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8 06:47최종 업데이트 25.10.28 06:47
  • 본문듣기
2024년 10월 24일 인천의 한 특수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1년이 됐다. 헌신적인 교사였는데 장애학생 8명을 맡고 과중한 행정 부담에 시달리면서 인력 배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애학생들이 학교에 가거나 학교에 다니던 중 장애 진단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교사 중 한 명이 특수교사다. 특수교사는 수업 외에도 장애학생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특수교사는 다양한 상황의 장애학생들이 겪는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업무 과중에 시달리기 쉽다. 학교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낮을수록, 다른 교사나 교육청에서 장애에 대한 지원이 적을수록 특수교사들의 업무는 과중해지고 힘들어진다.

2022년 장애학생 교육권 토론회를 하며 만난 박현주 교사가 기억났다. 박현주 교사는 인천지역 초등특수교사 임용고시 1회 출신으로 초등학교 통합교육(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일반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의 초창기부터 30년 동안 현장 변화를 고스란히 본 증인이다. 박 교사를 지난 19일 화상으로 만났다.

특수교사의 보람

특수교사 박현주 선생님이 요리 수업을 하고 있다박현주

- 특수교사가 되신 지 30년이 넘었다. 특수교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려서는 막연하게 교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선생님이 짝꿍으로 가끔 앉혀주신 일이 있었지만 그게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아니었다. '특수교사'에 대한 호기심 반, 궁금증 반이었는데, 대학 들어가서 장애 인권 관련한 단체들과 연대 활동을 하면서 특수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더 굳건히 하게 됐다."

- 30년을 일하셨으니 생각나는 제자가 있는가?

"졸업 후 아이들이 학교로 선생님을 찾아오거나 연락을 취해오는 일반 교사들처럼 제자들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언젠가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가 내가 일하는 학교로 찾아왔는데, 이 아이가 혹시 학교를 그냥 무단 외출한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기억이 있다. 그건 아니어서 떡볶이 먹여 보낸 기억이 난다.

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최소 1년에서 4년까지 보고 헤어지기 때문에 제자로 만났던 아이들을 거의 다 기억하고 생각도 나지만, 이 아이들의 성인기 삶이 대체로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저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만' 바라는 정도로만 그리움을 쌓아두며 지낸다고 해야 할까?"

- 외로우시겠다.

"그렇게 보면 외롭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다. 특성상 각오하고 시작한다. 스승의 날에 제자들이 찾아오는 일반 교사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필자 해설: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원반', 즉 일반 학급에 소속이 있으며 일부 수업 시간을 특수반에서 보낸다. 특수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특수교육대상자들은 대부분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이다. 지체장애만 있는 경우 등 특수반에서 수업을 듣지 않는 '완전통합' 특수교육대상자들도 있다.)

- 하지만 보람, 효능감도 있지 않나?

"어제는 이 아이가 이 글자를 몰랐는데, 오늘은 제대로 읽네? 연필을 잡네? 이런 새로운 발견을 할 때 기쁨이 있다. 말로 의사 표현이 안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의사 표현을 새롭게 하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문 여는 강도를 보면 아이의 기분을 알 수 있다. 발화가 잘 안되는 아이도 있기 때문에 아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이를 처음 만난 날의 표정, 움직임 등 관찰을 유심히 한다."

- 특수교사의 하루를 이야기해달라.

"출근하면 특수반 아이들의 통합반 주간학습계획표와 우리 시간표를 보면서 하루 있을 아이들의 수업 동선과 수업 활동들을 체크하고 준비한다. 우리 반에 내려오기 전에 통합학급에서 무슨 수업을 하다가 오는지, 무엇을 배우다가 오는지, 그리고 우리 반에서 수업 마치고 교실로 갔을 때 어떤 수업이 있는지, 또 어떤 특별활동이나 행사가 있는지를 살핀다.

가령 똑같이 2교시에 특수반에 내려오는 학생이 두 명이 있다고 해도 체육 수업 마치고 오는 학생과 사회 수업을 마치고 오는 학생의 에너지와 컨디션이 다르다. A라는 학생이 B라는 학생과 함께 공부할 때와 C라는 학생과 공부할 때 역동이 달라진다. 그런 점을 다 감안해서 수업 내용이나 분위기를 조절해야 한다.

보조 인력 지원 시간표를 조정해 배치하는 일도 있다. 돌발적인 일도 생기니까. 보통 수업 시간 동안은 이렇게 늘 정신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수업 후에는 특수반 아이들의 지원과 적응활동을 위해 필요한 소통을 통합반 선생님들과 한다. 수업이 6교시에 보통 끝나니까 나는 고학년 담당이라 4, 5, 6학년 3개 학년의 교육활동과 학년 행사들을 꼼꼼히 보면서 통합반 교사들과 상의한다. 공문 처리, 내부 기안 상신과 같은 행정업무도 많은 편이다."

"돌아가신 선생님이 제일 힘들어했던 건..."

박현주 특수교사가 실천교육교사모임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박현주

- 인천 특수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활동 중이시다.

"딱 1년 전이다. 2024년 10월 24일에 인천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교사로 신규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신임 특수교사가 과밀 특수학급을 맡아 과도한 업무 부담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나는 돌아가신 선생님과는 멘토-멘티 관계로 지내면서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두어 달 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직접 고충을 듣기도 했다.

고인은 중증장애학생 8명을 전담하면서 수업뿐 아니라 수많은 행정업무, 지원인력 채용과 관리 등으로 출근하는 기간 동안 매일매일 행정 공문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행정 부담이 컸다. 수업보다 행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진상조사 보고서에 적힌 업무 분석에 따르면 선생님은 140일 동안 142건의 행정공문을 기안했고, 그중에서도 54건, 2~3일에 한 번꼴로 지원 인력 채용과 인력 인건비 품의 기안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 수업 시간 외 방과후 돌봄교실 지원 인력 관리까지도 매번 떠안아야 했다. 수업보다 행정에 더 많은 시간을 뺏기고 소모했다.

선생님은 내게 '내가 학교에 뭐 하러 오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용역 구하는 인력소개소도 아닌데 매번 지원 인력 구하느라 이리 저리 연락하느라... 정작 아이들과 수업에 대한 고민도 할 새도 없이 일에 쫓겨 하루 일과 끝내고 나면, 퇴근할 때는 내가 학교에 뭐 하러 오는 사람인가 싶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괴로워했던 이유는 업무 과중 자체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힘들게 한 것은 특수학급 교사의 존재 이유인 '장애학생 통합교육'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컸다. 업무가 많더라도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더라면 선생님은 절대 그렇게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이 제일 힘들어했던 고통은 자신이 교육자로서,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의 가르침과 배움에 집중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특수교육 현장 전반에 걸쳐 교사들이 감당하고 있는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많은 특수교사들이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건 후 유족과 교원단체, 교육청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조사 결과 교사의 죽음에 교육청의 구조적 책임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지만 교육청은 책임자 징계에 대해 시간끌기와 미루기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지금까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 장애인도 특수교사도 온몸으로 외친 "교사 사망 책임자 처벌!" https://omn.kr/2fsc2)

박현주 특수교사가 인천 특수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24년 10월 24일에 인천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교사로 신규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김동욱 교사가 과밀 특수학급을 맡아 과도한 업무 부담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중증장애학생 8명을 전담하면서 수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행정업무, 지원인력 채용과 관리 등의 과중한 행정부담이 있었다.박현주

- 특수교사 업무가 이렇게까지 과중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법적으로 초등과 중학교 특수학급은 6명, 고등학교는 7명 이내로 정원이 정해져 있다. 법적으로 정원이 정해져 있는 이유는 그만큼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교육 특성상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개별화교육을 이행해야 해서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교실에 7명, 8명까지 몰리면, 교사는 특수반 수업뿐 아니라 아이들의 통합학급 지원과 어려운 행동에 대한 행동중재, 생활지도까지 다 고민해야 한다. 특수교사 1인이 그걸 다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장애 정도가 심해 지원인력이나 사회복무요원 등의 보조인력이 옆에서 종일 케어(돌봄)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신변 처리 지원 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에서 의미있는 수업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통합학급 수업지원을 위한 전문교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현재 특수학급 상황은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가 혼자서 특수학급 수업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의 수업지원, 중재, 지원인력 채용, 학부모 민원 대응까지 다 책임지며, 방과후 돌봄 업무까지 특수교사에게 넘어오기도 한다. 그러니 수업 준비나 학생 개별화 교육에 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거다."

모두의 교육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

-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먼저 법정 정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6명 넘으면 자동으로 신설, 증설할 수 있게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학기 중이라도 즉시 교사, 협력교사가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단순히 물리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물리적 통합 수준을 넘어 통합교육 운영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 장애학생 교육활동에 보다 의미있는 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통합학급 수업지원을 하면서 통합학급 교사와 함께 교수적 수정(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나 교과 활동 협업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이 통합학급 수업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장치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행정업무는 교실 밖으로 빼야 한다. 공문이나 인력 채용, 인건비 품의 같은 일은 행정실이나 교육청 센터에서 처리하고, 교사는 교육계획·개별화교육 같은 교육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지금 특수학급 교사들이 겪는 과중한 업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다. 이것이야말로 교사와 학생 모두의 교육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정책을 만들고 펼치는 교육청 책임자나 일부 학교 관리자들이 특수교육을 교육적 관점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시혜적, 동정적 관점'으로 보는 데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도 시교육청의 특수교육팀이 특수교육법을 제대로 지킬 생각을 하기보다 행정편의적인 위법 조항을 임의로 만들어 놓고 현장교사들에게 강요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교육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직무유기이자 방임이다."

- 예전에 휠체어 탄 딸이 엘리베이터나 학교 휠체어 접근성을 학교로 문의했더니 특수교사에게 연결해 준 경우가 있었다. 이런 식의 접근성 문의도 특수교사에게 몰리는 것 같다.

"맞다. 그뿐 아니라 접근성 관련 수요를 파악하는 업무도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 학생 학부모가 아이 수업을 온전히 다 할 수 있을지 연락을 줬다. 당시 특별교실 있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교육청에 엘리베이터 신청할 때도 어디 지원해 주는지 기준도 특별히 나와 있지 않아서 여기저기 물어보곤 한다."

- 인식 측면에서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특수교육대상자들이 그저 무사히 교실에서 하루 지내기를 바란다는 인식에서 우리 학교 학생, 내 반 학생이면 모두가 누리는 교육권, 학습권을 똑같이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선행돼야 한다. 통합학급 교사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져 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 사례를 보면 특수교사인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서 장애학생 교과 수업에 녹이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주변 사례로 만족하고 말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다.

한 명의 학생을 돌보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필요하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경우에는 자꾸만 부모와 특수교사 1인에게 다 책임이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장애학생들, 특수교육대상학생 모두가 함께하는 교육 대상으로의 인식 전환이 더 빨리 확산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박현주 교사와 이야기하며 학교가 장애학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나의 경우도 장애학생이 입학해야 하니 엘리베이터를 놓아 달라고 학교에 말한 적이 있지만 '그 한 명을 위해?'라는 말줄임표가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에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으려면 특수교사에게 장애학생을 '맡긴다'는 식의 인식과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사단법인 무의가 실천교육교사모임과 함께 학교 휠체어 접근성을 학생, 교사가 수집하는 모모탐사대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장애학생 교육 접근성을 학교 구성원, 교육부가 앞장서 챙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박 교사 말대로 "모두가 함께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테니.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