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들이 출산 육아 용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둘째는 제도의 사용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육아휴직은 '휴직'이기 때문에 소득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현재 급여 상한액은 첫 3개월 250만 원, 4~6개월 200만 원, 이후 160만 원 수준입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역시 주 10시간 단축분까진 100%, 그 이후는 80%만 보전됩니다. 저 역시 단축근무를 해보니 회사에서는 단축 시간만큼 급여가 줄고 정부는 사후 일부를 지원해 줍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비슷한 직급의 동료나 선후배들보다 가장 낮은 기본급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근무시간이 준 만큼에 대한 대가(기본급여)는 줄더라도, 직장 내 급여와 관련한 또 다른 차별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근무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업무량은 그대로 유지되는 현실, 근무시간 단축과 업적 평가의 상관관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간 평가급 또는 성과급과 연결될 경우, 단순 급여 삭감을 넘어 1년 성과급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을 공백 없이 잘 해내도 단축근무를 하니 사무실에 남아있는 시간의 공백은 어쩔 수 없다."
이처럼 상급자로부터 평가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사실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신청할 때는 월 고정급여 외에 성과급의 삭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법적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차별은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과 법 사이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합니다.
또한 육아 관련 제도의 주요 사용자는 여전히 여성입니다. 여성의 경력과 급여가 더 쉽게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합니다. 실제 제도를 사용해 본 여성 근로자들은 '이렇게까지 깎이는 줄 몰랐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 급여 변화 시뮬레이션 ▲ 육아제도 사용률이 높은 직장 인센티브 제공 ▲ 조직문화 진단 컨설팅 의무화 ▲ 상위 직급의 가족친화제도 차별금지 교육 의무화 등 현실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3. 사용자와의 대화 부족] 제도 개선의 출발점
마지막으로, 제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가 부족합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고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률은 더욱 저조합니다.
육아제도는 사용자 수가 적어 회사 내에서 피드백을 모으기 어렵고 정책 결정자와의 거리도 멉니다. 결정권자의 상당수는 이미 육아기를 지난 세대이거나 남성 중심 고위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도는 만들어져도 '사용자 공감대'가 부족한 채 시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4~5살이면 혼자 유치원 못 가냐",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큰 일을 맡기 어렵다" 혹은 "친정엄마 계시지 않냐?" 는 말은 육아제도 사용자에게는 가슴속 돌덩이처럼 남습니다.
육아제도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용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실제 워킹맘·워킹대디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하고, 가족친화인증기업의 사례를 반영해야 합니다.
'나 때보다 나아졌잖아'라는 평가보다 '우리 아이 세대는 더 나아질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4.5일 근무제', '맞벌이 부부 10시 출근제' 등 정책이 쏟아집니다.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책이 화려하게 발표되지만, 육아 현장에서 일과 양립을 시도하는 부모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습니다. 육아는 멈출 수 없고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야 합니다. 정책이 책상 위 그림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 그림 속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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