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만약 트럼프의 독재적 행태가 꼴보기 싫어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면, 반미를 했다면, 그래서 미국이 당초 원안대로 25%의 관세를 한국의 자동차 등에 부과했다면, 또는 그보다 더한 보복관세를 때려버렸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단순히 하루이틀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실물경제에도 직접적 타격을 준다. 국가가 보호해 주지 않았다는 명분이 생겼으니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로의 공장 이전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공장을 이전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전하고 있지만 그 속도와 규모가 훨씬 더 빠르고 커졌을 것이다. 국내 고용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보호해 주지 않으니 우리는 떠날 수밖에 없다고 소리치면 된다. 기업의 1차적 목적은 돈을 벌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고용이 늘어나고 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는 건 이에 따른 부수적 현상일 뿐이다.
지난달 27일 아마존은 정규직 직원 3만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에 1000명, 5월에 6000명, 7월에는 전체 인력의 4%인 9000명을 감원했다. 인공지능 AI로 생산성이 높아지자 엄청나게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미국이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의 대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관세를 피해 미국 현지 생산을 더 가속화한다면 한국 대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투자 비용 때문에 애를 먹겠지만 장기적으로는 2가지의 이점을 향유할 수 있다.
1. 앞으로 세울 공장에는 AI와 로봇으로 생산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2. 한국에 비해 해고가 비교적 자유롭다.
대신 한국 제조업은 공동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한국의 GDP는 마이너스 역성장하고, 내수시장은 붕괴되고 원화 가치는 더 폭락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단 2가지의 선택지만 있었던 것이다.
1. 덜 뺏기느냐
2. 더 뺏기느냐
한국은 덜 뺏겼다. 게다가 다행히도(?) 우리만 뺏긴 게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상대해야 할 다른 경쟁국들도 뺏겼다. 다른 경쟁국들에게도 관세가 부과된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라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생존이다. 국내의 일자리다. 관세가 없을 때도 거대한 미국 시장, 중국 시장으로 이전하는 한국 기업들은 늘어났다. 관세가 높을수록 그 이전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 남아 있어도 기술, 비용, 제품의 경쟁력이 탁월해서 관세를 압도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새로운 보호무역질서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공장이 남아 있어도 기업이 생존,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금을 덜 뺏긴 건 잘한 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과제는 공장을 덜 뺏기는 것이다. 생존의 문제다. 공장을 뺏기면 일자리를 잃고, 일자리를 잃으면 한국의 공장지대들이 미국처럼 '러스트벨트화'하고, 일자리를 뺏긴 노동자들이 많아질수록 트럼프 같은 괴물이 탄생할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조성된다.
미국은 달러패권, 최첨단의 금융시장,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이라도 있지만 한국은 제조업을 잃으면 끝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라. 노동자들도 우리 기업, 자기 직장 중한 줄 알아야 한다. 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그래도 국가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고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외계인이 침공하면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굴종하는 게 아니라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의) 친미도 해야 하고 친중도 해야 하고 친일도 해야 하고, 친기업적이어야 하고, 친노동자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한다.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는 것이 진화다. 자연에서는 매력적인 것이 살아남는다. 능력 있는 것이 살아남는다. 노력하는 것이 살아남는다. 함께 협력해야 살아남는다. 제발 서로가 서로를 아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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