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독교계 원로 오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병희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장종현 백석대학교 총장,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윤 대통령,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김태영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대통령실
김장환 목사가 이렇게 당당한 데는 정치권 탓도 크다. 김 목사는 7월 27일, 원천침례교회 주일예배 설교 중에 "한쪽에서는 미국이 저렇게 어렵게 한국 저기 하는데 좀 도와달라고 뭐 그런 부탁을 해서 내가 아는 사람들 시작을 했는데 특검이 온 거야, 찬물을 콱 갖다 뿌리는 거라"라는 말을 했다. 세계 복음주의 교계의 거두이자 미국과의 긴밀한 연계를 바탕으로 역대 정권마다 영향력을 미쳐온 김 목사다운 말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한국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는 말을 썼고, 회담 직전에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최근 며칠 한국의 신정부가 교회들을 잔인하게 급습"했다고 언급했다.
국면이 이러하니 정치권도 김 목사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김 목사에 대한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7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인 박상혁 의원은 논평을 통해 "한 치의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특검의 수사 의지를 지지한다"면서 "종교인과 종교시설에 대한 수사는 각별히 절제된 모습이어야 한다"는 우려를 남겼다.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이 '각별히 절제'해야 되는 대상도 존재한다는 이상한 인식은 "어딜 목사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냐"던 김 목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김 목사가 원로 개신교 목사라는 이유로 수사에 제동을 거니 특검이 힘 있게 수사를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김 목사의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은 비단 임성근 한 사람에 국한된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교회를 출세의 원천으로 여기고, 신앙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국민의 군대를 성전을 치르는 십자군 쯤으로 착각하고 '신앙전력화'니 '전군의 복음화'를 운운하는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과 핸드폰에 20자리 비밀번호를 걸어 수사기관에 내어놓곤 2년 내내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하나님의 사랑" 운운하며 기적적으로 풀었다면서 비밀번호를 알려준 임성근 사단장 같은 이들, 그리고 신앙을 특권으로 여기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실된 목회자들과 신도들이 세상엔 더 많다. 더 늦기 전에, 김 목사 사건을 계기 삼아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목회자와 권력의 만연한 유착을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 더 불행한 일들을 막을 수 있다.
군에서 벌어지는 선교라는 것의 실체도 다시 짚어봐야 할 때다. 군선교연합회 이사장인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지난 3월 20일, 군선교연합회 제54차 정기총회에서 군종목사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윤석열 탄핵 정국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눈물 흘리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라며 "주님께 이 나라를 살려달라고, 자유대한민국 지켜달라고 눈물 흘리며 나라를 위해 1분간 기도하자"고 했다.
목회자들이 군대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신앙전력화'란 미명 하에 장병들에게 선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군인을 모아놓고 내란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주자는 것이 신의 가르침 맞나? 군은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민의 도구이지, 목회자들의 사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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