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03 11:02최종 업데이트 25.11.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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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 표현이 공식 국호이고, 조선이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한국)으로 표현하면서 자신도 공식 명칭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서로가 국가성을 인정할 때 대화와 관계 개선도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함으로써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 한미동맹이 사드(THAAD, 전역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면서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커지는 듯했다. 미국의 동의를 받아내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다음날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해야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견제했다.

중국의 발언 수위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던 사드 사태 때보단 크게 낮아졌다. 이는 한중관계 회복을 추구해 온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었고, 사드는 '발등의 불'이었던 반면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긴 시간을 요하는 사안'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사드 논란 당시 중국의 과잉 반응이 역효과를 냈다는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드 사태의 재연?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사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상충되는 요구를 관리할 수 있을까"뉴욕타임스

그렇다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와 관련해 국내의 대다수 전문가와 언론은 핵잠수함 도입이 '대북용'임을 명확히 해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드 때와 비슷한 논법이다.

그런데 중국은 사드 배치를 두고 한미동맹이 "북한위협론"을 빌미로 삼아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에 가둬두고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는 박차를 가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축이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를 중심으로 한미일의 군사 결속을 다지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핵잠수함 문제 역시 유사한 개연성을 품고 있다. '한미동맹 현대화'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대중국 억제 및 견제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둘 것인가에 있다. 핵잠수함 도입은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 사항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11월 1일 자 <뉴욕타임스>의 진단처럼, 이 사업이 미국의 안보체계에 한국이 더욱 통합되는 양상을 띨수록 한국의 균형외교나 한중관계에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대만 해협 등 동아시아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 문제가 품고 있는 민감성이 더욱 커졌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향방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핵잠수함 추진이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도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면서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할 경우에는 중국의 반발은 매우 거세질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북용'이면 괜찮을까?

10월 30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추진 잠수함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핵잠수함을 둘러싼 논의의 흐름을 보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가 중국의 반발이 우려되자 '대북용'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사드 문제를 다시 소환해 보자. 이 문제가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에만 주목한 나머지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에는 둔감하다. 그런데 사드 배치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면서 대응조치를 경고했던 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었다.

실제로 조선은 사드를 비롯한 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핵 투발수단을 선보여 왔다. 그 결과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릴 것처럼 여겨졌지만, 사드 배치 이후 북핵에 대한 위협 인식은 더 높아졌다.

핵잠수함이 품고 있는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한국의 핵잠수함 전력화는 10여 년 후에나 가능하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조선이 2025년 초에 보유한 핵 능력은 핵탄두 약 50기와 40기의 핵무기 분량인 핵물질에 달한다. 또 조선은 매년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늘릴 수 있는 시설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공산이 커진다.

조러 군사협력의 향배도 걱정거리이다. 러시아는 조선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한미간 핵잠수함 협력을 빌미로 삼아 조선의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할 공산이 커진다.

이렇듯 핵잠수함 도입 결정이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은 '가변적'이다. 이에 비해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확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한반도 군비경쟁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개선되어 온 위기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사숙고해야 할 까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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