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형사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내란 사건 재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씨가 비상계엄 직후 '국회의원들부터 잡으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화내고 추가 계엄을 언급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한 번 더 확인됐다. 불리한 증인이 나오면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던 변호인단은 이번엔 "훈장받으려고 했나"라며 공격했다.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씨 내란우두머리 25차 공판에는 변호인단의 박성하 대령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12.3 계엄 당시 방첩사령부 기획관리실장이던 박 대령은 수사기관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로 와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질책하고, '다시 계엄하면 된다'고 발언한 내용을 진술한 인물이다. 윤씨에겐 상당히 불리한 증인인 셈이다.
'추가 계엄', '문 부숴서라도'... 불리한 증인들에게 공세
변호인단은 박 대령이 결심지원실을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박 대령은 당시
합참 결심지원실에 있던 방첩사 A중령이 단체대화방에 공유한 내용으로 상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메시지가 어떤 형태로 올라왔나' '발언자는 어떻게 표시됐나' '대통령이라는 언급이 있었는가' 등을 상세히 따졌다. 박 대령은 "따로따로" 올라왔다며 "대통령이라고 썼는지, V라고 썼는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대통령이라고 인식하면서 읽었다"고 답변했다.
"제 기억으로는, (결심지원실에) 들어오신 이후부터 말씀드리면, '대통령이 들어오십니다.' 그 다음에 '소리치시면서 의원들부터 잡으라고 했잖아요.' 김용현 장관께서 '인원이 부족했다.' 대통령께서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해제됐더라도 새벽에 다시 하면 된다.' 이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거듭 'A중령이 메시지를 총 몇 개 올렸나' '증인은 어디서 봤나' 등을 캐물었다. 박 대령은 "들어오신다, 의원부터 잡으라고 했잖아, 핑계에 불과하다, 네 번 정도"이고 "제 위치는 정확하진 않은데 1층 기획관리실이거나 5층이거나 했을 것"이라며 대략적이지만, 막힘없이 대답했다. '직접 목격한 A중령 증언과 순서가 다르고 그는 국방부 장관 발언을 기억 못한다'는 지적에는 "제가 더 먼저 진술한 것으로 아는데, 제 기억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도 맞받아쳤다.
박 대령이 전혀 흔들리지 않자 변호인단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갔다. 급기야 위현석 변호사는 박 대령이 지난 2일 주신문 말미에 "사령관 지시로 방첩사 164명이 출동했지만 단 한 명도 임무지에 진입한 인원이 없다. 수방사 모 대령은 대교를 넘지 말라고 해서 이번에 훈장도 받았는데, 저희 164명은 전부 다 훈장을 받아도 맞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대목을 언급하며 꼬투리를 잡았다.
- 위현석 변호사 : "계엄이 해제되자 임무를 중지시키고 철수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을 하지 않나. 혹시 그런 주장을 통해서 뭐 훈장 받으려고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하는 것 아닌가."
- 박성하 대령 : "저에 대한 얘기를 여기서(10월 2일 법정에서) 한 것은 아니다."
- 위현석 변호사 : "아니 증인이 철수 지시를 내렸다가, 사령관이 화낸다는 얘기를 듣고 비서실장한테 올라가선 얘기도 안하지 않았나. 증인의 행동에 대해서 훈장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유병국 검사가 끼어들며 "
증인에 대한 모욕적인 신문"이라고 항의했다. 오승환 검사도 "철수 얘기는 훈장 나오기 전부터의 얘기인데, 선후관계가 다른 얘기로 변호인이 증인에게 모욕성 발언을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박성하 대령에게 "말씀하기 곤란한 부분은 답변하기 그렇다고 해도 된다"고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두번째 증인, 김웅희 중사가 나왔을 때도 변호인단 전략은 비슷했다. 김 중사는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의 운전부사관으로 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한 지휘차량을 몰았다. 그리고 그는
이상현 여단장이 "대통령께서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란 말씀이십니까"라고 복명복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2월 10일 군검찰에 제출한 자필진술서에 적었고, 법정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하지만 다른 통화나 주변 상황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위현석 변호사는 "
다른 건 못 들었는데, 어떻게 요것만 들었다고 하는가"라고 추궁했다. 김 중사는 "
다른 것도 아예 못 들은 것은 아니고,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말씀을 못 드린 것"이라며 "이거는 명확하게 기억난다"고 대답했다. 그는 수차례 "(여단장이 지시 내용에) 놀라서 크게 말씀했다. '대통령께서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란 말씀이십니까'라고 했다"며 지휘차량이 방음이 잘 되지 않는데 차량을 에워싼 시민들이 이 말을 들을까봐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10월 30일 곽종근... 11월 내 '중간 정리' 진행하기로
이날 재판부는 증인신문 순서를 조정해 10월 30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변호인들도 그건 약속해줘야 한다. 곽종근씨를 한 번 해보고 증거동의를 전향적으로 생각해줘야 한다"며 핵심 증인을 먼저 부르기로 했으니 증인신문이 꼭 필요하지 않은 증인들의 증거의견을 정리해달라고 했다. 이경원 변호사는 "곽종근 증인신문이 되면 그 외의 증인들은 대폭 동의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지 부장판사는 또 "지금까지 어느 정도 증인신문도 했고, 법리공방도 있었기 때문에 중간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수사권 문제, 대법원 판결, 증거능력에 관련해서 종합해 내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단이 이 의견서를 11월 7일까지 제출하면, 특검이 검토한 다음 반박하는 서면을 11월 21일까지 내달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중간의견이 좀 모아져야 종결될 때 편할 것"이라며 "김용현 피고인과 조지호 피고인 사건에서도 똑같이 말씀드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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