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김건희 경호하는 김성훈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씨가 4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구 자택으로 돌아와 마중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맨 왼쪽)이 경호를 서고 있다.
이정민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등을 앞두고 김성훈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주고받은 문자가 31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한 달만에 출석한 윤석열씨는 갑자기 많은 말을 쏟아냈다. 부인을 '김건희'라고만 칭한 검사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는 윤씨 '체포방해' 5차 공판에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차장은 경호처 내 '충성파'로 꼽히며 1월 3일 공수처 1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하고 2차 영장 집행 저지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요 증인인 만큼, 9월 26일 첫 공판 후 불출석하던 윤씨도 전날 내란우두머리 공판에 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 전 차장 증언 중간중간 메모를 하거나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차근차근 준비한 증거들을 제시해가며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는 1차 영장 집행을 앞두고 김건희씨와 김성훈 전 차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도 있었다. 그러자 송진호 변호사는 "이 사건 피고인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고, 또 관련 없는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 내용을 또 얘기하면서 질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김다락 검사는 "당시 압수수색을 저지하려는 피고인의 인식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 제시한다"고 반박했다.
김건희의 메시지 "막을 수 있는 건가요, 브이는 살짝 걱정"
다음은 법정에서 제시된 김건희씨와 김성훈 전 차장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다.
- 김건희 "관저 압수수색은 당장은 안 되는 거죠. 대비실(대통령비서실-기자 주)은 압색하려는데, 경호처에서 막고 있다는데.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죠."
- 김성훈 "법률에 근거하여 저희가 차단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김건희 "차장님 넘 감사드립니다."
- 김성훈 "영부인님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계십시오."
- 김건희 "넵."
- 김성훈 "압수수색이니 체포영장이니 신경쓰지 마십시오. 저희가 끝까지 지켜내고 막아내겠습니다."
- 김건희 "관저 대비실을 압수수색할 수 있는 특검법 민주당서 발의한다하는데 그게 통과되면 경호처에서 막을 수는 없는 거죠."
- 김성훈 "막을 수 있습니다."
- 김건희 "아 그래도 막을 수 있는 건가요. 브이(대통령–기자 주)는 살짝 걱정을 하십니다. 알아봐주세요."
김다락 검사는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인이 우려한다는 취지의 말을 당시 영부인이던 김건희가 증인에게 텔레그램으로 말하는 내용이다.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시기는 12월 경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때 윤석열씨가 재판부에 "의견 한 말씀 드리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제 아내가 이런 얘기가 있다니까 궁금하고 걱정돼서 문자를 넣었을지 모르지만, 저는 검찰에 26년 있으면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수도 없이 받아본 사람이다. 여기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고,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갖고 집행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해본 적 없다. 늘 연풍문에 가서 영장 제시하고, 기다리면, 필요한 물건 주면 받아갖고 오는 거고. 김성훈 차장, 증인 얘기도 자기들이 경호관을 오래했기 때문에, 도대체 수사기관에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들어와서 막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에 없는 일을 얘기하는 거라 제가 이거 갖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박종준 (경호처) 처장한테 (체포영장 저지 관련) 얘기 안 하고, 차장한테 했다는데 아니 그럼 제가 비서실한테 지시할 때도 전부 실장한테 하겠나. 실장에게 할 일이 있고, 경우에 따라 행정관한테 바로 할 수도 있고. 그리고 박종준 처장도 차장을 지낸 사람이다. 박근혜 정권 때. 여기(김성훈)도 오랫동안 경호관을 했기 때문에 상식에 속하는 일이지, 여기는 못 들어오는 뎁니다. 재판장님. 수색하고, 뭐 체포도 하고 뭐하는데, 여기는 접근이 안 되는 데다. 근데 제 아내가, 여자가 물어보는 걸 갖고. 제가 걱정되면, 저하고 경호처 차장하고는, 그야말로 경호처장이야 나중에 추천돼서 들어왔지만 기조실장하고 차장은 2년 반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통화도 많이 하고 산보 갈 때도 연락해서 오라고 하고, 또 제가 관저에 혼자 있으면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하고 그런 관계니까 바로 전화한 거고. 좀 야단도 칠 수 있고. 처장한테 함부로 얘기하기 뭐하지만 차장한테는 말을 편하게 할 수도 있는 거지 아니 이거를 놓고..."
아내 얘기에 또 화난 윤석열 "'김건희'? 여사 붙이면 되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형사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내란 사건 재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윤씨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무리 그만 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뭔가! 뒤에다가 여사를 붙이거나 그러면 되지!"
백대현 부장판사는 "그정도로 하시라"고 끊은 다음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특검 쪽 제시를 허가했다. 김다락 검사는 "영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라고 표현만 수정한 뒤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김성훈 전 차장은 "당시 영부인께서 문자를 주신 건 연약하시고 걱정되니까 진행상황이, 가능 여부가 궁금한 나머지 저한테 물어보신 것"이라며 "당장 걱정하시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는 차원에서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검토한 내용은 아니란 취지였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윤씨 지시로 계엄 직후 경호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시도했다고도 의심한다. 윤씨는 이와 관련해 오전 재판 종료 직전 "서버에 있는 비화폰 통화내역은 다 보존돼 있다. 그런데 규정상 이틀 후 삭제하게 돼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저도 규정을 물어본 것"이라며 "이런 의미 없는 질문을 자꾸 하는데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실체에 관한 부분은 증인신문 끝나고 해달라"며 주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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