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의회에서 자유와 직접민주주의당 대표 오카무라 토미오(왼쪽)와 운전자당 대표 페트르 마치카(오른쪽)가 연정 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를 지켜보는 긍정당 대표 안드레이 바비스.
로이터/연합뉴스
친환경차에 대한 거부감을 활용해 정치적 약진을 이루는 일은 체코 밖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현지 시각 5일 자 <
폴리티코> 유럽판에 실린 'EU의 친환경차 추진은 정치적 포퓰리스트들을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기사는 운전자당이 거둔 것과 같은 성과들이 유럽 정치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사는 체코·이탈리아·독일·프랑스·폴란드 등지에서 극우정당들이 내연기관차 퇴출법을 역이용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도 퇴출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소개했다. 이 법이 독일 연정을 구성하는 기독민주당(보수)과 사회민주당(중도좌파)의 균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도 다뤘다.
유럽 극우의 약진, 반면교사 삼아야
기술혁신은 사회 진보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존의 기술체계에 토대를 둔 사회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에 가장 빨리 적응한 세력을 돕는다.
증기기관은 유럽의 부르주아들을 성장시키고 종래의 귀족계급을 약화시켰다. 증기기관이 만들어놓은 세상은 제한된 영역을 지배하던 봉건영주들이 활개를 치던 세상과 달랐다.
대한제국 때부터 속도가 붙은 한반도의 교통 발달은 3·1운동의 신속한 확산에도 기여했다. 서울 시위에 참가한 유관순 같은 학생들이 지방으로 신속히 이동해 고향의 만세운동을 촉진한 것은 이전 시대와 달라진 교통 시스템을 반영한다. 걷는 데 익숙한 보부상이 아니라도, 말을 바꿔 탈 수 있는 관료가 아니더라도 먼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기술혁신의 산물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조직과 집회의 방식을 혁신시켜 대중의 정치적 역량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는 조직 및 집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인적 네트워크와 자금력이 약한 일반 대중이 동조자를 얻고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일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또 공간 이동의 필요성을 절감시켜 나이 든 운동가들의 체력 부담을 경감시키고 이들이 좀 더 오래 활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술혁신은 일차적으로 개발자와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지만, 이처럼 사회적 역학관계를 변모시켜 새로운 권력 지형을 낳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기술혁신이 사회 진보를 촉진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기 이전의 과도기에는 적지 않은 대중이 불편을 겪는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 시간 및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집단이나 계층에서는 저항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 유럽 극우는 그 점을 파고들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친환경차로 바뀌는 세계적인 조류에 부담을 갖고 있거나 신속히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을 상대로 위안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체코 운전자당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유럽 극우는 기술혁신 과도기에 나타나는 대중의 우려를 보수적 정치 시스템에 대한 회귀 심리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 시도가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둬 유럽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폴리티코>는 중도 정당들마저 유권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내연기관 퇴출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극우도 기술혁신과 관련된 유럽 극우의 구호를 언제든 차용할 수 있다. 중국·소녀상·동성애·선거제도 등을 활용한 혐오 확산이 한계에 부딪히면, 이들의 주력 의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한국 극우가 기술혁신 국면을 역이용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차단하려면, 기술진보에서 뒤쳐지기 쉬운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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