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1 17:11최종 업데이트 25.11.12 13:37
  • 본문듣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앞에 수십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외국 관광객인 이들은 7시 30분 영업시작을 앞두고 길게 줄을 서 대기하기도 했다.권우성

사람이 또다시 일 때문에 죽었다. 최근 직원이 과로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아래 런베뮤) 이야기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사망한 직원은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80시간을 일했다. 런베뮤가 새로운 지점을 열며 휴무일에도 동원되는 건 예사였고 사망 전 2~12주 전까지는 한 주 평균 58시간을 일하는 과로에 시달렸다.

그런데 런베뮤는 유족 측이 산재를 신청했던 당시 사망한 직원의 평균 노동시간이 44.1시간이라고 주장하고, '(근태를 기록하는) 지문인식기에 오류가 났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태를 보였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런베뮤의 착취와 기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1개월에서 3개월 단위까지 초단기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소위 '쪼개기 계약'을 요구받고, 수당 없는 연장 근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어 포스기를 잘못 찍거나 생일 초를 빠트리는 등 사소한 실수에도 시말서 작성을 남발했다는 노동자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아침조회 시간에 직원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게 하고 이를 영상으로 남겨 단체 메신저방에 공유한 정황도 포착됐다(해당 의혹에 대해 런베뮤 측은 "본사 지시로 사과문을 낭독하거나 시말서를 읽게 한 사례는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일들은 착취나 괴롭힘을 넘어서, 무방비의 직원들을 샌드백처럼 두들긴 수준이 아닌가.

산재 승인 100%의 의미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명 빵짐 '런던베이글뮤지엄' 일하던 20대 노동자의 과로사와 관련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유성호

이런 노동 환경은 지난 3년간 산업재해 100% 승인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런베뮤 사태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제보를 받아온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서 "(한국은) 산재 승인율이 적은데(...) 100% 산재 승인율이다. 이런 경우가 별로 없다. 이거 외에도 무수하게 다친 산재는 아마 처리를 안 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런베뮤에서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63건이었으며, 지난해에는 업계 1위인 SPC삼립보다도 산재 승인 건수가 많았다. 런베뮤는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 수 대비 산재 피해자 비율이 전 산업 평균과 비교하면 4배를 넘는다고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현재 런베뮤 측의 법 위반 정황을 확인하여 계열사 전체로 근로감독을 확대했다.

사람들은 런베뮤 창업자인 이효정(료) 이사의 과거 발언을 들어 '일하는 사람을 소품처럼 취급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동의하지 않는다. 소품도 저렇게 함부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과로는 물론이거니와 고용 불안을 유도해 사람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기, 반성을 빙자하여 공개적인 망신을 주고 기록을 남기기 등등은 사람의 육체와 영혼을 소진시키고 망가뜨리는 행위다.

나는 이정도 수준의 사건 앞에서라면 때로 "도대체 고용주는 왜 저랬을까?"라는 질문이 무용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이면 실수라고 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짓을 반복했을 때 사람이 망가질 수 있음을 몰랐거나 혹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라는 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직원들은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을까

정의당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정민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보자. 그렇다면 일하는 사람은 왜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런베뮤는 대체로 노동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직원들을 주로 채용했다. 앞서 언급한 정혜경 의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런베뮤의 직원들 중에는 처음으로 직장을 가져본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비롯해 부당한 일을 당해도 '다 이런 줄 알고' 견뎠다고 한다.

또한 제과업계에서 런베뮤가 가졌던 위상 또한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이들에게 런베뮤는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 제과 업계 그리고 '청년창업 성공신화'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당연히 런베뮤에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일을 잘 배워 자신 또한 창업가로서 성공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을 수도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런베뮤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밀려난다는 건 단순히 일을 잃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꿈을 이룰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증거처럼 여겨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텼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쪼개기 계약으로 만들어진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버티지 않으면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상시로 조성한다. 그러면 아무리 일 때문에 힘들고 지치고 병들어도,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런베뮤, 철저한 '근로감독' 이뤄져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때를 돌아보면 정말 모든 게 낯설었다. 당시에도 인터넷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이를 통해 온갖 노동 착취 괴담을 안 들은 것도 아니었으나, '그렇다면 적정한 업무 강도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한 사람에게 조언을 들어도,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 이게 원래 이 정도로 힘든 건지 아니면 내가 과로를 하고 있는 건지 모호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여기서 못 하겠다고 하면 내가 너무 인내심이 없는 건가, 이런 일조차 제대로 못 하면 앞으로 어쩌지, 혹시 주변에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 이런 식의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나는 운 좋게도 아르바이트생을 배려해 주는 업주들을 만났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리저리 휩쓸려 착취당하기 딱 좋은 상태였다.

런베뮤 사태는 다른 기업의 노동 착취와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악질적이라고 느껴진다. 런베뮤는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입장에 놓인 이들을 주로 채용했다.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그 취약함을 아주 잘 이용했다. 평범하게 일을 시켜도 가장 긴장하고 잘 따랐을 사람들을 쪼개기 계약으로 목을 옥죄었다. 사소한 일에도 이어지는 시말서 작성 행렬과 공개적인 망신 주기는 부당한 상황 앞에서도 문제 제기는커녕 일하는 사람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런베뮤에 현재 근무하거나 혹은 이전에 근무를 했던 사람들의 마음 건강이 매우 걱정스럽다.

나는 런베뮤를 향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아주 철저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감독의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 책임이 엄정한 기준에 따라 부과되길 바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