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20 22:14최종 업데이트 25.10.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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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상연 변호사가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과 관련한 엄희준 검사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해당 글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문지석 검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쿠팡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되면 좋겠다"라며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 저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유성호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한 검사가 자신의 조직이 저지른 잘못을 양심고백하며, 부당한 수사외압으로 인해 쿠팡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 체불 사건을 불기소하게 되었다고 고발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양심고백의 대상이 된 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불기소처분 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자신의 변명을 담은 글을 남겼습니다(관련기사 : [전문] '눈물 펑펑' 부장검사 저격한 엄희준 "쿠팡, 퇴직금 지급 의무 없다" https://omn.kr/2fosm). 글을 읽어보면, 엄희준 지청장이 노동법의 기본적인 원칙은 물론이거니와 쿠팡 일용직 노동자들의 현장 실태도 전혀 모른 채로 불기소처분을 지시하였다는 사실만 명백히 드러납니다. 이 점에 관하여 하나씩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반론①] 일용직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를 설정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①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 ②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4조 제1항). 뒤집어 말하면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고, 계속근로기간이 1년이 넘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하루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일용직에게는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을까요? 대법원은 계약기간이라는 형식보다 실제로 계속적인 노동을 제공했는지의 '실질'을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형식상으로는 비록 일용직근로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또한 이러한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계속근로기간 평가를 해왔습니다. 형식은 일용직이더라도 건설업 등 일정 기간 동안 계속 근로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는 날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을 제외하여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하고, 퇴직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계산하여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면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쿠팡에서도 문제가 된 변경 이전의 취업규칙에는 정확히 위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쿠팡 스스로도 일용직 노동자들의 계속근로를 인정해왔던 셈입니다.

실제로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그 계약 형태만 일용직일 뿐 1주에 2~3회 이상 꾸준히 근무해왔습니다. 또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는 다른 계약직, 무기계약직 사원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용직이라고 하여 하루만 필요한 임시업무를 맡은 것이 아니라, 다른 상용직 사원들과 동일하게 물류센터 운영에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쿠팡 역시 일용직 노동자들의 연속근무를 독려하고 인센티브까지 지급해왔습니다.

이러한 쿠팡의 일용직 고용구조를 전체적으로 보면, 사용자인 쿠팡이 일용직 노동자들을 일종의 인력풀(pool)로 관리하면서, 상시적으로 채용지원을 하는 일정 규모의 일용직 노동자들을 확보해 두고 자신의 매일매일의 인력수요에 따라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용관계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루 단위로 계약이 끝나는 '일용'의 실질을 가진다기보다는 인력풀에서 채용지원을 계속하는 이상 고용관계가 계속되는 '상용' 노동자의 실질을 가지며, 그 범위에서 당연히 퇴직금도 지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쿠팡

그럼에도 엄희준 검사는 쿠팡 일용직 노동자들은 '계속근로'를 하지 않는 '일용직'이므로 퇴직금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일단위로 채용을 신청하고 선착순으로 채용이 확정되는 등 '1일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채용이 확정된 근로자도 자유롭게 지원을 취소하거나 결근할 수 있고 이에 대해 근무평정이나 근태관리도 하지 않는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계속근로기간 동안 다른 물류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엄희준 검사의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명백히 틀렸습니다.

첫째,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선착순으로 채용이 확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현장관리자들이 일용직 채용지원자 명단을 보고 당일 출근할 인원을 '확정'하여 주는 방식인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현장관리자들의 마음에 들었는지, 최근 꾸준히 출근했는지, 근태문제는 없었는지 등의 주관적 평가가 반영됩니다.

둘째, 그렇기에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출근확정을 위한 근태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용직 '블랙리스트'로 악명이 높은 쿠팡이 일용직 근태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셋째, 계속근로기간 동안 투잡, 쓰리잡을 뛰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어진다는 법리는 우리나라 노동법 그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단지 도중에 다른 직업을 겸직할 수 있었다고 주 15시간 이상 노동을 계속적으로 제공한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억지입니다.

이는 쿠팡 일용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금만 면밀히 들여다보았더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을 사실들입니다. 엄희준 검사는 불기소 지시를 하면서 이 현실을 무시하였거나 또는 알면서도 왜곡한 셈입니다.

[반론②] 쿠팡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다?

답변하는 엄희준 검사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가 지난 9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엄희준 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쿠팡이 스스로 '롤백(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마저 적법하다고 주장합니다. 엄희준 검사는 "쿠팡에서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변경된 내용을 명시적으로 공지하였고, 일용직 근로자 1만525명 중 9277명의 동의(동의율 88.14%)를 받았으며, 그러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노동청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엄희준 검사의 주장은 현장의 사실관계와 전혀 들어맞지 않습니다.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하였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취업규칙 변경 동의 서명부를 출근부와 나란히 놓고 이에 서명하지 않으면 출근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서명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엄희준 검사가 누락한 압수수색 증거에는 도리어 취업규칙 변경 내용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쿠팡이 '명시적인 공지'를 했다고 주장하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또한 엄희준 검사의 주장은 대법원 판례 법리와도 맞지 않습니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있어서는 비단 그 불이익변경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른바 회의 방식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 법리입니다. 즉,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노동자 상호 간에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장노동자들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집단적 절차가 전혀 없다는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처럼 절차를 위반하여 취업규칙을 변경했다면 이는 그 자체로도 근로기준법위반의 형사처벌 대상으로 별도의 수사대상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엄희준 검사는 노동법의 확립된 법리에 따른 집단적 동의 요건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단지 쿠팡 측이 제시한 동의율 숫자만 보고 문제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결자해지, 검찰이 지금 해야 할 일

엄희준 검사가 불기소 지시를 한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검찰청의 항고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항고란, 불기소가 잘못되었으니 제대로 기소해달라는 것입니다. 서울고등검찰청은 이 사건을 검찰 조직 내부의 내홍 정도로 정리할 생각은 말고, 명백한 퇴직금 체불 범죄를 기소하여 스스로 결자해지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쿠팡의 억울한 퇴직금 체불 피해자들을 이제라도 감싸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검찰의 쿠팡 봐주기 의혹 연속보도 https://omn.kr/2foip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상연씨는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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