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8 06:48최종 업데이트 25.10.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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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대치 은마아파트 일대.연합뉴스

정치, 축구, 부동산에 관한 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전문가다.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신봉하는 서울 아파트에 대한 믿음은 이러하다.

1.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 마포, 용산, 성동구 등 6~7개 자치구의 '아파트'는 절대 안 떨어진다.
2. 민주당 정부가 들어와도 이들 지역 집값은 잡지 못한다.
3. 왜? 선거가 2년에 한 번은 있으니까. 지자체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4. 집값이 떨어지면 선거에 지기 때문에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부는 없다.

이런 강한 믿음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거리는 많다.

1.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 아파트 가격도 2010년부터 4년간 급락해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일부 대형평형의 경우 정부가 한해 공시가만 4~5억 원씩 낮춰준 적도 있다.
2. 서울시 주택소유현황에 따르면 전체일반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3%다. (https://data.seoul.go.kr/dataList/11053/S/2/datasetView.do)
3. 즉, 서울시 유권자의 51.7%는 무주택가구에 속한다.
4. 어떻게 자기 집 없는 사람들이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켰다는 데 반대하나? 오히려 찬성하지. 게다가 유주택이지만 리버럴 성향의 유권자들 상당수도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값이 지나치다는 데는 동의한다.

이익과 미신

그럼에도 사람들은 완강하게 믿는다. 이 믿음은 오랜 왜곡과 각자의 이익이 합쳐진 것이다. 대중은 납세자이자 유권자이다. 대중의 믿음이 어떠하든 대중이 강하게 신봉하는 바라면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정치인은 극소수다.

국회의원에게 가장 큰 이익은 재선이다. 계속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자체장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이익은 연임이다. 최대 3번까지 할 수 있다. 무려 12년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딱 한 번, 5년만 한다. 대통령이 임기 내 개혁을 원한다 하더라도 집권여당은 코앞의 선거가 늘 우선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면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자주 삐걱거리게 대는 이유다.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의원들과 전국 지방 여성의원들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여성 지방의원 워크숍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게다가 서울 집값의 수호자처럼 포지셔닝된 국민의힘과 조중동 및 경제 신문들은 부동산 규제책만 나오면 민심을 악화시켜서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시킨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마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서초구 대로 곳곳에 붙여놓은 현수막에는 "부동산 계엄 해제하라. 내 맘대로 집도 못 사냐"라고 적혀 있다.

마치 국민 모두가 당장 내일이라도 서초구의 30~4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려고 작정했는데 정부가 아파트 매매를 금지한 것처럼 묘사했다. 유권자들의 '화'를 돋우기 위한 선전이다.

반대로 지난주 민주당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또는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염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강남, 서초구 등의 유주택자 유권자들, 또는 일부 매수 대기자들의 맘이 상했을 수도 있다는 염려…

그러나 민주당의 발표도 헛다리를 짚었던 건 마찬가지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2018년 이후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시행된 적도 없는 제도를 어떻게 폐지 또는 유예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제대로 시행된 적도 없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재건축 공급이 늦춰진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업계를 취재해 온 기자의 관찰로는 대부분의 재건축사업이 늦어지는 건 재건축조합 내의 갈등 또는 비리 때문이었다.

1. 기본적으로 재건축조합원들간에도 이익이 상이하다.
2. 아파트 조합원들과 상가 조합원들의 이익이 갈린다.
3. 30년 전 3억 원에 샀던 아파트 조합원과 3년 전 30억 원에 샀던 아파트 조합원이 바라는 분양가가 다르다.
4. 소형평형 소유 조합원들와 중대형평형 소유 조합원들은 주로 분양 평형 배정 문제로 다툰다.
5. 조합장 또는 조합 집행부 내 비리와 분쟁이 잦아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6. 공공 기여분은 적게 내고, 임대 아파트도 적게 받으려고 서울시와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느라 늦어진다.

다 조합원들 각자가 서로의 이익을 더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 때문에 재건축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어 있다. 거기에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계속 땅값은 오르고, 지연 비용은 모두 분양가를 높여서 일반 수분양자들에게 다 전가시켜버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계산해보라. 20억 원짜리 아파트 1000세대를 신규 분양하면 분양가 총액만 2조 원이다. 강남 등의 재건축조합원들은 헌 집을 허물어 쾌적한 새집을 받고, 건설사들은 수천억 원의 시공비를 챙기고, 수분양자들이 거의 모든 비용을 다 내고,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오르면 인근 구축 아파트들의 가격도 오르고, 서울 시내 타 자치구들 아파트들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이익은 한쪽으로 집중되지만, 치솟는 아파트 가격은 전체사회 및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그대로 놔두고 10.15 부동산 정책 때문에 민심이 좀 안 좋은 것 같으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 또는 유예를 검토한다고?

종합해보자. 민주당 정부가 집값 폭등에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묻지마 분노' 버튼을 누르는 정치, 언론 세력은 늘 존재해왔다. 그들은 겉으로는 서울, 수도권의 주거안정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집값 폭등을 부추겨왔던 세력이다.

반면 서울, 수도권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나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 정치인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표가 달아날까 전전긍긍이다. 그들에게는 당장 내년의 선거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거 별로 없는 청년 세대들과 50%가 넘는 서울의 무주택자들이다. 이들이 30~40억 원짜리 강남, 서초구 아파트를 바라나? 아니다. 자기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거공간을 원할 뿐이다. 공급도 문제지만 가격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값싼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할 공간은 단 하나, 사고방식의 변화로 가능하다. 극소수의 재건축아파트 소유주들에게만 온갖 특혜와 이익이 돌아가는 재건축말고도 서울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미래와 용기

KBS본관KBS본관이정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옆 KBS 본관, 신관, 그 옆 연구동까지 합하면 신혼부부가 살만한 소형 아파트를 몇 채나 지을 수 있을까? 무려 1만 채가 넘는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분이 1만채가 약간 넘는다니 이와 비슷한 물량이다. <최경영의 경제쇼>(KBS 1라디오, 2019년 3월~2021년 2월)에 가끔 패널로 출연했던, 지금은 한 증권사의 CFO로 재직 중인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내게 직접 본인이 작성한 파워포인트 문서까지 보여주면서 설명해 준 내용이다.

당시 나는 이 내용을 참고하라고 KBS 사장에게 전달했다. 재정난에 처한 KBS를 세종으로 이전시키고 국회의사당 때문에 잡혀있는 고도 제한을 풀 수 있다면 서울의 무주택자들에게도 좋고, 아파트 가격 안정도 시키고, KBS의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더 확장시켜보자. 만약 단순히 KBS 부지의 고도 제한만 풀지 않고,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해 버린다면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동여의도 전 지역의 고도 제한이 풀리게 되고 개발이 가속화된다. KBS 부지에 1만 채라면 국회의사당 부지에는 5만 채 넘게 고밀도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다.

또 눈을 동쪽으로 돌려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개발한다면… 서울 여의도와 송파구 핵심지역에 합해서 10만 채 넘는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이다.

서초구나 강남구에 있는 광대한 그린벨트는 사유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땅을 수용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분양가가 높아지고 토지를 수용하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지만 국가나 지방정부, 공기업 등이 소유한 토지를 개발하면 파격적인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수도를 이전하면서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과 검찰청까지 다 옮기면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동여의도 국회의사당, KBS 부지, 서초동 대법원과 검찰청 부지를 다 합해 고밀도 아파트 단지를 짓는다면 아파트 공급물량은 20만 채에 육박하게 되리라. 현재 서울 아파트는 180만 채고 인구는 오히려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줄어 2000년 대비 69만 명이나 줄었다.(https://data.si.re.kr/node/65388)

여기에 서울의 재건축도 용적률만 높여주면서 재건축조합에게만 특혜를 줄 게 아니라, 건폐율(대지에서 차지하는 건물 면적비)을 함께 높여서 과밀도시권역인 강남에 걸맞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아파트를 빽빽이 지어보라.

서울 강남 지역의 신축 아파트들 건폐율은 30% 정도지만 서울과 늘 비교되는 홍콩의 아파트들 건폐율은 70% 안팎이다. 창문 너머 다른 동 아파트 거실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짬뽕을 먹는지, 짜장면을 먹는지도 알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믿는 것처럼 서울 강남 등에 그렇게 수요가 많다니 이렇게 공급을 파격적으로 늘려주면 된다. 대신에 분양가는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또 반대할 것이다. 조선의 경국대전에 근거해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반대했고,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이 반대하고,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서울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꺼리고, 서울에 집 가진 유권자들이 자기 집값 덩달아 떨어질까 반대하고, 서울 집 소유자들이 반대해서 선거에서 질 거라고 믿는 민주당의 일부 지지자들도 반대할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수도를 이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각자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이러면 해결되는 건 없다.

서울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르고,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지역은 일자리가 없고, 서울은 집이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그 부채와 거대한 집값은 언젠가 우리의 자식들에게 대물림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은 또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부모 잘 만나 양가로부터 한 채씩의 집 2채를 물려받게 되는 10% 정도의 젊은 자산가들과 부모 잘못 만나 결혼은커녕 연애도 꿈꾸지 못하는 90% 정도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미래에도 사람들은 한탄하겠지. 서울 집값이 문제다. 양극화가 문제다. 가계부채로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짓눌린다. 지역균형발전만이 살길이라고… 좋은가? 미래가 기대되나?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에 필요한 건 용기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수도 이전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보유세는 층위별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는 대폭 낮춰야 한다. 집 하나가 자산의 대부분인 중노년층이 서울 집을 팔고 수도권 및 지방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아니다. 서울 한 곳만 모든 걸 향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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