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5일 기후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의원이 지적한 중대재해 기업 명단 공표제도의 문제점
대한민국국회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왜 이렇게 정보를 감췄을까? 과도한 비공개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기업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표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졌다. 형이 확정된 이후에나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3년이 지난 후에야 명단 한구석에 이름이 올라오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가치도 떨어졌고, 시민들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듯이, 지난해 무려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조차 올해 고용노동부의 공표 명단에는 빠져 있다. 이런 제도로는 재해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이유
법원이 두 번이나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과도한 비공개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메시지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두 가지였다.
첫째,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 이름은 고용노동부 주장처럼 수사기밀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불과하다. 특히 재판부는 "이미 공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정부가 어떻게 중대재해 정보에 대해 공표 제도를 운영하든,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사 중 정보 공개가 무죄추정 원칙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지극히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운운하며 중대재해 발생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입장이었는데, 이를 기각한 것이다.
사실 중대재해 정보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법적 당위성에만 있지 않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2009년부터 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한 기업의 위반 사실을 공개하고,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듀크대 매튜 존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보도자료가 나올 때마다 주변 반경 5km 내 동종 사업장의 법규 위반이 73%나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실제로 일터의 안전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 '알권리' 핵심과제
안전보건공단
이제 실행만 남았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상고할 필요가 없다"는 김영훈 장관의 답변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입장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상고를 포기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2022년 중대재해 기업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약속한 대로 올 하반기 중에 그동안의 중대재해 발생 정보, 그리고 앞으로의 중대재해 관련 정보들을 공개해야 한다.
법원은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고, 장관은 긍정적 의지를 보였다. 이용우 의원의 지적처럼 "산재 예방의 핵심 장치는 재해정보 공개와 알권리"다.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더 이상의 지체는 있을 수 없다. 약속을 행동으로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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