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기사보강 : 3일 오후 5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모임 당시 "한동훈 등을 잡아와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발언했다고 3일 법정 증언했다. 그는 "차마 그 말을 어디 가서 하지 않았다"며 윤씨가 자꾸 계엄 당시 정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재출석해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비상계엄 사전 모의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윤석열씨가 직접 나섰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이 당시 군복을 입었고, 자신은 시국 외에도 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직접) 계란말이하고 베이컨 좀 구워놓고" 술을 마시던 자리였다며 계엄 얘기가 나올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복장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2023년 12월 (관저 만찬) 넥타이 푼 사복. 2024년 6월 17일(삼청동 안가 모임)은, 왜 그러냐면 넥타이를 매고 오라고 통지를 받아서 매고 참석했다. 10월 1일은 분명히 사복을 들고 와서 차 안에서…"
윤씨가 "사복을 입고 오셨다고? 국군의 날에도?"라며 끼어들었다. 곽 전 사령관은 "그때 행사를, 군복 정장을 입지 않나. 그거 입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올라가면서 남산쪽 어디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갔다"고 답변했다. 윤씨는 일단 "그래요.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라며 물러섰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신문이 비슷한 식으로 흘러가자 다시 나섰다. 그는 "(10월 1일) 술 많이 먹지 않았나"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 윤석열씨 "내가 먹다가 안주 떨어지면 냉장고 가서 뭐 만들어주고 가져다주고 그런 기억 없나?"
- 곽종근 전 사령관 "아니다. 제 기억으론 김치가 맛있어서 한번 더 가져왔던 기억이 있고."
- 윤석열씨 "그게 한남동 고깃집에서 나오는 김치라 따로 사다가 여러분 온다고 해서 2층 냉장고에 넣어둔 건데, 내가 가서 안줏거리 가져오고 하면서 술 많이 마신 날 아닌가? 국군의 날이 군 생일이지 않나. 그래서 내가 초대했는데, 몇 사람 못 온다고 해서 주거공간 식당으로 오라고 한 건데, 거기서 시국얘기할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
- 곽종근 전 사령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지금까지 말 못했던 부분을 하겠다."
곽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한동훈 얘기를 분명히 하셨고"란 말을 꺼냈다.
"제가 차마 그 말씀을 안 드렸는데, 한동훈하고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 차마 제가 그 말을 어디 검찰에 가서 하지 않았다. 대신 한동훈 얘기만 했다. 오늘도 그 말씀을 안 하면 제가 그 얘기를 안 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그 얘기를 말씀드린다. 그리고 앞뒤 상황에서 비상대권, 이런 기억이 있다. 더 말씀 안 드리겠다."
윤씨는 말문이 막힌 모습이었다. 그의 변호인 위현석 변호사는 "오늘 새로운 내용의 진술을 참 많이 한다"며 "그런 내용을 왜 그동안의 조사에서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꼬았다. 곽 전 사령관은 "일부러 그 얘기는 안 했다. 한동훈 얘기만 했다"고 응수했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30일 군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에 한동훈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관련 기사 :
윤석열이 찍은 '반국가세력', 한동훈도 있었다 https://omn.kr/2fo7b).
황급히 수습 나선 변호인단 "전혀 사실 아니다"
변호인단은 이후 휴정시간에 복도에서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상의했다. 오후 4시 30분 재판이 재개되고 10여분이 지나자 변호인단 입장문이 나왔다. 이들은 "곽종근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오히려 변호인들이 직접 여쭈었을 때 수차례 '한동훈을 내가 왜 체포하거나 잡아오라고 하겠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또 "곽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온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매우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실제로 오늘도 '한동훈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다가 곧바로 말을 바꾸는 등, 본인이 직접 들은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며 취재진에게 변호인단의 입장을 꼭 참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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