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11년 6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범위를 `모든 수사'로 규정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00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0명, 기권 15명 등으로 가결, 처리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에 당시 여당 소속이던 주성영, 이인기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중 주성영 의원은 검찰 출신이었다. 그런데 그 이듬해인 2012년 제19대 총선 공천이 임박한 국면에서 이 두 사람은 의문의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의 보복 차원 기획 수사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특히 주성영 의원의 경우 성매매 의혹 관련한 고발을 받았고, 관련 고발 사실이 유출되었는데, 검찰이 진원지로 지목되었다. 결국 둘 다 19대 국회 공천에서 탈락했다.
검찰조직이 정치 DNA가 아로새겨진 집단이라는 점은, 바로 이 대목에서 확인된다. 국민의 대표자이자 헌법상 입법권을 부여받은 국회의원들의 입법권 행사에 대하여 총장이 사표를 던지면서 반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국회의원을 표적으로 하여 수사를 하고 사실상 국회의원 공천을 받지 못하게 했다. 더구나 주성영은 검찰 선배였다. 이런 정치 DNA가 노무현 대통령 퇴임 뒤 수사,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하게 한 근원인 셈이다.
검사들에게 여의도 국회는 늘 한 수 아래 집단이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수사권을 통해 은근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검찰을 건드리지 말라는 압박을 한다. 그러다가 주성영 의원처럼 검찰의 이해관계를 건드리면 수사권을 통해 실력 행사를 한다. 이렇게 하여 수사대상이 된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치인들이 검찰의 기획수사에 정치생명을 다하고 사라졌다.
이들에게 대통령과 청와대는 조금 다르다. 같은 선출권력이기는 한데, 대통령은 자신들에 대한 인사권이라는 목줄을 쥐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은 검찰사무의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 인사권뿐만 아니라 국정원, 국세청, 군 기무사(현 방첩사)같은 권력기관을 틀어쥐고 있다. 검찰도 어찌해 볼 수 없는 곳이 국정원이나 기무사다.
2019년 조국 사태는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의 폐지를 통한 검찰 견제 수단 소멸이 중요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검찰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하는 시선도 보수정부와 민주당 정부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 내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어떤 파견직 늘공은 이렇게 비유했다.
검찰에게 보수 정부는 옆집 친한 형이고, 민주당 정부는 멀리 떨어져 사는 삼촌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삼촌은 옆집 형에 비하여 혈통상 윗사람이기는 하지만, 정서적으로 서먹하다. 가끔 와서는 공부는 잘 하는지, 행실은 바른지 잔소리나 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여 옆집 형은 혈통은 없으나, 매일 보면서 가끔은 신나는 그러나 나쁜 짓도 같이 하는 매우 친밀한 사이라는 것이다. 보수 정부는 검찰을 나쁜 짓에 이용하고 대신 반대급부도 화끈한데, 민주당 정부는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고, 나쁜 짓 자체를 시키지도 않고, 따라서 반대급부 같은 것도 없으니 특별히 검찰이 좋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비유가 대체로 맞다고 생각한다.
검찰조직 비판에 대한 매우 폭력적인 대응
같은 맥락에서 이런 경험이 있었다. 2018년 나는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면서 검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법무부 검찰국의 한 과장이 새로 보임하여 상견례를 할 때의 일이다. 그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였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장악하거나 군림할 생각이 없음을 강조, 환기하면서 검찰 스스로의 자발적인 개혁의 필요성에 대하여 말했다.
내 말을 듣고 난 그 과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군림할 생각이 없다면 군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말투나 태도는 정중했지만, 말 속에는 가시가 들어 있었다. 나는 옆집 형, 삼촌 비유를 떠올리면서 보수 정부 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말대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찰의 정치적 DNA는 검찰조직 비판에 대한 매우 폭력적인 대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령, 임은정 검사에 대하여 그간 검찰조직이 보인 행태는 이견에 대한 수용이나 설득,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닌 배제와 억압이었다. 나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 2018년 6월 21일 이낙연 총리 주재 하에 정부수사권 조정 합의문 발표가 있은 후 나는 법무부, 경찰청과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 작업을 진행했는데, 소관 부처가 법무부이다보니 법무부가 초안을 마련해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왼쪽 건물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권우성
2018년 8월 경 법무부 관계자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갖고 청와대로 와서 업무협의를 했다. 그런데 개정안이 검찰에 치우쳐 정부합의문에 위배된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정부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토씨 하나까지 내가 다듬은지라, 법무부 초안을 보고 바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개정안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법무부 관계자에게 말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이광철이 법무부 장관이 재가한 문서를 보고도 받지 않고 돌려 보냈다"고 헛소문을 냈다.
2021년 초 벌어진 박범계 장관의 검찰 인사파동시 내가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대통령에게 법무부 인사안을 보고했다는 허위 사실 역시 검찰이 유포한 소문이었다.
2021년 7월초 CBS 한 기자는 라디오 방송에서 "선임 행정관 시절부터 이미 급이 달랐다고 합니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오라 가라 했는데 검찰국장은 부른다고 가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검찰국장이 비서관 내지는 민정수석과 카운터파트 역할을 하고 그랬거든요"라는, 전혀 사실이 아닌 말을 했다. 난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검찰국장에게 먼저 연락한 적도 오라가라 한 적도 없다. 검찰이 유포한 허위소문을 기자가 아무 비판없이 유통시킨 것이다.
이렇게 검찰조직이 이견을 가진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매우 폭력적이다. 이견을 청취하고 이견을 좁히는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소문은 친검 기자들을 통해 널리 전파된다. 결국 나도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었고, 김학의 사건으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이 연재 뿐만 아니라 다른 기회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지만, 검찰개혁에 있어서 검찰 조직 내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검찰의 정치 DNA를 제거하지 않고는 어떤 형태의 검찰개혁도 성공하지 못한다. 또한 검사들의 정치 DNA 형성 및 유지의 원천에 수사권이 있다는 점을 앞선 사례들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수사권이 있으면 내사에서 압수수색, 구속, 기소까지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탈탈 털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또한 임기 중반 이후가 되었을 때 검사들의 보복 수사에 봉착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번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삭제하는 개혁안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다시 온 나라가 검찰 수사로 뒤집어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예언이랄 것도 없는 이 말이 사실로 실현되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된다. 이재명 정부에게 간곡한 마음으로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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