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버스들
연합뉴스
나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라이딩맘만은 하지 않겠다 생각했다. 아이의 학습을 위해서가 아니라, '걷는 시간'까지 대신해 주는 게 과연 옳은가 싶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야자 후 집까지 스스로 걸어왔던 세대다. 그 시간 속에서 혼자 생각했고, 때로는 울었고, 그렇게 단단해졌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엄마의 차 안에서만 이동한다. 이동의 시간조차 '보호'라는 이름으로 관리된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시간과 동선이 부모의 손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었다. 마치 다시 유모차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그래서 나는 아이의 성적을 위해 차를 몰고 싶진 않았다. 나는 그저 나의 일과 아이의 성장과정을 균형 있게 병행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고작 6살 유치원 입학 신청서를 받아 든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의 작은 사상이나 빈곤한 철학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현실을 말이다. 이건 학습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유치원 셔틀버스 시간표가 애초에 워킹맘이나 워킹대디에게 맞지 않을 뿐이었다.
"셔틀버스는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정시에 출발하니 5분 전에는 나와 계셔야 합니다. 마지막 하원 셔틀은 오후 4시 50분입니다. 그 이후 하원을 원하시는 경우에는 보호자께서 직접 유치원으로 픽업 오셔야 합니다."
내 정규 출근시간은 9시다. 아이를 8시 25분에 셔틀버스에 태우고 9시까지 출근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퇴근시간은 6시. 오후 4시 50분에 집 앞에 도착하는 셔틀버스를 맞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셔틀버스 운전기사님도 하루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말에 당연히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맞벌이 부모는?
우리는 유치원 시간표에 맞춰 우리의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아니면 라이딩맘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치원 선택기준에 '주차의 편의성'도 들어간다. 픽업하러 갈 때 평행주차가 많은 유치원이나 주차장이 협소한 곳은 매일 아이를 픽업하러 갈 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학원 때문에 라이딩을 하는 게 아니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차를 모는 게 아니다.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영어학원을 돌리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워킹맘으로서, 아이를 유치원 셔틀버스에 태우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직접 라이딩을 하러 가는 것이다.
구조가 만든 비자발적 라이딩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맞벌이 부부들은 선택지가 좁다. 미취학 아동일 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등하원 시간, 셔틀버스 시간, 연장반 아이나 담임의 수 등을 모두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입학한 이후부터는 방과 후 수업시간, 학원시간, 집과의 이동거리, 직장 출퇴근 시간과 이동거리 등으로 계산기 주판이 바뀐다.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 비율은 58.5%. 그중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만 따져도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 유치원 시간표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워킹맘의 하루는 그 틀 안에서 늘 비어 있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게 '라이딩맘'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치원이 '교육기관'이라면,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모든 라이딩맘이 '대치맘'은 아니다. 그저 구조가 워킹맘을 자발적이지 않은 라이딩맘으로 만든다.
워킹맘의 수업료는 학원비가 아니라, 시간과 선택의 여백이 사라지는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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