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7 14:06최종 업데이트 25.11.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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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통해 다시 한 번 'K-POP은 세계적인 문화'라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드라마·음식·뷰티 산업 등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관광객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5 K문화>는 세계인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고 있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며, '한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방향성을 모색해봅니다.[편집자말]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골든'은 영국 공식 싱글 차트에서 총 9주 동안(비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10월 마지막 주 기준). 더 놀라운 사실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곡 '오필리아의 운명'(The Fate of Ophelia)에 3주 동안 1위 자리를 빼앗겼다가, 지난달 31일에 '골든'이 다시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친 기록'이다.

핼러윈 파티에서 루미로 분장한 아이. 아이의 엄마가 보라색 머리를 디자인해 주었다.제스 혜영

요즘 스코틀랜드에선 '데몬 헌터스' 쇼·파티·캠프가 화제다. 지난 9월 26일 글래스고 근처, '고 키즈'라는 댄스학교에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파티'를 열었다.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파티였다. 50명의 아이들이 참여했고 두 시간 공연에 참여비가 17파운드(3만 2500원)였다. 11월 2일에는 에든버러 근처에 있는 퀸 마거릿 대학교(Queen Margaret University)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핼러윈 파티'를 열었다. '4세~12세' 대상이었고 6시간 행사에 참가비가 한 사람당 33.22파운드(6만 3600원)였다. 이 파티의 광고는 아래와 같다.

'마을에서 가장 으스스한 케이팝 핼러윈 파티에서 악마를 사냥하고 하루 종일 춤을 출 준비를 하세요!'

퀸 마거릿 대학교 말고도 곳곳에서 핼러윈 파티가 열렸다. 무엇보다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악령을 나타내는 검은 흉터나 더피 모양의 페이스페인팅이 인기가 많았고 영화의 주인공 루미, 조이, 미라로 분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루미의 보라색 붙임머리나 금색 줄무늬 재킷은 이제 아마존 같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핼러윈 파티'에 이어 12월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릴 예정이다.

한국어, 태권도... K문화의 빠른 전파 속도

한국어는 최근 5년 동안 영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 중 하나로 꼽혔다. 영국 대학의 한국어 학위 취득률은 2012년에서 2018년 사이 세 배 이상(250% 증가) 증가했고 영국 현대언어대학협의회(University Council of Modern Languages)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선 러시아어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더 많다고 한다(2021년 기준).

인터넷 한국어 강좌 등록률도 급격히 증가했다. 예를 들어, 2021년 넷플릭스의 인기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이 출시된 직후 듀오링고의 한국어 신규 학습자가 영국에서 76% 증가했다. 또한 2023년엔 듀오링고의 '인기 있는 언어'로 한국어가 10위 안에 들었다. 2021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26개의 한국어 단어를 추가했는데, 2024년 옥스퍼드 신규 단어 개정판에도 '달고나(dalgona)', '노래방'(noraebang)', '형'(hyung), '막내'(maknae), '찌개'(jjigae), '떡볶이'(tteokbokki), '판소리'(pansori) 등 7개의 단어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번 한글날을 맞아 지난 10월 7일, 런던에 있는 주영한국문화원에서 '한글 체험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붓과 펜을 사용해 직접 한글을 써보고, 나만의 캘리그래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을 했다. 10월 8일에는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에 대한 역사 강연도 열렸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 박물관 한국실 지원을 통해 기획되었으며, 행사 한 달 전에 티켓이 마감되는 등 현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주영한국문화원 참조).

아나는 스코틀랜드 국술원에서 1년 7개월째 국술을 배우고 있다.제스 혜영

K문화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태권도 또한 빠트릴 수가 없다. 태권도 도장을 다니는 아일라(6)는 지금 흰색에 파란 줄띠를 달고 있다. 다음 주에 승급을 위한 심사가 있을 예정인데 만약 승급이 된다면 빨간 띠를, 그 후엔 노란띠를 받을 거라고 했다. 아일라는 네 살 때부터 태권도를 다녔다. 차렷, 경례, 하나, 둘, 셋. 태권도에서 필요한 한국말도 제법 또박또박 말할 줄 안다. 아일라는 일주일에 두 번씩 태권도 도장 가는 일이 마냥 즐겁다고 말했다.

아나(49)는 국술원을 다니고 있다. 운동을 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가 지인의 소개로 국술원을 알게 되었단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국술'은 공격과 방어뿐만 아니라 명상을 통해 정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아나는 1년 7개월째 수련 중이고 빨간 띠를 매고 있다. 일주일에 네 번씩이나 도장을 다니는 그는 국내 대회에서 몇 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국술원을 하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지금은 K드라마의 광팬이 되었다.

'부산' 감천마을에서 영감받아 졸업 전시 작품 만들기도

던디 대학교(University of Dundee) 섬유디자인과 학생 메건의 졸업 작품.제스혜영

올해 8월 BTS 진의 콘서트에서 메건이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 팬제스 혜영

지난 5월 스코틀랜드 던디 대학교(University of Dundee)에선 졸업 전시회가 있었다. 거기서 섬유 디자인과를 다니는 대학생 메건의 독특한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디자인은 2024년 한국 부산 감천마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감천마을은 1950년 6.25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리면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록달록 여러 헝겊을 갖다 붙인 조각보처럼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메건이 자신의 작품을 바느질할 때는 '무계획성'이라는 개념을 활용했단다. 구조화된 배경에 흐르는 듯한 선과 무작위적인 패턴은 작품 속에서도 독보적으로 나타난다. 수작업 프린트 외에도 디지털 프린트를 사용하고 종이 콜라주를 기반으로 오래된 느낌을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8월 런던에서 BTS 진의 콘서트가 열렸다. 메건은 진의 곡 '슈퍼참치'를 묘사하는 티셔츠를 디자인했고, 실제로 그걸 입고 간 아미팬들도 있었다. 미래의 의상 디자이너 메건처럼 앞으로 K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글로벌 인재들이 더욱 많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틸리마을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제스혜영

스코틀랜드 틸리(Tillicoultry)라는 마을에서 교회 건축 모금 행사로 지난 5월 처음으로 '한국인의 밤'을 열었다. 2주 반 만에 110장의 티켓이 모두 매진되었다. 행사에는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 노래, 퀴즈, '투호' 게임도 함께 있는 행사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년 넘게 이 조그만 마을에 살면서, 이렇게 폭발적인 K-행사가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곳 사람들이 고추장에 밥 비벼 먹는, 그날을 꿈꿔본다

스코틀랜드 한 식당에서 주문한 K치킨 샌드위치제스 혜영

10년 전과 다르게 시내에 있는 아시안 상점을 가지 않더라도 고추장, 쌈장, 배추, 라면, 만두 등은 가까운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거기다 요즘은 간단히 먹는 점심 메뉴로 고추장을 넣은 샌드위치나, 토르티야 랩에 '한국식'이라고 적힌 식품이 눈에 띈다.

심지어 일반 식당에서도 스코틀랜드 주방장이 만든 퓨전 한국 요리를 종종 메뉴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식당에서 'K치킨 샌드위치'라고 해서 주문을 했는데, 튀긴 닭이 칠리소스로 양념이 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고추장을 넣었으면 괜찮았을 법한데.

생각해 보면 예전에 엄마가 영국에 처음 왔을 때 '하기스' 기저귀가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다. 엄마는 '하기스' 브랜드가 한국 것인 줄 알았단다. 한국에서도 하기스를 너도나도 쓰다 보니까.

노래, 음식, 언어, 스포츠, 심지어 패션까지 K문화는 영국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언젠가 이곳에서도 '○○고추장'이 영국에 원래 있던 브랜드처럼 여겨질 날이 오지 않을까? 아이나 어른이나 고추장에 밥 비벼먹으며 맛있다고 쩝쩝거릴 그날.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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