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7 19:47최종 업데이트 25.10.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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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구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 채상병 특검 출석강의구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이 7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채 상병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이정민

윤석열씨의 최측근이자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과 폐기에 관여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27일 처음 법정 증언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민감한 대목에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거나 자신의 형사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며 침묵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강 전 실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강 전 실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석열씨 검찰총장 재직 당시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용산 대통령실에 함께 입성, '윤석열의 심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2.3 비상계엄의 절차적 흠결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 해제 후 선포문을 만들었고, 한 전 총리는 여기에 서명했다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메모하고, 장관들 돌려세우는데... "기억 안 난다"는 증인

내란특검은 한 전 총리나 강 전 실장이 계엄 선포 절차를 정당화하고자 사후 선포문을 준비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12월 3일 밤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강 전 실장이 다른 국무위원들의 서명을 받으려고 시도하던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제시했다. 이때 강 전 실장은 박성재·이상민 장관의 지시를 메모하고, 대접견실을 떠나려던 국무위원들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그는 "기억은 나지 않는데"라고 전제한 다음 "서명 관련 이야기를 한 것 아닌가 (싶다)"라는 식의 답변을 반복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요?" 이진관 부장판사가 되물었다. 그는 "증인이 뭔가 얘기하고, 대접견실을 떠나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는데도 기억이 안 나는가"라고 질문했다. 강 전 실장은 그제야 "검찰 조사할 때 (CCTV 영상을) 보니까 뒤이어 국정과제비서관실 직원이 올라온다. 그 장면을 쭉 연결해보면, 왜냐면 서명을 받으려면 서류가 필요하지 않나. 그게 준비가 안 돼서 좀 기다리시라고 얘기했던 것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하지만 "연상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비슷한 답변은 계속됐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에게 경고했다.

- 이진관 부장판사 "본인이 기억하는 걸 추론이라고 말하는 것도 위증이 될 수 있다."
- 강의구 전 실장 "아니요. 진짜 기억이 나서가 아니라, 연계된 걸 쭉 역으로 생각해보니 '서명을 받으라'고 얘기를 했든가. 그 외에 박성재 장관이나 이상민 장관이 저한테 얘기할 사항이 없었다."
- 이진관 부장판사 "그래서 제가 묻는 것 아닌가. 저 장면에서 박성재나 이상민이 말한 건 기억 안 날 수 있다. 근데 그 시점이 아니더라도 전후에 말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억날 수 있지 않나."
- 강의구 전 실장 "예. 그 말을 했던 건 기억 난다. '서명을 받아야 된다. 받는 절차를 알아보라.' 그 정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강 전 실장은 내란특검이 그의 PC에서 압수한 사후 선포문 표지를 제시하며 묻자 "형사소송법 148조에 자기부죄에 관해선 증언거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인 경우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권리)"며 증언거부권도 행사했다. 그는 "증인이 작성한 게 맞는가", "작성일은 12월 6일인데 12월 3일로 기재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주현 민정수석으로부터 문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만들었는가" 등을 묻는 특검에게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대답만 내놨다.

재판부가 또다시 나섰다. 이 부장판사는 강 전 실장이 '사후 선포문을 만들기 전 피고인(한덕수)으로부터 선포문 한 부를 받은 적 있나'는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하자 "그건 거부 대상이 아닌 것 같은데"라며 또 직접 몇 가지 물었다.

- 이진관 부장판사 "언제 어떻게 받게 됐나."
- 강의구 전 실장 "12월 6일쯤… 제가 총리님께 '비상계엄 선포 관련해서, 국무회의 관련해서 갖고 계신 자료가 있으십니까' 해서 여쭤보고, 나중에 한 부 갖고 있다며 보내주셨다."
- 이진관 부장판사 "서명을 받으며 증인이 피고인에게 설명한 내용이 있나."
- 강의구 전 실장 "어… (계엄 선포의) 요건을 갖추어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 이진관 부장판사 "피고인이 뭐라고 하던가."
- 강의구 전 실장 "처음에는 '알겠다'고 하셨다."
- 이진관 부장판사 "문서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는가."
- 강의구 전 실장 "'폐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나중에 작성된 게 알려지면, 어… 괜한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 이진관 부장판사 "폐기할 때 피고인의 서명부분만 폐기했나. 아니면 그런 것 없이 폐기해달라고만 했나. 어떻게 표현했는가."
- 강의구 전 실장 "특별히 어떤 부분을 폐기해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적극 개입한 재판부… '윤 최측근' 윤석열 관련 진술 번복도

한 전 총리는 이 혐의와 관련해 자신은 강 전 실장으로부터 아무 설명 없이 사후 선포문에 서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12월 3일 받은 계엄 선포문과 해당 문건이 동일하다는 의미로 서명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또 강 전 실장에게 '내 서명만 지워달라'고 요청했는데 강 전 실장이 임의로 전체 문서를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11월 3일 한 전 총리 쪽의 강 전 실장 반대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강 전 실장은 사후 선포문 폐기를 윤석열씨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지난 2월 24일 헌법재판소에 사후 선포문과 관련해 "12월 10일 대통령관저에서 대통령께 이를 보고드리고 문서를 폐기하였습니다"란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27일 법정에선 "12월 말 또는 1월 초쯤 대통령께서 '그 문서 어딨느냐' 해서 '내가 (폐기를) 보고드렸다고 했는데 안 드렸구나' 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던 수사기관 진술과 관련해선 증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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