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7 15:15최종 업데이트 25.10.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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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의 모습.연합뉴스

부동산 개혁이 첨예한 이슈가 될 때는 정치권의 지형이 평소와 다르게 부각될 때가 많다. 여야 정당 구도나 개혁 찬반 구도에 더해, 여야를 초월하는 몇몇 부동산 부자 정치인들이 도드라진다. 이는 국회의원 개인의 종부세 관련 표결 같은 데도 영향을 끼친다.

금년 봄에 <연구방법논총> 제10권 제1호에 실린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의 논문 '21대 국회의원의 종합부동산세 법안표결 행태 분석'은 2020년부터 4년간 활동한 의원들의 정당·이념 및 개인 재산이 종부세 부담을 완화시키는 법률 개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논문의 연구 대상은 1세대 1주택자의 추가 공제액을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1년 8월 31일(국회 표결일)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일시적 2주택과 상속주택 및 지방 저가주택을 주택 숫자 계산에서 제외하는 등을 담은 2022년 9월 7일의 같은 법 개정안, 다주택자 공제액을 6억 원에서 9억으로 상향하는 등을 담은 2022년 12월 23일의 같은 법 개정안이다.

이 세 건에 대해 의원들이 몇 번 찬성했는지, 몇 번 표결에 참여했는지 등을 토대로 위 논문은 종부세 완화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를 정당·이념과 개인 재산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이념 성향과 재산이 '종부세 법안' 표결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종부세 완화법안에 높은 찬성률을 보인 반면, 정의당 기타 진보당 소속 의원은 완화법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한다. 논문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대비시키지 않고, 국민의힘과 진보 정당을 대비시켰다. 그런 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비해 해당 종부세 완화 법안에 찬성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식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를 설명한다.

이념 성향도 종부세 문제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보수 성향이 강할수록 종부세 완화법안에 찬성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다"라고 위의 서휘원 논문은 말한다.

의원 개인이 부동산 부자냐 아니냐도 핵심 변수다. 이 논문은 "국회의원 개인의 이해관계 역시 표결 행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라며 "의원의 부동산 규모가 클수록 종부세 완화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이는 국회의원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한다.

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상대적으로 낮은 민주당 내에서는 의원 간의 경제력 차이로 인한 투표의 차별성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부동산 재산이 많은 의원일수록 종부세 완화법안에 찬성할 확률이 높았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부동산 세제 강화를 주장하는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의원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당론을 일부 이탈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평균 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국민의힘에서는 종부세에 대한 당내의 입장 차이가 그리 크지도 않지만, 그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에도 재산보다는 이념 성향이 원인이 됐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이 당에서는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 당에서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의원은 재산이 적은 의원이 아니라 신념이 강한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이념성향이 종부세 완화법안 찬성 여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보수적 성향이 강할수록 종부세 완화법안에 찬성할 확률이 높았다."

지난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부동산 개혁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재산을 돌아본다는 점은 토지공개념이 추진되던 1980년대 후반에도 나타났다. 1988년에 출범한 노태우 정권이 제2의 6월항쟁을 막기 위해 추진한 토지공개념에 대해 여당인 민정당뿐 아니라 야당인 평민당(김대중)·민주당(김영삼)·신민주공화당(김종필)도 대체로 찬성했다. 하지만, 총론에 대한 찬성이었다. 각론에서는 제각각이었다.

1989년 9월 10일 자 <한겨례> 5면은 "토지공개념 확대 도입이 본격적인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 전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토지공개념과 관련해서는 각당 지도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충성심이 평소보다 현저히 약했다.

"소속 정당에서 의원의 개인적 소신과 어긋나는 당론을 확정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까지의 다른 사안과는 달리 여야 의원들의 상당수가 당론과 개인 소신이 어긋나면 당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조사에 응한 민주당 의원의 64.9%, 공화당 의원의 50%가 이러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 민정·평민당에서도 당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 33.3%에 이르렀다."

의원들이 말한 '개인적 소신'은 실상은 재산 수준이다. 일부 의원들은 자기 재산을 침해하는 당론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나름의 명분을 부여했다. 위 기사는 소신이 당론과 충돌할 경우에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당론을 따르겠다', '않겠다'고 답하지 않고 "다수 국민의 이성적 여론에 따라 당론이 결정되리라고 본다"라는 우회적인 답변을 했다고 말한다.

2020년대를 대상으로 한 서희원 논문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에 충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보수정당 의원들과 보수정당의 당론이 충돌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위의 설문조사에서는 보수정당에 대한 그 당 의원들의 충성심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정당 의원들의 3분의 1이 소신을 당론보다 우선시했다.

당시에는 보수정권이 토지공개념을 추진했다. 그래서 보수정당 당론과 보수정당 의원들의 태도가 상당 부분 불일치했다. 재산이 당론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좌우할 때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조세 논쟁이 활발했던 노무현 집권기를 분석한 전진영 당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조세정책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투표형태 분석'(<의정연구> 2006년 제12권 제1호)은 조세 문제에서는 민주당 계열과 국민의힘 계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최근의 조세정책 관련 공방과는 달리, 실제 표결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지지한 법안들이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감세 법안과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개혁은 사회 전체가 이해관계를 갖는 이슈이지만, 이 문제를 갖고 링 위에서 맞붙는 것은 여야 정치권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대중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은 링 위에서 극히 소수다.

위 논문들과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는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아주 크지 않다. 이는 이제까지의 부동산 개혁들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많았던 원인 중 하나를 설명한다. 이런 문제에서는 소속 정당 못지않게 의원들의 재산이나 이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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