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개혁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재산을 돌아본다는 점은 토지공개념이 추진되던 1980년대 후반에도 나타났다. 1988년에 출범한 노태우 정권이 제2의 6월항쟁을 막기 위해 추진한 토지공개념에 대해 여당인 민정당뿐 아니라 야당인 평민당(김대중)·민주당(김영삼)·신민주공화당(김종필)도 대체로 찬성했다. 하지만, 총론에 대한 찬성이었다. 각론에서는 제각각이었다.
1989년 9월 10일 자 <한겨례> 5면은 "토지공개념 확대 도입이 본격적인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 전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토지공개념과 관련해서는 각당 지도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충성심이 평소보다 현저히 약했다.
"소속 정당에서 의원의 개인적 소신과 어긋나는 당론을 확정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까지의 다른 사안과는 달리 여야 의원들의 상당수가 당론과 개인 소신이 어긋나면 당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조사에 응한 민주당 의원의 64.9%, 공화당 의원의 50%가 이러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 민정·평민당에서도 당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 33.3%에 이르렀다."
의원들이 말한 '개인적 소신'은 실상은 재산 수준이다. 일부 의원들은 자기 재산을 침해하는 당론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나름의 명분을 부여했다. 위 기사는 소신이 당론과 충돌할 경우에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당론을 따르겠다', '않겠다'고 답하지 않고 "다수 국민의 이성적 여론에 따라 당론이 결정되리라고 본다"라는 우회적인 답변을 했다고 말한다.
2020년대를 대상으로 한 서희원 논문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에 충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보수정당 의원들과 보수정당의 당론이 충돌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위의 설문조사에서는 보수정당에 대한 그 당 의원들의 충성심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정당 의원들의 3분의 1이 소신을 당론보다 우선시했다.
당시에는 보수정권이 토지공개념을 추진했다. 그래서 보수정당 당론과 보수정당 의원들의 태도가 상당 부분 불일치했다. 재산이 당론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좌우할 때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조세 논쟁이 활발했던 노무현 집권기를 분석한 전진영 당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조세정책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투표형태 분석'(<의정연구> 2006년 제12권 제1호)은 조세 문제에서는 민주당 계열과 국민의힘 계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최근의 조세정책 관련 공방과는 달리, 실제 표결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지지한 법안들이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감세 법안과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개혁은 사회 전체가 이해관계를 갖는 이슈이지만, 이 문제를 갖고 링 위에서 맞붙는 것은 여야 정치권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대중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은 링 위에서 극히 소수다.
위 논문들과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는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아주 크지 않다. 이는 이제까지의 부동산 개혁들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많았던 원인 중 하나를 설명한다. 이런 문제에서는 소속 정당 못지않게 의원들의 재산이나 이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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