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관KBS본관
이정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KBS 본관, 신관, 그 옆 연구동까지 합하면 신혼부부가 살만한 소형 아파트를 몇 채나 지을 수 있을까? 무려 1만 채가 넘는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분이 1만채가 약간 넘는다니 이와 비슷한 물량이다. <최경영의 경제쇼>(KBS 1라디오, 2019년 3월~2021년 2월)에 가끔 패널로 출연했던, 지금은 한 증권사의 CFO로 재직 중인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내게 직접 본인이 작성한 파워포인트 문서까지 보여주면서 설명해 준 내용이다.
당시 나는 이 내용을 참고하라고 KBS 사장에게 전달했다. 재정난에 처한 KBS를 세종으로 이전시키고 국회의사당 때문에 잡혀있는 고도 제한을 풀 수 있다면 서울의 무주택자들에게도 좋고, 아파트 가격 안정도 시키고, KBS의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더 확장시켜보자. 만약 단순히 KBS 부지의 고도 제한만 풀지 않고,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해 버린다면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동여의도 전 지역의 고도 제한이 풀리게 되고 개발이 가속화된다. KBS 부지에 1만 채라면 국회의사당 부지에는 5만 채 넘게 고밀도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다.
또 눈을 동쪽으로 돌려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개발한다면… 서울 여의도와 송파구 핵심지역에 합해서 10만 채 넘는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이다.
서초구나 강남구에 있는 광대한 그린벨트는 사유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땅을 수용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분양가가 높아지고 토지를 수용하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지만 국가나 지방정부, 공기업 등이 소유한 토지를 개발하면 파격적인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수도를 이전하면서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과 검찰청까지 다 옮기면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동여의도 국회의사당, KBS 부지, 서초동 대법원과 검찰청 부지를 다 합해 고밀도 아파트 단지를 짓는다면 아파트 공급물량은 20만 채에 육박하게 되리라. 현재 서울 아파트는 180만 채고 인구는 오히려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줄어 2000년 대비 69만 명이나 줄었다.(
https://data.si.re.kr/node/65388)
여기에 서울의 재건축도 용적률만 높여주면서 재건축조합에게만 특혜를 줄 게 아니라, 건폐율(대지에서 차지하는 건물 면적비)을 함께 높여서 과밀도시권역인 강남에 걸맞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아파트를 빽빽이 지어보라.
서울 강남 지역의 신축 아파트들 건폐율은 30% 정도지만 서울과 늘 비교되는 홍콩의 아파트들 건폐율은 70% 안팎이다. 창문 너머 다른 동 아파트 거실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짬뽕을 먹는지, 짜장면을 먹는지도 알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믿는 것처럼 서울 강남 등에 그렇게 수요가 많다니 이렇게 공급을 파격적으로 늘려주면 된다. 대신에 분양가는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또 반대할 것이다. 조선의 경국대전에 근거해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반대했고,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이 반대하고,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서울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꺼리고, 서울에 집 가진 유권자들이 자기 집값 덩달아 떨어질까 반대하고, 서울 집 소유자들이 반대해서 선거에서 질 거라고 믿는 민주당의 일부 지지자들도 반대할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수도를 이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각자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이러면 해결되는 건 없다.
서울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르고,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지역은 일자리가 없고, 서울은 집이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그 부채와 거대한 집값은 언젠가 우리의 자식들에게 대물림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은 또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부모 잘 만나 양가로부터 한 채씩의 집 2채를 물려받게 되는 10% 정도의 젊은 자산가들과 부모 잘못 만나 결혼은커녕 연애도 꿈꾸지 못하는 90% 정도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미래에도 사람들은 한탄하겠지. 서울 집값이 문제다. 양극화가 문제다. 가계부채로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짓눌린다. 지역균형발전만이 살길이라고… 좋은가? 미래가 기대되나?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에 필요한 건 용기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수도 이전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보유세는 층위별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는 대폭 낮춰야 한다. 집 하나가 자산의 대부분인 중노년층이 서울 집을 팔고 수도권 및 지방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아니다. 서울 한 곳만 모든 걸 향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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