을 때 "고인은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죽음의 형태와 사망 원인도 살펴볼까요?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약 45퍼센트 정도는 '고립사 의심 사례'입니다. 전체 통계는 약 30퍼센트니, 15퍼센트가량 높습니다. 자살과 기타 및 불상(사인을 모른다는 뜻)은 약 30퍼센트고, 이 또한 약 18퍼센트인 전체 통계보다 12퍼센트가량 높습니다.
앞선 통계들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한국에 일하러 왔고, 절반가량은 '고립사'로 의심되는 죽음을 맞이하고, 셋 중 한 명은 자살이거나, 사인을 알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의 죽음을 들여다보기
이제 통계 대신 장례 현장에서 만난 고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통계로 알 수 없는 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죽음을요.
한 고인은 일하러 한국에 왔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지요.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고용주는 매일 야근을 시키면서 수당도 주지 않고 기숙사비와 식비, 부식비까지 받아냈다고 합니다. 결국 고인의 월급은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일하던 도중 사고가 났습니다. 공장 근무 도중 양팔에 압궤 손상이 생긴 것입니다. 정신을 잃은 고인은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심한 화상으로 인해 결국 쇼크사했습니다. 대사관 측은 고용주와 고인의 가족 사이에서 최대한 협의를 끌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고용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고용주는 "고인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이니 위로금은 물론 산재 처리 또한 해줄 수 없다"라는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등록된 이주 노동자라고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왔던 다른 고인은 앞선 고인과 마찬가지로 과로에 시달리다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결핵으로 사망했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고인도 있습니다. 그 고인의 공문에 첨부된 경찰조사서에는 이례적으로 의사 소견서가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여덟 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함'. 이런 의사 소견이 환자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적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기 암 진단받은 고인이 의사에게 물어보았겠지요. 자신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말입니다. 다행히도 의사는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고인은 그날 저녁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공영장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제단 위에 놓인 헌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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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무연고 사망자'와 관련한 이 모든 통계와 사례는 공영장례가 내외국인을 구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축적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내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영장례에서 배제하고, 시신을 그저 '처리'했다면 불가능했겠지요. 장례식을 통해 사별자들을 만나 고인의 생애를 기록하고, 재구성할 수 있어서 이만큼의 정보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을 통해 우리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니, 그와 비례해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입니다. 절반가량은 '고립사'로 의심되고, 셋 중 한 명은 자살이거나, 사인을 알 수 없는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작년 서울시에서만 최소 29명이었고, 올해는 10월에 이미 30명을 넘겼습니다.
이제는 비정한 착취의 구조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공영장례 현장 또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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