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특수교사가 인천 특수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24년 10월 24일에 인천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교사로 신규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김동욱 교사가 과밀 특수학급을 맡아 과도한 업무 부담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중증장애학생 8명을 전담하면서 수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행정업무, 지원인력 채용과 관리 등의 과중한 행정부담이 있었다.
박현주
- 특수교사 업무가 이렇게까지 과중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법적으로 초등과 중학교 특수학급은 6명, 고등학교는 7명 이내로 정원이 정해져 있다. 법적으로 정원이 정해져 있는 이유는 그만큼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교육 특성상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개별화교육을 이행해야 해서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교실에 7명, 8명까지 몰리면, 교사는 특수반 수업뿐 아니라 아이들의 통합학급 지원과 어려운 행동에 대한 행동중재, 생활지도까지 다 고민해야 한다. 특수교사 1인이 그걸 다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장애 정도가 심해 지원인력이나 사회복무요원 등의 보조인력이 옆에서 종일 케어(돌봄)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신변 처리 지원 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에서 의미있는 수업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통합학급 수업지원을 위한 전문교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현재 특수학급 상황은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가 혼자서 특수학급 수업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의 수업지원, 중재, 지원인력 채용, 학부모 민원 대응까지 다 책임지며, 방과후 돌봄 업무까지 특수교사에게 넘어오기도 한다. 그러니 수업 준비나 학생 개별화 교육에 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거다."
모두의 교육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
-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먼저 법정 정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6명 넘으면 자동으로 신설, 증설할 수 있게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학기 중이라도 즉시 교사, 협력교사가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단순히 물리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물리적 통합 수준을 넘어 통합교육 운영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 장애학생 교육활동에 보다 의미있는 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통합학급 수업지원을 하면서 통합학급 교사와 함께 교수적 수정(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나 교과 활동 협업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이 통합학급 수업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장치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행정업무는 교실 밖으로 빼야 한다. 공문이나 인력 채용, 인건비 품의 같은 일은 행정실이나 교육청 센터에서 처리하고, 교사는 교육계획·개별화교육 같은 교육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지금 특수학급 교사들이 겪는 과중한 업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다. 이것이야말로 교사와 학생 모두의 교육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정책을 만들고 펼치는 교육청 책임자나 일부 학교 관리자들이 특수교육을 교육적 관점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시혜적, 동정적 관점'으로 보는 데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도 시교육청의 특수교육팀이 특수교육법을 제대로 지킬 생각을 하기보다 행정편의적인 위법 조항을 임의로 만들어 놓고 현장교사들에게 강요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교육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직무유기이자 방임이다."
- 예전에 휠체어 탄 딸이 엘리베이터나 학교 휠체어 접근성을 학교로 문의했더니 특수교사에게 연결해 준 경우가 있었다. 이런 식의 접근성 문의도 특수교사에게 몰리는 것 같다.
"맞다. 그뿐 아니라 접근성 관련 수요를 파악하는 업무도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 학생 학부모가 아이 수업을 온전히 다 할 수 있을지 연락을 줬다. 당시 특별교실 있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교육청에 엘리베이터 신청할 때도 어디 지원해 주는지 기준도 특별히 나와 있지 않아서 여기저기 물어보곤 한다."
- 인식 측면에서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특수교육대상자들이 그저 무사히 교실에서 하루 지내기를 바란다는 인식에서 우리 학교 학생, 내 반 학생이면 모두가 누리는 교육권, 학습권을 똑같이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선행돼야 한다. 통합학급 교사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져 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 사례를 보면 특수교사인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서 장애학생 교과 수업에 녹이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주변 사례로 만족하고 말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다.
한 명의 학생을 돌보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필요하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경우에는 자꾸만 부모와 특수교사 1인에게 다 책임이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장애학생들, 특수교육대상학생 모두가 함께하는 교육 대상으로의 인식 전환이 더 빨리 확산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박현주 교사와 이야기하며 학교가 장애학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나의 경우도 장애학생이 입학해야 하니 엘리베이터를 놓아 달라고 학교에 말한 적이 있지만 '그 한 명을 위해?'라는 말줄임표가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에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으려면 특수교사에게 장애학생을 '맡긴다'는 식의 인식과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사단법인 무의가 실천교육교사모임과 함께
학교 휠체어 접근성을 학생, 교사가 수집하는 모모탐사대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장애학생 교육 접근성을 학교 구성원, 교육부가 앞장서 챙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박 교사 말대로 "모두가 함께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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