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변호인단이 또 다시 '국회의원 끄집어내라'는 대통령 지시를 '인원'으로 표현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707특임단 요원'을 가리킨 것 아니냐고 추궁하고 나섰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던 곽 전 사령관은 "말장난"이라고 응수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3일 '내란우두머리' 재판에서 곽 전 사령관의 반대신문을 이어갔다. 변호인단의 목표는 분명했다.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 이들은 이를 입증하고자 다시 지난해 12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가 곽 전 사령관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 채널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요원 끄집어내라'가 '의원'으로 바뀌었다던 2월 헌재 증인신문 당시 전략 그대로였다.
"요원이 인원으로 둔갑"... 여전한 변호인단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일부 들어갔던 인원이 있고 밖에 있던 일부 인원들이 있었는데 제가 그 조치를 하면서 전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요원들을 밖으로 이렇게 좀 빼내라고..."
- 12월 6일 김병주TV 인터뷰 중 곽종근 전 사령관 발언
위현석 변호사는 "박선원이 뭐라 말하고, 김병주는 (끌어내는 대상을) 국회의원이라고 하고. (그러면서)
최초에 증인이 대답한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둔갑했다"며 "증인이 인원이라고 말했다가 요원이라고 말한 이유는 전임 장관의 지시가 '707이 (건물 밖으로) 나오라'는 지시였음을 명백히 하려고 했던 건데, 갑자기 인원에서 국회의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말장난"이라는 표현을 두번이나 써가며 맞받아쳤다.
"지난번부터 이것 때문에 제가 무수히 얘기하고 공격도 많이 받았는데, 솔직히 얘기하면 말장난 같다. 제 기억으로는 분명히 (12월 4일) 0시 31분 대통령 전화받고, 그 인원(707특임단)들은 0시 34분경에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들어간다. 707은 계속 들어갈 때부터 (저와) 통화하면서 YTN 방송에 계속 나왔다. 기억을 할 수밖에 없다. 0시 31분 기준, '안에 있는 요원을 빼내라'는 말은, 그 안에 들어간 인원이 없는데 누구를 빼내나? 그래서 말장난이라고 하는 거다."
위현석 변호사는 "이거(인원 빼내라) 특임단 말하는 거 맞죠"라고 한 번 더 물었다. 윤갑근 변호사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건 맞죠"라며 거들었다. 변호인단은 또 곽 전 사령관-대통령 통화시간은 12월 4일 0시 31분인데,
이상현 당시 특전사 1공수여단장이 김형기 1대대장과 12월 4일 0시 30분 53초경 이뤄진 통화에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점을 지적했다. 이 대화는 대통령-사령관 통화 직전 나온 만큼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대통령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상현 여단장은 지난 5월 26일 법정에서 "국회에 도착했다고 구호했을 때 사령관님께서 긴박하게 지침을 주셨는데, 의원들을 다 밖으로 내보내라는 지침을 주셨다"고 증언했다. 그는
0시 24분경 정확한 통화 상대방이 박정환 참모장인지 곽종근 사령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국회의사당 확보' 지시를 받았고, 그 임무를 수행하려는 의도였다고 했다. 또
'끄집어내'란 표현 자체는
"화재 났을 때 '빨리 물건 끄집어내' 그런 용어를 군인들은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도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0시 31분 이전 상황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자신의 지휘를 이상현 여단장 등이 이행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0시 31분 대통령과 통화한 뒤에야 "제 워딩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한다'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변호인단은 포기하지 못했다. 이들은 오후 재판에서도 내내 1여단장-1대대장 통화, 대통령-특전사령과 통화의 연결고리가 없다며 비슷한 질문을 반복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 진술 역시 굳건했다.
오후 7시가 가까워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증인이) 답변을 다 한 것 같다. 재판부도 다 알고 있다"며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할 필요 없이, 증인은 일관된 말씀을 하니까 계속 같은 질문을 해서 원하는 답을 얻으려고 하지 마시라"고 지적했다.
작전 바꾼 윤석열, 또 꿈쩍 안 한 곽종근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자 '피고인 윤석열'이 직접 등판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에게 "우리끼리 대화한 걸 몇 개 묻겠다"며 12월 3일 오후 11시 35분 첫 통화에선 위치를 확인했고, 출동이 완료되지 않아서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12월 4일 오전 0시 31분 전화한 것이라고 한참 주장했다. 이 다음 윤씨는 "
0시 31분 통화는 우리가 딱 40초 했다"며 "제일 먼저 물어봤겠죠. '국회 도착했냐, 몇 명이나 갔냐' 어쨌든 상황을 묻고 답하면 20초 이상 지나간다"고 했다.
- 윤석열씨 "그러면 나머지 한 20초 되는 시간에 제가 느닷없이 뭐 의결정족수 얘기하면서 특전사를 본회의장에 투입해가지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을 끄집어내란 얘기를 느닷없이, 아니 우리가 통화를 2~3분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0시 31분 통화는 딱 40초다. '도착했냐' 상황 묻고 나서, 한번 기억을 더듬어서 제가 그냥 의원을 끌어내라는 얘기만 했다고 하지 말고, 말씀을 한 번 해보시라."
- 곽종근 전 사령관 "정확하게 '의결정족수'를 말할 때, 바로 그 순간 제가 TV를 봤다. 앞에 말씀하신 '도착했냐, 뭐했냐(0시 31분 통화 앞부분에 상황을 물어봤다는 윤씨 주장 – 기자 주)' 그런 말씀은 기억에 없다. 분명히 TV보다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겠구나' 그 인상이 머리에 박혔다. 그러고 나서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 그 임팩트 있는 세 마디가 머리에 박혔다."
곽 전 사령관은 윤씨가 자신의 증언에 반박하며 개입하려고 하자 "제가 말씀하는 부분을 매듭짓게 해달라"고도 했다. 이어 재차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는) 이미 제 머릿속에 박혀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씨가 헌재 탄핵심판처럼 '인원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을 때도,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라"던 헌재 증언을 사수했다.
- 윤석열씨 "원래 인원은 군에서는 사람 지칭할 때, 나도 대통령 하면서 군관계자들이 그런 얘기하는 거 되게 재밌게 생각했는데 사람 얘기할 때 인원. 일반인은 보통 '인원 수'를 얘기한다. 제 입에서 정말 '인원'이란 말을 들었나? '인원 끄집어내'라는 얘기를 들었나? 내 입에서 '인원'이라고 얘기하는 걸 증인은 '국회의원'으로 생각했다는 건가?"
- 곽종근 전 사령관 "당연히 의결 정족수가 들어가서 얘기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
또 '경고성 계엄' 합리화 시도에... "매듭짓고 가겠다"
변호인단은 또 '
대통령이 유혈사태가 절대 발생해선 안 된다며 군은 전원 숙련된 간부로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실탄은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던 김용현 전 장관의 헌재 증언을 언급하며 '경고성 계엄' 주장을 되풀이했다. 위현석 변호사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에게 기 지시된 사항 관련 이행, 제한사항 확인 및 준비되는 대로 이행 지시'를 언급한 점을 짚으며 '제한사항'이 무엇인가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곧바로 질문의 의도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는 "'제한사항'이라고만 얘기했다"며 "굳이 그 해석을, 실탄·공포탄 문제로 얘기한다면 제가 매듭짓고 넘어가겠다"고 했다.
"이거는 군 작전수행체계를 이행하지 못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거다. 특전사나 특임대나 평상시에 민간인 대상으로 실탄을 사용할 수 없다. 그 얘기를 김용현 장관과 한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일언반구 없었고, 12월 3일 당일도 실탄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당일날 공포탄만 주고, 실탄은 개인한테 주지 말고 통합해서 가라고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12월 3일) 22시 40분 경계태세 2급이 발령되는 바람에 탄 박스가 적재돼서 나갔다. 만약 김용현 장관이 명확하게 지시했다면... 12월 4일 김철진(장관 군사보좌관)이 18시경에 저한테 두 번 전화해서 '특전사 어떻게 하고 갔냐'고 무장상태를 물었다. 그래서 '공포탄 들고 갔다. 실탄은 대대장이 통합해서 가지고 가라고 했다'고 대답해줬고, 이걸 김철진 조서에서도 읽었다. '특전사에서 이렇다고 하니 김용현 장관이 그대로 답변자료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곽 전 사령관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특전사 부대급 이하는 병사가 없다. 다 간부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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