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31 14:48최종 업데이트 25.11.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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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서울시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의 한강의 모습을 알리고,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변호사 오세훈 법률사무소에서 1995년 8월 20일 환경운동연합으로 보낸 대외서신환경운동연합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공원을 만들어 놓고도 그 안에 이런 시설(핵발전소, 골프장, 스키장 등) 수만 평씩을 만들도록 해 주려는 정신 나간 나랏님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정치 뒷돈 마련 위해 이런 사업들을 이권사업으로 만들어 키워주고 허물 덮기에 급급해 왔던 모리배들이 우리와 한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우리 국토를 황금 거위로 믿나보다. 마술상자라 믿나 보다. 오늘 이만큼 파먹어도 내일 또 그만큼의 생명을 갖고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봉사할 줄로 아는가 보다. 겁 없이 잘라내고 파헤치고 더럽혀도 그들이 용서해 줄 걸로 믿나보다. 수만 년 후 자손들의 몫을 차용증도 쓰지 않고 빌려다 쓰면서 그들이 우리를 거부하지 않을 걸로 아는가 보다."

1995년 8월 20일 작성된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행태를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에 비유하고, 신념을 위해 헌신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지지하더군요. 오래된 이 편지의 작성자를 보고 여러 선배님을 찾아가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오세훈이 그 오세훈 맞아요?"

제가 찾아보니,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환경운동연합에서 여러 직책을 맡으며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2006년 서울시장 당선 후 공동인수위원장으로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영입해 보수단체의 반발을 얻기도 하셨고요. 물론 1993년생인 저는 '세빛둥둥섬'이나 '오세이돈'의 기억이 더 강렬하지만, 이제부터는 후배 환경운동가로서 당신을 '선배님'으로 불러볼까 합니다.

난개발 중심에 선 선배님

서울환경연합은 2023년 11월 8일 서울시청 앞에서 한강버스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서울환경연합

30년이 흐른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맞서 싸워야 할 난개발의 중심에는 바로 30년 전 개발 만능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우리를 지지했던 선배님이 계십니다. '오세훈이 오세훈 했다'는 한강버스, 생태계의 허파인 노들섬을 뒤흔드는 국제예술섬, 강 위에 호텔을 놓고, 1조가 드는 서울링까지. 말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듯합니다.

서울환경연합이 적자, 졸속 추진, 생태계 파괴, 수상 안전 위협 등을 이유로 한강버스 재검토를 촉구하자, 2023년 11월 선배님은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조해 왔던 서울환경연합이 한강버스를 적자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하셨죠.

꼭 2년이 지나 운항 연기와 고장, 중단을 거듭하던 한강버스가 연이어 공격받자 "교통이라는 게 꼭 빨라야 되나요?"라고 말하는 선배님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배님이 경고했던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정신 나간 나랏님'이자 '이권사업을 키우고 허물덮기에 급급한 모리배'의 모습이 떠올라서요.

얼마 전, 첫 삽을 뜬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설계안이 아닌 그림만 보고 37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비정형 구조로 유지보수에 막대한 관리비가 드는 시설 조성 사업을 시장 개인의 취향만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분도 계셨고요. 선배님의 문화정책을 대형 시설 건립에 과도한 자원을 쏟아붓는 '랜드마크 집착', 관광 수익에 매몰된 '도시 마케팅' 수단화, 시민의 일상적 '생활 문화' 권리 배제라고 요약한 분도 계셨습니다.

저는 "연간 150만 명이 찾는 현재 노들섬의 가치는 화려한 건축물이 아닌, 시민이 자유롭게 머물고 예술가가 실험하는 '비어있음'과 '열려있음' 그 자체"라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정치인과 사업가는 비어있는 도시 공간에 꼭 뭘 더 채우려고 하더군요. 수많은 생명이 깃들고, 시민들이 휴식을 찾고 위로받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는 표현으로 폄하해버리죠.

선배님을 초대합니다

이 편지를 다시 띄우는 것을 두고, 활동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요즘 세대는 오세훈이 환경운동연합 출신이라는 것을 모를 텐데, 괜히 리스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습니까. 랜드마크 광인 선배님이 더 이상 '겁없이 잘라내고 파헤치고 더럽'히지 못하도록, 더 열심히 알리고, 조직하고, 활동할 수밖에요.

"정부 정책을 떡 주무르듯 하는 기업들을 상대하고 막강한 관료조직의 잘못된 시책을 다치려면 더욱 결집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누굴 믿고 기다리는가. 누가 해결해 주길 바라는가. 이미 늦었다고 후회할 때가 가장 좋은 때라던데."

한강 난개발에 맞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11월 9일 '시민의 한강'을 출범합니다. 여의도 서울항에서 선유도까지 4km를 걸으며 공존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선배님을 초대합니다. 과거 우리의 일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를 비판하고 소통을 외면하는 당신이 강을 살리려는 시민들을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금빛 모래 한강을 되찾고 황복의 한강, 수달의 한강, 시민의 한강을 만드는 길로 다시 돌아오기에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요.

[변호사 오세훈 법률사무소에서 환경운동연합으로 보낸 대외서신]
수신처 : 환경운동연합
송신처 : 변호사 오세훈 법률사무소
제목 : 황금거위 이야기, 이상한 사람들
송신일 : 1995년 9월 20일

황금거위 이야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야기를 기억하는가. 하루에 하나씩만 낳는 황금알에 만족하지 못한 거위주인은 성급한 욕심을 부리다가 마침내 거위의 배를 갈라버렸다고 했던가……
잘 먹이고 아껴줘서 하루에 두 알 정도를 기대했으면 좋으련만 하루아침에 갑부가 되려다가 망한 이야기. 너무도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뛰어왔다. 참으로 열심히 일해왔다.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공장만 팡팡 돌리고 수출만 많이 하면 된다고 하던 시절, 1년에 GDP가 몇 % 늘어난 것이 지상최고의 자랑거리이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우리가 다시 마시게 되는 강물에 시커먼 공장폐수가 펑펑 흘러들어도, 우리가 숨쉬는 우리 강토의 하늘에 이름조차 생소한 별의별 화학물질이 뿜어올라가도 경제성장, 국력을 위한다며 모든 것들이 뒷전으로 밀리던 시절이 있었다. 공해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꺼내면 정부시책에 엇가는 반정부, 좌경으로 몰리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꼭 물통을 들고 학교에 간다. 우리는 기름값보다 비싼 생수를 사먹고 산다. 벤젠, 톨루엔이 발암물질이라는 것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수돗물에 양념처럼 들어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환경부 장관이 수돗물이 안전하다며 받아 마시는 장면이 신문기사에 날 정도로 다급한 처지에 있는 것 안다. 겨울철 도시에서의 아침공기는 유독가스를 늘려마신 담배연기쯤으로 들어마시는, 자살의 한가지 훌륭한 방법이라는 사실도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도 독해서 벌레들도 못살고, 그래서 제비 한마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도시의 하늘 아래 우리는 산다. 이제라도 그렇게 죽어간 거위를 살려 보려면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벌어 모은 돈을 몇 배 더 써도 될까 말까 한다는 사실도 이제는 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아는가? 아무리 원자력 발전소는 제일 안전하고 경제적인 발전수단이라고 유명 탤렌트 내세워 TV 광고를 해 대도, 고리에서 월성에서 자칫 실수하면 한반도 전체가 유령마을처럼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러한 실수의 조짐들이 종종 나타나지만 신문 한귀퉁이에 등장했다가 곧 사라지고 잊혀지고 있다는 것을. 발전소에서 쓰고난 방사능찌꺼기들, 조금만 접촉해도 기형아의 씨앗이 되는 핵쓰레기들을 해독없이 만든 기술을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수만년 후의 자손들이 그 기술을 개발할 것을 기대하면서 우리 산하의 어느 곳엔가 꽁꽁 묻어두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30년이 되면 수명을 다한 그 큰 발전소 자체가 커다란 핵쓰레기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그래서 선진국들은 이미 핵발전소를 서서히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골프장 만든다고 스키장 만든다고 수십년 키워온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잘린 후 그 자리에 외국산 잔디가 깔리고 있는 사실을. 그리고는 그러한 기형을 보기 좋게 유지하려고 지독한 농약과 제초제를 무지막지하게 뿌려대고, 이것이 흘러 흘러 우리 강산 푸른 물을 독천지로 만드는 것을.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공원을 만들어 놓고도 그 안에 이런 시설 수만평씩을 만들도록 해 주려는 정신나간 나랏님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정치뒷돈 마련위해 이런 사업들을 이권사업으로 만들어 키워주고 허물 덮기에 급급해 왔던 모리배들이 우리와 한 하늘 아래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우리 국토를 황금거위로 믿나보다. 마술상자라 믿나 보다. 오늘 이만큼 파먹어도 내일 또 그만큼의 생명을 갖고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봉사할 줄로 아는가 보다. 겁없이 잘라내고 파헤치고 더럽혀도 그들이 용서해 줄 걸로 믿나보다. 수만년 후 자손들의 몫을 차용증도 쓰지 않고 빌려다 쓰면서 그들이 우리를 거부하지 않을 걸로 아는가 보다.

누굴 믿고 기다리는가. 누가 해결해 주길 바라는가. 이미 늦었다고 후회할 때가 가장 좋은 때라던데……

이상한 사람들

이 사람들을 혹시 아시는지.

언젠가 광화문 한가운데 이순신장군 동상에 마스크를 씌워서 상징적인 경고를 울렸던 그 사람들. 재벌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반환경적 정부정책을 소시민의 입장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사람들. 경제성장제일주의를 목청높여 외치던 그 시절에도 눈총받아 가며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외롭게 외치던 사람들.

이들은 직업이요 본업이 환경운동봉사자이다. 이들에겐 보상도 없고 보수도 없다. 그래서 미혼이 많고 여성이 적지 않다. 가장이 되면 가족을 부양해야 할 테니 여간 지독한 결심이 아니면 버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생기가 넘쳐 흐른다. 모두 무언가에 미쳐 있다.

무엇이 그들을 미치게 하는가. 잘못된 원자력 발전소 정책, 식수로도 쓸 수 없는 한강・낙동강・영산강, 독가스와 구분이 안되는 도시의 하늘, 그럼에도 각종 이권을 위해 깎겨 나가는 국토의 허파들, 이 모든 것들이 이들이 돌보아야 할 것들이다. 그래서 전국 210여명의 활동가들에게는 쉼 틈이 없다.

정부조직중에 환경보호업무만 담당하는 환경부도 있는데 왜 이들이 바빠야 하는가?

아직은 정부만 믿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환경련이 올해 전국 4대강의 수질오염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다. 금강을 제외한 한강, 영산강, 낙동강의 수질이 식수원으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정부차원의 대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제기되어 문제이고 폐수배출 총량규제 등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혹시라도 산업생산활동이 위축될까봐서 더 솔직히 말하면 보수계층의 표가 떨어질까봐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책임회피가 쉬운 환경을 희생해서 '경제'만 살리면 정권은 유지된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지, 수질이 아직은 먹을만한 수준이라는 통계수치만 발표해대고 있으니……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재정경제원이나 통상산업부 등의 경제부처는 경제개발에만 관심이 있는 부처다. 그런데, 환경까지 보호해 가면서 경제개발을 하려면 속도도 더디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고집스러운 생각이다. 따라서 일단 그들 식의 계산법을 동원한 경제성장 숫자놀음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어 내려면 환경보호는 적당히 뒷전으로 밀어두어야 한다. 이럴 때 성심껏 제동을 걸고 목청을 높여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인데, 아직 막강한 힘을 휘둘러대는 경제부처와 맞설 힘도 부족하려니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서 소신만을 외칠 수는 없으리라. 높으신 나랏님이 '갱제' 살리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더욱 대책이 없는데, 그놈의 '갱제'가 도대체 누굴 위한 '갱제'인지……

그러나 이제 이들은 외롭지 않다. 이미 전국에 2만명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회원들이 있다. 코흘리개 국민학생부터 추기경님까지 진심어린 성원을 보낸다. 그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활동에 힘입어 드디어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많은 회원이 지지하는 환경단체로 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정책을 떡 주무르듯 하는 기업들을 상대하고 막강한 관료조직의 잘못된 시책을 다치려면 더욱 결집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몇년전의 이야기다. 전설적인 이야기.

환경련의 출근시간은 8시다. 비록 스스로들 정해놓은 약속이지만, 지키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한 여성활동가가 거의 매일 30분이상 늦는 것이다. 너그럽게 이해했던 동료들도 점점 이상하게 생각했고 급기야 징계논의까지 나왔다. 아무리 이유를 물어도 시원한 해명도 없으니 오해를 살 밖에…… 그러던 차에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동료활동가 한명이 이제 활동을 중단하고 취직이라도 해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때 이 지각대장이 만류하며 자신의 사정을 털어 놓았다. "사실은, 차를 타고 오면 점심을 굶어야 할 형편이라서…." 사무실은 광화문에 있고, 그 활동가의 집은 구파발이었다던가.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눈 딱 감고 취직해 버려도 누가 뭐랄 사람 없는데….

* 더욱 많은 회원과 자원봉사자가 필요합니다. 회원여러분이 정성껏 보내주신 회비는 각종 환경사업 활동비와 사무실유지비용 등으로 쓰이는데, 아직은 회비를 모두 모아도 필요한 비용의 33%밖에 안됩니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각종 행사 및 사업수익금(환경바자회, 환경물품판매) 등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터지는 각종 환경파괴사안에 지체없이 대응하는데는 고정적인 지원금인 회원분들의 회비가 더할 수 없이 큰 힘이 됩니다. 환경련을 돕고 싶어 하는 뜻있는 독지가나 기업체들도 있습니다만, 기업과 정부의 도움을 받게되면 시민단체는 소신껏 일할 수가 없습니다. 적더라도 한분 한분의 정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끝)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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