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소품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물품들
리스테이지 서울
팝업스토어와 공연은 짧은 시간 동안 운영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무대 세트는 통상 나무 합판과 쇠파이프, 철판 등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목재와 철재는 팝업스토어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의 특수성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창고를 임대해 무대 세트를 보관하기도 하지만, 예산에 여유가 있는 국립극단 등에 국한한다. 규모가 작은 극단은 철거 비용이 창고 임대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공연계의 변화 시도로는 공연물품 공유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을 들 수 있다. 2023년 10월에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합작으로 문을 연 이곳은 공연물품 대여, 위탁 거래가 가능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서울연극창작센터와 강북구에 두 개의 창고를 운영 중이며, 서울연극창작센터의 의상소품창고에 5000여 점의 의상과 소품을 보유하고 강북구의 대도구 창고엔 무대 세트나 가구 등을 구비했다.
대여료는 물품 가액의 1.5~5%로 저렴하게 책정되며, 일부 물품은 무료로도 빌릴 수 있다. 대여 가능 기간은 최대 30일, 물품 수량에는 제한이 없다. 소품, 의상, 잡화, 합판과 평판, 바닥과 매트도 재고가 있는 한 대여된다. 쓰지 않는 공연물품의 위탁도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운영자가 검토 후 승인한다. 그 후 오프라인 창고를 방문하여 위탁하는 방식이다. 위탁기간은 최소 3년부터 최대 5년까지로 창고가 없는 극단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공쓰재(공연 후 쓰고 남은 무대 소품, 세트 재활용이란 뜻)'는 '스탭서울'에서 주관하는 공연쓰레기 재활용 커뮤니티다. 2013년 2월에 서울시 지정 공유 기업으로 선정되어 개장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13] 지난 4월에 공쓰재가 리스테이지서울과 협력하여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앞에서 '공쓰재 플리마켓'이 열렸다. 공연 후 쓰고 남은 물건을 판매·나눔하거나 공연예술인의 취미생활, 부업(캐리커처, 심리상담, 타로·운세 등) 코너를 마련하였다.
공쓰재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대 세트·소품을 재활용하거나 교환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공연팀에 무료로 대여하기도 한다. 공쓰재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실시간으로 나눔 중인 공연 인테리어 자재를 확인할 수 있다. 파이프와 철제 배너, 다리막부터 테이블과 우체통 같은 인테리어, 토탄이라 불리는 블랙피트까지 나눔 물품에 제한이 없다.[14]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그린뉴딜가이드북'을 통해 친환경 공연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환경 친화 소재를 적용하는 방법부터 폐자원을 분해, 분류하고 소재은행에 공급하기, 업사이클링을 접목한 콘텐츠 제작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무대 세트에 국한하지 않고 친환경 용지와 잉크를 이용한 인쇄물 지침을 포함한다. 100% 사탕수수 용지나 재생용지를 활용하고 식물성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환경 보호를 실천하도록 권장한다.
그린뉴딜가이드북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기록하기 위해 환경성과를 측정한다. 구체적인 성과를 가시화하여 지속가능한 창·제작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이다. SK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사회성과인센티브 방식을 적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다.

▲‘어메이징 오트 카페’ 팝업스토어의 친환경 인테리어 매일유업
매일유업
기업에서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사례도 있다. 매일유업이 2022년 성수동에서 운영한 '어메이징 오트 카페'는 친환경 인테리어로 팝업스토어를 구축했다. 볏짚 소재의 의자를 선보이거나 성수동에 버려진 우드 팔레트를 활용하여 의자와 테이블로 만들어 썼다.[16]
2024년 4월 6일~5월 5일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열린 팝업사이클링 기획전시 '포레스트(FORREST展)'처럼 팝업스토어 인테리어 자재를 폐기물로 처리하는 대신 설치미술로 재탄생한 사례도 있다. 팝업스토어나 일회성 오프라인 행사에서 발생한 폐자재를 재구성하여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설치예술이다.
팝업스토어 폐기물에 문제의식을 느낀 AI아티스트 그룹 '아르뉴에(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퍼니준, 스페이스 디자이너 이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제이)'가 창작자로 참여했다. 팝업스토어에서 사용된 소재와 물품을 업사이클링하여 전시뿐 아니라 다른 제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도입하며, 숲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자연과 조화와 지속가능한 생활에 관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둔 전시였다.[17]

▲재활용 인테리어를 활용한 ‘코치토피아’ 팝업스토어
코치토피아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목격된다. 코치(Coach)의 서브 브랜드 코치토피아(Coachtopia)는 2023년 런던에서 친환경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리테일 경험 디자인 에이전시인 '스튜디오 XAG'에 팝업 스토어 디자인을 의뢰하여 만든 공간이다.
내부 장식과 가구는 재단 과정에서 남은 가죽 조각을 재구성한 것과 가죽을 포함한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구성요소의 탄소 배출량, 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고, 쉽게 분해해 재사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테이블과 디스플레이 부품을 접착제나 고정 없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조립하였다.

▲창문과 패널을 재사용한 ‘모모 숍’ 팝업스토어
앤디 통 디자인
자재 자체를 아예 친환경적으로 설계한 팝업스토어를 볼 수 있다. 2022년 홍콩의 케스트 웨이에 위치한 쇼핑몰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more)'에서 '모모 숍(Momo Shop)'이 운영되었는데, 오래된 창문과 나무 패널을 재조립해 공간을 만들었다. 설계 단계부터 재사용을 고려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운영 종료 후 쉽게 분해하여 자재를 재사용할 수 있다.[19]
앞으로는
팝업스토어 폐기물에 관한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대부분 5톤 미만의 공사장 생활폐기물로 현행 법령상 의무화한 폐기물 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확한 폐기물 발생량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성동구는 법령과는 별개로 '성동구 폐기물 관리 조례'를 개정하여 5톤 미만 폐기물도 신고토록 하고 있으며, 향후 팝업스토어로 인한 폐기물 발생량 모니터링을 통해 폐기물 감량 및 적정 처리가 가능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성동구청은 팝업스토어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성동형 팝업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성동구청은 "팝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관련 사항을 인지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중개 플랫폼, 기업 등과 연계한 공공 팝업 등 협업 사업, 팝업스토어 운영 단계별 필요 사항을 안내하는 팝업 매뉴얼 개정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얼만큼 발생하고 있는지 자세한 자료치가 밝혀지고 시민에게 알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필요하다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제도적 대응과 지속가능한 설계 과정의 정착이 필요할 때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문정인·이민경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SDG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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